산업 산업일반

노란봉투법 후 노동위 판정에 기업들 '부글'… 3곳 중 2곳 "하청노조 무리한 요구 우려"

김동찬 기자
파이낸셜뉴스

한국경영자총협회, 노동위 판정 거친 62개사 조사
"법·지침에 안 맞는다" 40.3%… 긍정보다 12.9%p 높아
부정 이유 1위 "산안법 의무이행을 사용자성 근거로"
보완입법 과제 1순위 '원청 사용자성 판단기준 명확화'

노동위원회 원청 사용자성 판정의 법률 및 고용노동부 지침 적합성에 대한 기업 인식. 한국경영자총협회 제공
노동위원회 원청 사용자성 판정의 법률 및 고용노동부 지침 적합성에 대한 기업 인식. 한국경영자총협회 제공

[파이낸셜뉴스]개정 노조법(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노동위원회 판정을 거친 기업 가운데 원청 사용자성 판정이 법률·지침에 맞다고 본 곳은 10곳 중 3곳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청노조가 사용자성이 인정되지 않은 의제까지 요구하는 상황을 가장 우려하고 있는 가운데, 보완입법 과제로는 원청 사용자성 판단기준 명확화가 1순위로 꼽혔다.

■판정 부정 인식 40.3%… "산안법 의무가 사용자성 근거로"
14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발표한 '개정 노조법 시행 이후 노동위원회 판정 및 원하청 교섭 관련 기업 인식조사'에 따르면 노동위원회의 원청 사용자성 관련 판정이 법률과 고용노동부 해석지침에 맞게 이뤄지고 있다고 답한 기업은 27.4%에 그쳤다. '대체로 그렇다'가 24.2%, '매우 그렇다'가 3.2%였다. 반면 '맞게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응답은 40.3%로 긍정 응답보다 12.9%p 높았다.

이번 조사는 경총이 서던포스트에 의뢰해 지난 9월 7일부터 18일까지 원하청 사건과 관련해 노동위원회 판정을 거친 62개사(응답 기업 기준)를 대상으로 온라인·유선 조사를 병행해 이뤄졌다.

판정이 법률·지침에 맞지 않는다고 답한 25개사는 그 이유로 '산업안전보건법 등 공법상 의무이행을 사용자성 인정 근거로 활용'(52.0%·복수응답)을 가장 많이 꼽았다. '근로조건이 아닌 사항에 대한 사용자성 인정'(48.0%)이 뒤를 이었고, '생산수단 등 소유 및 시설관리권 행사를 이유로 사용자성 인정'과 '표준하도급계약서 등 정부 지침·권고 이행을 사용자성 인정 근거로 활용'은 각각 32.0%였다.

경총은 산안법 등에 따른 법적 의무 이행이 오히려 사용자 부담 확대로 이어지는 역설적 상황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 노동위원회 판단 과정에서 원청이 법령상 의무에 따라 실시한 작업장 순회점검, 합동 안전·보건점검 등이 원청 사용자성의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교섭·조정 '의제 확대' 우려… "판단기준 명확화 시급"
하청노조와 교섭할 때 우려되는 사항으로는 '사용자성이 인정되지 않은 의제까지 포함한 노조의 무리한 요구'가 66.1%(복수응답)로 가장 많았다. 이어 '임금·노조활동 등 하청기업과 교섭할 사항에 대한 원청 상대 교섭 요구'(43.5%), '다중교섭과 교섭 장기화 등에 따른 교섭비용 증가'(33.9%), '하청노조 간 연대파업 등 공동투쟁'(24.2%) 순이었다. 경총에 따르면 실제 현장에서는 일부 산업안전 의제에 대해 원청 사용자성이 인정된 뒤 교섭 과정에서 임금·성과급·노조활동 보장 등 사용자성이 인정되지 않은 의제까지 요구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하청노조가 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하는 경우에도 '사용자성이 인정되지 않은 의제까지 추가해 조정 진행'이 59.7%(복수응답)로 가장 큰 우려로 꼽혔다. '원청 사용자성에 대한 분쟁이 진행 중임에도 조정절차 개시'는 48.4%, '충분한 교섭이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조정중지 등 조정종료'는 41.9%, '원청에 처분권한이 없는 사항에 대한 조정안 제시'는 32.3%였다. 경총은 원청의 교섭 당사자성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조정중지 결정이 내려지면 노조가 쟁의행위 단계로 나아갈 수 있어 현장 혼란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개정 노조법의 가장 시급한 보완입법 과제로는 '원청 사용자성 판단기준 명확화'가 67.7%(복수응답)로 1순위에 올랐다. '노동쟁의 대상에서 기업 고도의 경영상 의사결정 사항 제외'가 54.8%로 뒤를 이었고, '사업장 점거 금지 명문화'(22.6%),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 삭제'(19.4%), '대체근로 허용'(14.5%) 순이었다.
경총은 투자·사업재편·조직개편 등 경영상 결정이 노동쟁의 대상으로 확대되면 신속한 의사결정과 투자 집행이 제약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했다. 고용노동부가 시행지침에서 사업경영상 결정은 노동쟁의 대상이 아니라고 하면서도 공장 신설 등에 따른 배치전환 등은 노동쟁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해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동근 경총 상근부회장은 "개정 노조법 시행 이후 노동위원회 판정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계속되고 있다"며 "이와 같은 산업현장의 혼란을 줄이고 예측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보완입법과 함께 원청 사용자성 여부를 법률 규정과 행정지침에 따라 공정하고 엄격하게 판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mail protected] 김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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