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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미투자 이제 '기업의 시간', 부담 떠넘겨선 안 돼

파이낸셜뉴스

한미 재계총회 15일 서울에서 개최
관건은 수익성, 끝까지 철저 검증을

15일 서울 영등포구 FKI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한미재계회의 총회에서 참석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15일 서울 영등포구 FKI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한미재계회의 총회에서 참석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미 양국 재계가 대미 전략투자의 성공적 이행을 위해 협력을 다짐했다. 한국경제인협회와 미국상공회의소는 15일 한미재계회의 총회에서 신속한 인허가와 비자 문제 해결 등을 양국 정부에 촉구하는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류진 한경협 회장은 대미 전략투자가 본격 실행 단계에 들어섰다며 "이제 기업의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간 협상으로 마련된 투자계획이 기업의 실질적인 집행을 통해 성과로 이어져야 한다는 뜻이다. 관건은 사업성과 수익성이다. 이를 민관이 끝까지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

한미 양국은 앞서 대미투자 1호 사업으로 텍사스 가스복합화력발전소 건설을 확정하고 미국 내 원전 8기 건설 협력에도 큰 틀에서 합의했다. 원전사업에는 최대 1200억달러의 전략투자기금이 투입될 수 있다. 원전 건설 투자와는 별개로 SK·삼성·현대·두산 등 국내 대기업들이 한전·한수원 등 공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 미국 원전기업 웨스팅하우스 지분 5~10%를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SK가 조 단위 투자를 검토하는 가운데 지분인수 총액은 최대 4조원으로 알려졌다.

인공지능(AI) 발전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미국 원전시장 진출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원전 설계·시공과 핵심 기자재 공급 등으로 우리 기업의 사업 영역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웨스팅하우스는 한국형 원전의 지식재산권을 문제 삼아 한전·한수원과 오랫동안 법적 분쟁을 벌인 당사자다. 지난해 분쟁을 끝냈지만 기술사용료와 일감 배분 등 합의조건을 둘러싼 논란은 여전하다. 이런 전례를 감안할 때 기대만으로 수조원을 투자할 순 없다.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인 웨스팅하우스의 기업가치 평가도 크게 엇갈린다.

공모가보다 10% 할인된 가격에 지분을 인수할 수 있다고 하지만 이 역시 적정한 가격인지 따져봐야 한다. 소수 지분을 확보하고, 원전 수주나 경영참여에 얼마나 실익을 가져다줄지도 불투명하다. 기업들이 투자 규모에 상응하는 의결권과 사업참여 기회를 보장받을 수 있는지 재차 확인해야 한다. 수익배분과 투자금 회수조건도 명확히 해야 한다. 투자에 걸맞은 권한과 수익을 확보하지 못하면 막대한 자금만 묶일 수 있다.

정부가 대미투자 이행을 위해 민간기업의 참여를 독려할 순 있다. 그러나 기업의 자율적 판단은 존중해야 한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한전과 한수원의 재무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지분투자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렇다고 공기업의 부담을 민간에 떠넘기거나 정부가 투자를 압박해선 안 된다. 기업들이 원전 수주에 따른 기대이익과 지분투자 수익, 잠재적 손실 위험까지 종합적으로 따져 참여를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사업을 둘러싼 미국의 압박도 우려스럽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4일 한국이 이 사업에 50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고 거듭 못 박았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경제성과 법적 요건을 검토해 추진 여부를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알래스카 사업은 초대형 가스관과 LNG 수출시설을 건설해야 해 시작부터 막대한 투자비가 필요하다.

설령 사업 자체의 수익성이 떨어지더라도 전략적 가치 등을 고려해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반대급부가 무엇인지 분명히 밝히고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미국의 정치 일정에 떠밀려 일방적 불이익을 감수해선 안 된다. 정부는 투자 위험을 줄이는 데 끝까지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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