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영풍·MBK '고려아연 계약서' 공개되나…콜옵션 행사 가격 '주목'

뉴스1
고려아연이 MBK파트너스·영풍의 의결권 행사를 금지해 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이 기각됐다. 고려아연은 오는 9일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사진은 8일 서울 종로구 고려아연 본사 모습. 2026.9.8 ⓒ 뉴스1 이종수 기자
고려아연이 MBK파트너스·영풍의 의결권 행사를 금지해 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이 기각됐다. 고려아연은 오는 9일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사진은 8일 서울 종로구 고려아연 본사 모습. 2026.9.8 ⓒ 뉴스1 이종수 기자

(서울=뉴스1) 박기호 기자 = 영풍과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010130) 경영권 확보를 위해 체결한 계약의 세부 조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법원이 경영협력계약에 대한 문서제출명령을 유지한 데 이어 MBK 측의 콜옵션(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가능 시점도 도래하면서다. 특히 고려아연 지분 매각 가격과 계약 조건의 적정성이 영풍 이사진을 상대로 제기된 주주대표소송의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지난 8월 장형진 영풍 고문 측의 재항고를 심리불속행으로 기각했다. 1·2심 법원이 영풍 측에 고려아연 공개매수를 위해 지난 2024년 9월 MBK 측과 맺은 경영협력계약을 법원에 제출하라고 한 명령이 그대로 유지된 것이다.

대법원은 구체적인 문서 제출일을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법조계에선 경영협력계약서를 법원에 제출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문서 제출 명령 대상은 2024년 9월 12일 영풍과 장 고문, 한국기업투자홀딩스가 체결한 '경영 협력에 관한 기본계약'과 후속 계약서 일체다.

공시에 따르면 경영협력계약에는 영풍과 그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고려아연 주식 의결권을 한국기업투자홀딩스의 동의하에 행사하고 한국기업투자홀딩스의 추천으로 선임된 고려아연 이사 수가 영풍 추천으로 선임된 이사 수보다 1인 더 많아야 한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시장에서는 특히 영풍 측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에 대한 MBK 측의 콜옵션 행사 가격에 주목하고 있다.

공시된 계약 내용에 따르면 영풍과 장 고문 측이 보유한 고려아연 주식 일부는 MBK 측에 매각될 수 있다. 콜옵션 행사 가능 시점은 양측 추천 이사가 고려아연 이사회 과반을 차지하는 날과 공개매수 완료일로부터 2년이 되는 날 중 빠른 날을 기준으로 정해졌다.

영풍·MBK 측이 고려아연 이사회 과반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에 2024년 10월 14일 공개매수가 종료된 지 2년이 되는 이날 콜옵션 행사 가능 시점이 도래했다. 다만 실제 콜옵션을 행사하려면 제3자에 대한 주식 처분이나 경영협력계약 해지 등 계약상 별도 요건도 충족해야 한다.

콜옵션 행사 가격은 현재 영풍 주주인 KZ정밀이 장 고문과 영풍 이사 등을 상대로 제기한 9300억 원대 주주대표소송의 쟁점이 될 수 있다. KZ정밀은 그간 영풍 이사진 측의 배임 가능성을 주장해 왔다.

콜옵션 행사가격이 현재 100만 원 수준인 고려아연 주가보다 낮을 경우 영풍 측의 계약 체결을 둘러싼 논란은 다시 커질 수밖에 없다.

또한 공개매수 가격과 콜옵션 행사 가격 사이의 차이 여부 역시 논란이 될 수 있다. 가격 격차로 손해 가능성을 인지하고도 계약을 체결했다는 의혹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콜옵션 행사 가격이 현재 주가보다 낮다는 사실만으로 배임이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계약 체결 당시의 주식 가치와 경영권 프리미엄, 옵션 행사 조건, 영풍이 계약을 통해 확보한 권리와 경제적 이익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봐야 한다.

KZ정밀 측은 영풍 이사진이 회사 핵심 자산인 고려아연 지분을 MBK 측에 유리한 조건으로 넘길 수 있도록 한 계약이 사실이라면, 영풍과 영풍 주주에 손해를 끼친 행위라는 취지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MBK 측은 과거 "콜옵션 행사가격은 고려아연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해 합의된 가격으로 고정돼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법조계에서는 경영협력계약서가 제출되면 지분 매각 가격뿐 아니라 영풍 측이 MBK 측과 합의한 구체적인 권리·의무 관계도 검토 대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계약 조건이 영풍의 이익에 부합하는지, 이사진이 계약 체결 과정에서 적절한 의사결정을 했는지가 주주대표소송에서 다뤄질 가능성이 있다.

한편,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계속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달 임시주주총회의 최대 승부처였던 감사위원 선임 표 대결에서 최윤범 회장 측이 압승했다.

고려아연 이사회가 추천한 백인규 후보가 80%가 넘는 찬성률로 감사위원에 선임되면서 최 회장 측은 이사회 과반을 유지했다. 주주들이 현재의 고려아연 경영진에 힘을 실어줬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집중투표로 선임한 독립이사 4명은 최 회장 측과 영풍·MBK파트너스 측이 각각 2명씩 확보했다. 이에 고려아연 이사회는 일단 최 회장 측 11명, 영풍·MBK파트너스 측 7명이 됐다. 백 후보가 감사위원으로 선임되면서 최종 구도는 12대 7로 확정됐다.

최 회장 측은 이사회 과반을 유지하고 감사위원 선임에서 주주들의 지지를 확보하면서 기존 경영 기조를 이어갈 기반을 다지게 됐다. 영풍·MBK 측은 추천 이사 2명을 추가해 이사회 내 견제를 이어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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