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전문가들 "우크라, 北포로 일방 공개로 韓 대러·대북 전략 훼손"
(워싱턴=뉴스1) 이훈철 특파원 = 우크라이나가 북한군 포로의 한국 송환을 공개함으로써 한국의 복잡한 대(對)러시아 전략과 대북 전략이 차질을 빚게 된 것이 한국 정부가 이번 사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라는 미국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왔다. 우크라이나가 한국 사정에 대한 면밀한 이해 없이 자국 입장만을 감안해 러시아와 북한의 공조를 겨냥한 심리전을 노렸다는 지적이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석좌는 15일(현지시간) CSIS 대담 프로그램 '캐피털 케이블'에서 "한국이 이번에 이렇게까지 반발한 이유 중 하나는 대러 전략이 흑백으로 나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앞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포로 송환 사실을 공개하면서 시작됐다. 우리 정부는 양국이 관련 사안을 비공개로 진행하기로 합의했다며 우크라이나 측의 공식적인 사과와 해명을 요구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북한군 포로 인도 사실을 비밀로 유지하기로 약속한 적이 없다며 한국 측 주장을 부인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일 우크라이나의 공개 사과가 없을 시 '추가 조치'를 예고했고, 지난 10일 정부는 박기창 주우크라이나 대사를 본국으로 불러들였다.
차 석좌는 이런 한국의 반발 배경을 두고 "한국은 간접적으로 우크라이나를 지원해 왔지만 동시에 언젠가 러시아 사업을 재개하고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을 다시 여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짚었다.
에너지 안보도 변수로 꼽았다. 그는 "한국은 호르무즈 해협 원유 의존도를 반드시 낮춰야 하고, 해협이 다시 열리더라도 대체 공급원을 찾아야 한다"며 "그 길이 중앙아시아와 흑해를 거친다면 러시아와 원만한 관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차 석좌는 "물론 대북정책도 관련이 있지만 이번 반발의 일부는 대러 정책과 연관돼 있다"며 "한국의 현재 전략은 우크라이나 편이지만 장기적으로 러시아에 대해서는 매우 양면적"이라고 말했다.
또 "(한국은) 러시아와 정상 관계로 돌아갈 기회를 찾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 문제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고 진단했다.
차 석좌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한국 정부의 이런 사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러시아를 지원하는 "북한을 상대로 심리전"을 노렸을 것으로 봤다.
이재명 대통령은 한미동맹 위기설이 논란이 되자 13일 국무회의에서 "대한민국과 한미동맹 관계는 매우 중요하며 외교의 축이라고도 할 수 있다"며 진화에 나서면서도 "한편으로 우리를 둘러싼 주변 강국들과의 관계 관리도 여전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외교 방침은 명확하게 실용적 국익 외교"라고 강조했다. 중국, 러시아, 북한 등 주변국과 관계를 소홀히 할 수 없다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내 북미대화 추진을 앞두고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하려던 이재명 정부의 대북 구상과도 연결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미 중앙정보국(CIA)과 국가안보회의(NSC) 등을 거친 시드니 사일러 CSIS 선임고문은 이날 대담에서 "트럼프·김정은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서울이 평양에 포로 송환을 미리 귀띔하고,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으로서는 러시아에 파병한 자국 병사가 생포된 후 한국이 품에 안겼다는 사실이 자존심을 건드리는 일이자, 그간 러시아와 북한 양측이 구축해 온 영웅적 서사를 훼손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사일러 고문은 "(북한의) 두 영웅이 겁쟁이가 돼 한국으로 갔다는 건 북한의 서사와 맞지 않는다"며 "사태가 길어지면 북한이 무언가 말할 가능성이 커지고, 이는 이 대통령에게 또 하나의 정치적 손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젤렌스키의 일방적인 유엔총회 무대 공개 발언으로 이 대통령의 대북 접근법이 무너져 한국이 강력히 반발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