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는 치솟고 소비는 식는다…美 생산자물가 6.3% 급등
자동차·주유소 제외 소매판매 증가율 1.1%→0.25%
고유가 충격 생산비로 전이…연준 금리 인상 압박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미국의 생산자물가가 2022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경유 가격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충격이 생산현장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전날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예상을 웃돈 데 이어 생산자물가지수(PPI)까지 급등하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압박도 한층 거세졌다.
미 노동통계국(BLS)은 15일(현지시간) 9월 생산자물가지수가 전월 대비 1.3%, 전년 동월 대비 6.3%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월간 상승률은 2022년 3월 이후, 연간 상승률은 2022년 12월 이후 각각 최고 수준이다. 시장 예상치인 전월 대비 0.6%, 전년 동월 대비 5.5%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PI도 전월 대비 0.7%, 전년 동월 대비 5.0% 상승했다.
이번 생산자물가 급등의 핵심 원인은 에너지 가격이다. 미국과 이란 간 전쟁으로 중동 지역 원유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국제유가와 경유 가격이 치솟은 영향이다.
주목할 부분은 에너지 가격 상승이 다른 생산재 가격으로 전이되고 있다는 점이다.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9월 즉시 수요용 가공재 가격 상승분의 거의 절반이 경유 가격 상승과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
경유는 화물트럭과 철도, 농업 및 산업용 장비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따라서 경유 가격 상승은 운송비와 생산비를 높이고, 이는 다시 기업의 제품 가격 인상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에너지 가격 급등이 단순히 주유소 가격에 그치지 않고 미국 경제 전반의 비용 구조를 흔들고 있다는 의미다.
생산자물가 급등은 전날 발표된 소비자물가와 연준 경기동향 보고서인 베이지북에서 확인된 인플레이션 압력을 더욱 부각시켰다. 14일 발표된 9월 CPI는 전년 동월 대비 3.7% 상승해 시장 예상치인 3.6%를 웃돌았다. 전월 대비로도 0.6% 올랐다.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 역시 전월 대비 0.3%, 전년 동월 대비 2.6% 상승하며 시장 전망치를 각각 0.1%p 상회했다.
같은 날 발표된 연준 베이지북에서도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가 두드러졌다. 투자분석업체 베스포크 인베스트먼트 그룹에 따르면 이번 베이지북에서 인플레이션 관련 용어가 언급된 횟수는 집계 이래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반면 소비에서는 둔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이날 별도로 발표된 9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8% 증가해 시장 예상치인 0.4%를 웃돌았다. 그러나 전월 증가율이 1%를 넘었던 것과 비교하면 증가세가 약해졌다.
특히 자동차와 주유소 판매를 제외한 소매판매 증가율은 전월 약 1.1%에서 9월 0.25%로 급격히 둔화했다. 경유와 휘발유 등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가계 부담이 커지면서 소비자들이 다른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지출을 줄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email protected] 이병철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