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약 부작용, 참지도 끊지도 마라… 모발 지키는 '용량 조절'의 과학 [김진오의 탈모탈출]
[파이낸셜뉴스] 피나스테리드나 두타스테리드와 같은 탈모약을 복용하는 과정에서 성기능 저하나 만성 피로 같은 이상 반응이 나타나면 대부분의 환자는 복약을 중단해야 할지 갈등한다. 임의로 투약을 완전히 중단해 수년간 유지한 모발을 급격히 소실시키는 안타까운 경우도 있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연구들을 보면 '완전 중단'과 '부작용 감내' 사이에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음을 보여준다.
그 방법은 바로 '용량 감량'이다. 많은 환자가 탈모약의 정량인 1mg을 반으로 줄여 0.5mg만 복용하면 약효도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 것이라 우려한다. 하지만 피나스테리드의 약동학적 특성은 선형적이지 않다. 투여량 증가에 따른 억제 반응 곡선이 완만해지는 정체 구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기존 임상 데이터에 따르면 피나스테리드 1mg 복용 시 두피 조직 내 탈모 유발 물질인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 억제율은 약 64.1%인 반면, 저용량인 0.2mg에서는 56.5%의 억제 수준을 유지한다. 즉, 0.2mg 복용만으로도 1mg 정량 대비 약 80% 이상의 방어력을 보존할 수 있다.
최근 미국피부과학회지(JAAD)에 발표된 5675명의 경구 피나스테리드 복용군 중 성기능 부작용을 겪은 환자들을 추적 관찰한 연구 결과도 주목할 만하다. 기존 용량을 그대로 유지한 군은 시간이 지나면서 약 50% 환자들이 부작용이 호전되었고 나머지 절반은 부작용이 지속됐다. 반면 복용량을 단계적으로 감량한 군에서는 75%가 성기능 부작용에서 호전되면서 치료를 안정적으로 지속할 수 있었다.
약을 무작정 포기하는 대신 용량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네 명 중 세 명은 부작용에에서 벗어나 모발을 지킬 수 있다는 뜻이다. 1차 감량 후에도 증상이 남았던 일부 환자 역시 0.2% 내외로의 추가 감량이나 바르는 형태의 약으로의 전환을 통해 증상을 해소했다.
감량 방식을 설계할 때에는 약제별 반감기와 제형을 엄격히 구분해야 한다. 피나스테리드는 체내 반감기가 6~8시간으로 짧아, 이틀에 한 번 복용하는 격일 요법을 적용하면 투약하지 않는 날에 혈중 약물 농도가 급격히 떨어져 모낭이 DHT에 무방비로 노출될 위험이 있다. 따라서 피나스테리드는 반드시 매일 일정한 시간에 복용하는 루틴을 유지해야 한다.
반면 두타스테리드는 최종 반감기가 3~5주에 달해 체내 축적성이 높으므로 격일 복용 시에도 혈청 DHT 억제율을 80~85% 선으로 유지할 수 있다. 그래도 매일 복용하는 것이 혈중 농도 변동을 최소화하는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지만, 이틀에 한 번 복용하는 방식도 고려해볼 수 있다. 다만 두 약제 모두 일주일에 한두 번만 복용하는 방식은 유효 농도를 유지하지 못해 권장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료 초기인 3~6개월 동안은 유효 농도를 빠르게 높이는 것이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으므로 약물에 특별한 이상 반응이 없다면 매일 정량을 복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단 5~10% 효능 차이라 하더라도 모발 밀도 보존 측면에서는 정량 복용이 최선의 결과를 내기 때문이다.
용량 조절은 부작용이 발생해 치료를 중단해야 하는 기로에 섰을 때, 5% 내외의 미세한 억제력 차이를 감수하면서 약물 순응도를 유지해 모발 전체를 지켜내기 위한 근거 기반의 합리적인 임상적 타협이다. 부작용이 의심된다면 자의로 단약하기 전에 약리학적 특성을 고려한 단계적 감량을 의사와 먼저 논의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진오 뉴헤어모발성형외과 대표원장
[email protected] 김현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