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fn광장] 벌써 ‘총선', 정책 후퇴 우려 커진다

파이낸셜뉴스

"지방선거 이전 민주당 ‘자신만만’
"1년 동안 정책 드라이브" 호언도
4개월여만 곳곳 ‘총선’ 화두 등장
대통령·당 지지율 하락, 동력약화
손바닥 뒤집듯 CPTPP 정책 유턴
국가 미래경쟁력 감안한 결정 필요"

김규성 정치부장
김규성 정치부장

지방선거 두달 전쯤으로 기억한다. 친명(친이재명) 핵심으로 꼽혔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만남 자리였다.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이 60%대 중반을 유지할 즈음이다. 주가 흐름도 좋았다. 분위기는 괜찮았다. 그는 "6·3선거 끝난 후 1년 동안 정책드라이브를 걸겠다"고 했다. 자신만만했고 거칠 게 뭐냐고 되묻는 표정이었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내분과 혼란이 일상사였다. 다수당 이점에다 유명무실한 야당, 여론까지 받쳐주니 그렇게 과한 욕심은 아니었다. 지방선거 이후 내년까지 전국단위 선거가 없는 정치시간표를 감안했을 땐 타당한 전략으로 보였다.

그러다 사달이 났다. 지방선거 성적표는 기대에 못 미쳤다. 이 대통령 지지율도 하락세로 전환했다. 민주당 전당대회는 '명청 갈등'이라는 내분상만 노출했다. 분당설까지 나왔다. 집권 진영 내 갈등의 골은 깊어졌다. 입법 드라이브는 시작도 못해보고 세월만 보냈다. 최근엔 인사 논란까지 겹쳤다. 지지층 결집과 국면 전환을 모색하면서 단행했던 6개 부처 장관 개각에서 법무장관,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낙마했다. 이 대통령은 물론 민주당도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검찰청을 없애고 중대범죄수사청, 공소청을 신설하는 새 형사사법체계를 출범시킨 게 성과라면 성과겠다.

정치는 표심을 먹고 산다. 선거는 표심이 분출되는 최대의 정치 이벤트다.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1년 중 4개월 남짓 지났다. 이즈음 총선 관련 언급이 나오기 시작한 건 이르다. 정치권 흐름과 국민 지지가 예상 궤도를 벗어났다는 의미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는 지난 3일 부산 방문에서 "2028년 총선의 주전장은 부산이고 낙동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방문 때 으레 나오는 총선 구상 정도로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총선 승리, 정권 재창출"이라는 민주당발 멘트도 종종 들린다. 집권 여당인 민주당 내부 목소리는 일면 이해가 된다. 통상 임기 중반 실시되는 선거의 승패는 대통령 지지율이 결정했다. 6·3선거에서 민주당의 선전도 이 대통령 지지율 덕을 봤다. 한국갤럽 '5월 통합'에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3%였다. 지금은 30%대 중·후반이다.

여의도 정가에서 '총선 혹은 선거'란 단어가 때 이르게 나오면 정책 기조는 후퇴하기 마련이다. 지금과 같은 대통령과 당 지지율 하락 국면에선 더 그렇다. 사례도 나왔다.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추진정책 유턴이다. 과정도 긴박했다. 지난달 29일 이 대통령은 CPTPP 가입 추진을 공식화했다. CPTPP는 일본, 영국, 호주, 멕시코 등 12개 중견국이 주축이 된 메가 자유무역협정(FTA)이다. 내달 베트남에서 열리는 CPTPP 장관회의를 가입 추진 시발점으로 삼겠다는 게 정부 계획이었다. 1주일 후 지난 6일 상황이 바뀌었다. 이 대통령은 원점 재검토를 언급했다. 이틀 뒤인 지난 8일 '연내 가입 신청 보류'라는 대통령 지시가 나왔다. 농지 전수조사에 대한 농민의 거부감에 CPTPP 가입이 겹쳤을 때 농촌 민심에 불어닥칠 후폭풍 우려가 정책 급선회를 불러온 것으로 보인다.

통상대국 한국에서 무역확대 매개체인 FTA의 가입 추진이 멈춰섰다. 좋은 신호가 아니다. 한국은 미중 패권전쟁과 공급망 재편 구도에서 '샌드위치' 신세다. CPTPP는 수세에 몰린 한국 상황을 개선해 줄 수 있는 돌파구로 꼽혔다.

정책 기조가 밀리면 포퓰리즘이 이 자리를 채울 가능성이 높아진다. 표를 우선하는 정치공학 측면에선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2027년 예산안 기준 162조원에 달하는 미래대응기금의 쓰임새가 논란이 되고 있는 이유이다. 이름 그대로 '미래'를 위한 국가의 돈주머니 역할을 하면 좋으련만 뚜껑을 열어보니 실상은 다소 달랐다. 현금과 수당을 비롯해 소비성·선심성 예산이 상당 부분 포함된 정황이 드러났다. 국정감사 때 야당의 집중 공격을 받은 것은 당연하다.

CPTPP 가입 땐 농민 피해가 큰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정교한 대책으로 피해를 최소화하고 갈등을 조정할 수 있다. 통상전략이 갈팡질팡하면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의 미래는 암담해진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추진한 한미 FTA 체결이 여전히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를 곱씹어봐야 한다. 미래대응기금도 마찬가지다. 잠재성장률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미래 산업은 투자 규모가 워낙 커 민간역량으로 감당키 힘들다. 본래 목적에 충실하게 미래 우리 경제의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 대통령 지지율 방어, 총선 걱정에 국민과 국가 미래를 희생해서는 안 된다.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email protected] 김규성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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