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노란봉투법 혼란 지속, 보완 입법 필요성 크다
교섭 타결된 사업장 단 3곳에 그쳐
기업 40%는 노동위 판정에 불만
하청노조가 원청과 교섭할 수 있도록 한 개정 노동조합법(노란봉투법)이 시행된 지 7개월이 지났지만 법을 둘러싼 노사·노정 갈등은 더 커지고 있다. 실제 교섭이 타결된 사업장은 3곳에 그쳤고 정부 지침을 놓고 노조와 기업, 야당이 맞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노동위원회의 판정이 법률과 정부 해석 지침에 맞게 이뤄지지 않는다는 기업이 40%나 된다는 경총의 조사 결과도 나왔다.
지난 3월 10일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1229개 노조가 460개 원청 사업장에 교섭을 요구했다. 그러나 단체협약 체결까지 마친 곳은 현대제철 등 3곳뿐이다. 대부분의 기업이 교섭을 거부하거나 노동위에 판단을 구하고 있는 것이다. 원청 기업으로서는 본연의 업무와 무관한 하청노조의 요구를 다 들어줄 수 없기에 예상된 결과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9월 'N% 성과급'이나 공장 신설·이전 등 경영상 결정은 의무적 교섭이나 파업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침을 마련했다. 삼성전자 노조가 호남 반도체 공장 신설을 교섭 의제로 삼겠다고 하자 이재명 대통령이 노동쟁의 대상의 구체적 기준을 마련하라고 지시했고, 노동부가 관련 지침을 내놓은 것이다.
노동부의 지침은 당연한 것이다. 공장 이전 등 중대한 경영상 결정에 노조가 개입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노조는 경영의 주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노동계는 이 지침 폐기를 요구하지만 가당치 않다. 노동계는 나아가 지침이 원청의 사용자 책임을 좁게 인정하고, 원청이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근로조건만 교섭 의무를 지도록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반대로 야권은 기업의 책임 범위를 더 좁히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또 노동부가 지금까지 관련 지침과 매뉴얼을 3개 마련했는데도 개념의 모호성을 벗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기업의 입장 역시 다르지 않을 것이다.
노란봉투법은 출발할 때부터 노사 양쪽 모두를 만족시키지 못했는데, 그런 상황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나마 이 대통령의 지시로 경영행위에 노조가 개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지침을 마련한 것은 다행스럽다. 그 외에는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 지침은 강제력이 없어 노동위나 법원의 판단을 구할 수밖에 없다. 1년 정도 시행해 본 뒤 문제점을 검토해 보완 입법을 추진해야 한다.
경총 조사에 따르면 기업의 10곳 가운데 4곳은 노동위의 판정이 법률과 지침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한다. 그 이유를 물어보니 52%가 '산업안전보건법 등 공법상 의무 이행을 사용자성 인정 근거로 활용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말하자면 원청이 하청에 지는 다른 법적 의무를 사용자성 인정에 원용한다는 뜻이다. 기업들의 인식과 주장이 맞는다면 노동위는 판단의 근거를 잘못 끌어쓴 셈이다.
노사 갈등과 논란을 해결하지 못한 채 닻을 올린 노란봉투법은 시행해 보니 역시 여러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 정부도 노조의 요구를 다 들어주다가는 쟁의 천국이 될 것임을 뻔히 알고 있을 것이다. 경영상 결정이나 임금, 성과급 등을 교섭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그나마 잘한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문제가 많다. 법을 고쳐서 해결하는 도리밖에 없다. 특히 지침의 모호한 규정은 법조문으로 명확하게 선을 그어야 한다. 다른 법률까지 동원해 판단하는 노동위의 오류도 막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