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출판

저마다의 시월 이야기 엮어… 공포의 기억에서 희망을 찾다[내책 톺아보기]

장인서 기자
파이낸셜뉴스

이경아 소설가가 전하는 당신의 시월

당신의 시월 / 이경아 / 달아실
당신의 시월 / 이경아 / 달아실

이 연작소설은 다섯 편의 이야기가 있다. 다섯 갈래 길이라고 생각하고 정해진 순서가 아닌 자신만의 첫 길을 선택하면 된다. 선택이 시작된 스무 살이면 좋다. 그때를 기억하는 스무 살 같은 당신이어도 좋다.

'당신들의 푸가'로 시작했는가? '떠남'으로 시작하고 싶었다면 이제 보이는 대로 말할 수 있는 당신이 된 것이다. 산을 넘으면 너른 곳이, 계곡을 지나 바람을 헤치고 나오면 잔잔한 바다가 맞이할 것이다. 하늘을 나는 새의 눈으로는 술래잡기 놀이로 보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 이야기는 로드무비처럼 1부와 2부로 나눠지다 동행이 뒤바뀌기도 한다.

'흙냄새'는 전원일기로 시작했다가 전쟁에서 살아남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야 하는 이야기로 맺는다. 농사를 배워보려던 '나'는 농사짓기에 실패하지만 부모님의 어린 시절을 인지하게 되는 이야기다.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왜 농사를 지었고 왜 농촌을 떠났으며 왜 후대의 자손은 서울에서 살았으면 하고 원했는지 생각해본다.

'그녀의 영화'는 서울에서 스무 살을 살아온 3대의 여성의 목소리다. 장례식장에서 만난 고인이 된 영화감독과의 대화로 시작한다. 그가 생전에 쓰고 영화화되지 못한 시나리오에서 연극무대의 주인공처럼 '그녀들'이 등장한다. 가면을 바꿔가며 등장하는 것 같기도 하고, 영화책(대본)을 돌아가며 낭독하는 것 같기도 하다. 책은 서로를 이어주고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게 한다. 소설은 다음을 강조한다. "역사가 변동하지 않는 한 개인의 역사는 변동이 가능하지 않다."

'당신의 시월'. 표제작인 이 작품은 그날의 기억과 감각을 조각조각 끄집어내어 공포의 시월을 전혀 모르는 젊은이들에게 보여준다. 국가폭력이 자행한 억압에서 풀려나는 길은 자신의 자유로운 상상인지도 모른다. 공포를 함께해 준 누군가를 기억하고자 한다. 삼박 사일의 추위와 또 이어진 공포의 시간들, 보이지 않는 사람으로 버려진 신세가 되었던 지난날 속에서도 사랑과 생명을 되찾으려 한다.

'이젠 올 수 있는 사월'은 제주 답사 기행문을 써야 하는 상황에서 스무 살로부터 시작되어 끝나버린 이십 년을 기억한다. 그 기억 속 이십 년의 침묵을 이해한다. '각재기국', '적갈', '안거리 밖거리' 같은 말과 의미를 알아듣는 주인공은 잃어버린 시간에서 다시 주인공이 되어본다. 여성의 목소리는 국가폭력을 증언하는 데도 매우 유효한 방식이다.

'그녀들의 수다-바닷가에서 천천히'. 김혜나 배우와 전선영 영화감독과 나눈 대화다. "어느새 과거로 현재로 상상 속으로 긴 여행을 하는 것 같았어요."(김혜나 배우), "그들을 만나면 '나도 사실은 말이야......'라고 말해주고 싶어요."(전선영 감독)라는 말을 들으며 독서는 자기를 발견하는 글쓰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석 교수는 "기억이란 외면할 때는 생채기로 남는 것이다"라고 하며 신수원 영화감독은 "언젠가 나의 근원을 탐구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연작소설 '당신의 시월'. 자신의 삶을 살고 있는 당신의 책이 되길 바란다.

이경아 소설가


#연작소설 #기억 #희망 #김석 교수 #신수원 영화감독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