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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 벌 때 왜 바꿨을까"...퇴직연금 갈아탄 15만 명의 눈물, 왜?

문영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믿었던 TDF 94% 손실·공공기관 21% 적립금 미달
총체적 난국 빠진 노후자금

자료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자료사진. 게티이미지뱅크

[파이낸셜뉴스] 노후 안전판 역할을 해야 할 퇴직연금 시장 전반에 경고등이 켜졌다. 단기 증시 활황을 좇아 확정급여형(DB)에서 확정기여형(DC)으로 대거 갈아탄 직장인들이 전환 직후 하락장을 맞아 두 자릿수 손실을 냈다. 대표적 안전 운용 상품으로 꼽히던 타깃데이트펀드(TDF) 역시 금리 급등 여파로 대거 손실을 기록하며 은퇴 시점 기반의 투자 공식이 무색해졌다. 여기에 기업이 책임져야 할 DB형 퇴직연금마저 상당수 공공기관이 법정 최저 적립 기준을 채우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 제도 전반의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고점서 DC형 갈아탄 직장인 '직격탄'… 되돌릴 수도 없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6~7월 DB형에서 DC형으로 전환한 가입자는 14만9710명으로 전년 동기(5만3242명) 대비 181.2% 폭증했다. 올해 1~7월 누적 전환자(34만156명)의 44%가 두 달 사이에 집중됐다.

이 같은 전환 열풍은 상반기 증시 랠리와 맞물렸다. 통상 전환에 한 달가량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향해 달리던 6월 전후에 가입자들이 직접 운용(DC)을 결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전환 직후 시장이 급락세로 돌아서며 피해가 속출했다.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에서 4~6월 DB형에서 DC형으로 전환한 가입자들의 7~8월 단순 기간수익률은 각각 -10.7%, -10.2%로 집계됐다.

문제는 낙폭만이 아니다. 현행 규정상 DB에서 DC로 이전한 기존 적립금은 과거 근속기간 정산을 거친 탓에 다시 DB형으로 원상복구할 수 없다. 향후 근속기간에 대해 DB형을 재적용하는 제도가 사내에 마련되어 있더라도, 이미 이전된 적립금과 과거 기간은 복원되지 않는다. 단기 수익률을 좇은 '묻지마 전환'에 대해 사전 숙려기간 도입 등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금리 급등에 TDF 94% '마이너스'… 빈티지 공식 깨져

직접 운용뿐만 아니라 생애주기형 자산배분 펀드로 인기를 끌던 TDF 시장도 충격을 피하지 못했다. 14일 한국퇴직연금데이터(글라이드)에 따르면, 지난 9월 국내 197개 TDF 중 93.9%에 달하는 185개 상품이 손실을 기록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상(연 3.75~4.0%)과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연 5%를 돌파하는 등 금리 급등세가 채권 가격 폭락을 촉발한 결과다. 미국 종합채권 ETF(AGG) 낙폭(-2.61%)이 S&P500(-0.33%)보다 컸고, 주식과 채권이 동반 하락하면서 '채권 비중을 높여 변동성을 방어한다'는 TDF의 자산배분 메커니즘이 무너졌다. 은퇴가 임박해 채권 비중이 높은 TDF2025(-0.97%)의 평균 손실률이 청년층용인 TDF2060(-0.80%)보다 높게 나타나는 기현상까지 벌어졌다.

특히 은퇴연도(빈티지)보다 '포트폴리오 내 자산 구성'이 성패를 갈랐다. 빈티지 간 평균 수익률 차이는 최대 1.15%포인트 수준이었던 반면, 동일 빈티지 내 상·하위 펀드 격차는 최대 5.57%포인트에 달했다. 국내 주식 비중을 높였거나 환율 하락(원화 강세)기에 맞춰 환헤지(H)를 취한 소수 펀드만 플러스 수익률을 지켜냈다.

DB형 안전판도 흔들… 공공기관 5곳 중 1곳 '적립 부족'

근로자가 운용 위험을 지지 않는 DB형 퇴직연금 제도 역시 구조적 불안정성을 드러냈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실이 고용노동부로부터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DB형을 도입한 공공기관 214곳 중 46곳(21.5%)이 법정 최소 적립 비율인 100%를 충족하지 못했다.

기관별로는 태권도진흥재단이 39.17%로 가장 낮았고, 분당서울대병원(43.61%), 한국교통안전공단(46.35%), 한국도로교통공단(49.57%) 등도 기준치의 절반에 못 미쳤다. 한국국토정보공사(75.07%), 한국농어촌공사(85.61%), 한국환경공단(95.88%) 등 주요 공공기관 다수가 미달 명단에 포함됐다.

적립률 미달이 당장의 퇴직금 체불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적립금이 부족한 상태에서 대규모 퇴직이나 급격한 임금 인상이 발생하면 기관의 재정 부담이 일시에 가중될 수밖에 없다. 현행법상 적립률이 95% 미만인 사업장은 차기 회계연도까지 부족분의 3분의 1 이상을 메워야 하며, 불이행 시 과태료 처분을 받는다.

"단기 시황 추종 금물… 제도적 방어벽 강화해야"

전문가들은 노후 소득의 핵심축인 퇴직연금이 단기 시황에 휘둘리거나 부실하게 방치되지 않도록 가입자 교육과 제도적 보완이 병행돼야 한다고 입도선매한다.

박성훈 의원은 "노후자금의 운명을 좌우하는 선택임에도 정부가 상승장 속 무분별한 전환을 사실상 방치했다"며 "가입자 대상 위험 고지와 투자 교육을 의무화하고 숙려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위상 의원 역시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이 법정 기준조차 맞추지 못하는 것은 심각한 재정 불감증"이라며 조속한 적립 정상화 계획 수립을 촉구했다.

[email protected]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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