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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 칼럼] 일자리 달라도 '기본법' 지켜야

파이낸셜뉴스
권창준 고용노동부 차관
권창준 고용노동부 차관

노동시장이 인공지능(AI) 기술 발전과 플랫폼 경제 확산으로 인한 대전환을 맞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전 세계 디지털 노동 플랫폼 수는 2010년 이후 10년간 5배 이상 증가했다. 라이더, 프리랜서 강사 등 지근거리의 일자리 상당수가 플랫폼 노동으로 탈바꿈했으며 변화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대전환은 모든 세대에 다가오지만 사회에 첫발을 떼는 청년이 느끼는 고민은 더 깊을 것이다. 첫 일자리는 노동의 가치를 인정받는 출발점인 만큼, 노동시장에 대한 신뢰와 향후 경력의 방향을 좌우한다. 어떤 일자리든 기본이 지켜져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본은 간단명료하다. 땀의 정당한 가치를 인정받고,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하며, 공정하게 대우받는 것이다. 헌법상 노동기본권 정신에 뿌리를 둔 원칙이다.

노동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놓인 대부분의 플랫폼·프리랜서 일자리의 현실은 이와 다르다. 서면계약을 요구했다가 계약이 무산되거나, 계약서에 없는 과도한 업무를 부당하게 떠맡고 제대로 보수를 받지 못하는 일도 빈번하다. 고용보험이나 산재보험 같은 사회안전망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일하는 형태가 다르고, '근로자'라는 법적 범주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기본적 노동 보호의 울타리 밖에 서 있는 것이다.

플랫폼 노동이 양질의 일자리로 거듭나는 것은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노동의 문제이며, 특히 청년의 미래를 보장하는 길이다. 이를 위해서는 일하는 형태나 불리는 이름이 다르더라도 모든 일자리에서 적어도 기본은 지켜져야 하며, 노동정책은 노동시장의 변화에 맞춰 보호의 범위와 방식을 발전시켜야 한다.

이러한 가치를 실현하는 출발점이 '일하는 사람 권리 기본법'이다. 공정하고 투명하게 계약할 권리,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 등 일자리의 기본원칙을 명문화하고, 사회보험과 산업안전보건법령을 모든 일하는 사람에게 확산하며, 노무제공자 공제회 지원, 권익보호·복지증진 정책 등을 뒷받침하려는 것이다.

기본법 제정으로 소상공인과 영세 자영업자에게 새로운 비용 부담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기본법은 영세 사업주에게 과도한 부담을 안기는 법률이 아니다. 헌법이 보장하는 기초 노동질서를 재확인하고, 보호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는 정책방향을 분명히 하려는 것이다.

정부도 어느 한쪽의 희생을 전제로 한 제로섬 게임으로 만들어서는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기본이 지켜지는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일자리를 창출하는 중소기업과 영세 사업주에 대한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 이에 중소벤처기업부와 함께 금융 지원과 사회보험료 지원 확대, 건강검진 휴업 지원, 육아수당 신설 등을 내년 정부 예산안에 반영했다.

기술혁신 속도를 사회 혁신이 곧바로 따라잡기는 어렵다. 그 대신 노동시장의 기본과 원칙을 세우는 일은 가능하다. 일하는 사람 권리 기본법의 다른 이름은 대전환의 시대에 모든 일하는 사람의 노동권을 보호하겠다는 기본원칙이다. AI 대전환의 시대, 기본법의 신속한 제정을 통해 모든 일자리에서 '일터 민주주의'가 꽃피기를 바란다.

권창준 고용노동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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