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제에도 다시 살아나는 암세포...두가지 약물 쓰자 내성없었다 [헬스LAB]
[파이낸셜뉴스] 항암제는 암세포의 DNA를 망가뜨려 암세포를 죽인다. 하지만 암세포가 망가진 DNA를 스스로 고쳐 내면 살아남고, 잘 듣던 약도 점점 효과가 줄어든다. 국내 연구진이 암세포의 이 '수리 능력'에 브레이크를 걸어 차세대 항암제의 효과를 끌어올리는 방법을 찾아냈다.
16일 POSTECH(포항공과대학교)에 따르면 POSTECH 생명과학과·융합대학원 김태경 교수, 통합과정 정혜림 연구팀은 큐리언트 연구팀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신약 후보 물질 '모카시클립(mocaciclib, Q901)'을 '항체-약물 접합체(ADC)'와 같이 쓰면 항암 효과가 크게 높아진다는 사실과 그 원리를 밝혀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인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게재됐다.
ADC는 암세포를 찾아가는 항체에 강력한 항암제를 실어 보내는, 일종의 '유도미사일' 항암제다. '엔허투(T-DXd)'와 '트로델비(SG)'가 대표적이며, 둘 다 암세포의 DNA를 손상시키는 약물을 싣고 있다. 문제는 암세포가 DNA 복구 능력을 키우면 효과가 떨어지고, 한 약에 생긴 내성이 비슷한 다른 ADC로 번진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유전자의 '시동'을 거는 효소 'CDK7'에 주목했다. 세포가 단백질을 만들려면 먼저 유전자를 읽어야 하는데, CDK7이 그 출발 신호를 준다. 큐리언트가 임상 개발 중인 '모카시클립(mocaciclib)'은 유사 효소보다 CDK7을 200배 이상 정확히 골라 막는다.
모카시클립은 억제된 CDK7을 유전자의 출발선에 붙잡아 두어, 유전자를 읽는 RNA 중합효소가 출발하지 못하게 했다. 그 결과 암 성장을 이끄는 단백질(MYC, E2F)의 활동이 줄었고, 암세포가 DNA 손상을 고치는 데 쓰는 유전자들의 발현도 함께 떨어졌다.
또 ADC가 남긴 DNA 손상은 유전자를 읽으며 지나가던 효소가 그 자리에 부딪혀야 비로소 치워지기 시작한다. 효소가 출발조차 못 하니 충돌이 일어나지 않았고, 손상은 그대로 암세포에 쌓여 갔다. 고치는 유전자도 줄이고, 고치는 과정이 시작될 기회까지 없앤 셈이다.
두 약물을 함께 쓴 효과는 소세포폐암, 대장암, 폐암 모델에서 확인됐다. 특히 엔허투가 잘 듣기 어려운 조건의 대장암 동물 모델에서도, 두 약물을 함께 투여하자 종양이 더 자라지 않았다. 종양 성장 억제율은 102%로 나타났다. 약물을 하나만 투여했을 때는 약 11일 뒤 종양이 다시 자랐지만, 함께 투여한 경우에는 실험 기간 내내 효과가 유지됐다. 트로델비와 함께 썼을 때도 종양 억제 효과가 높아졌다.
연구를 주도한 POSTECH 김태경 교수는 "선택적 CDK7 억제가 전사 조절을 통해 DNA 손상 복구를 막고 ADC의 효과를 높이는 원리를 밝혔다"며 "표적 단백질이 적거나 부작용 때문에 용량을 줄여야 하는 환자, 여러 ADC를 차례로 사용하는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 전략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mail protected] 연지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