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환경 4위 제주… 청년 정규직 비율 17위·돌봄 12위
보육·문화시설 보급 전국 1위에도
일자리·주거·초등 돌봄 여건 취약
제주대, 대학·공기업·지역 대책 논의
육아휴직 경력 보호·돌봄 연속성 강조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제주 출산환경지수는 전국 4위지만 청년층 정규직 근로자 비율은 17개 시·도 중 최하위로 나타났다. 보육시설은 많아도 초등 방과후 돌봄이 뒤처져 안정적인 일자리와 지속적인 양육 지원이 과제로 제기됐다.
16일 제주대학교에 따르면 전날 아라컨벤션홀에서 '다양성과 포용의 시대, 함께 만드는 양성평등의 미래'를 주제로 2026 양성평등 세미나가 열렸다. 제주대 여교수협의회(회장 김수연)와 제주도, 제주대 교수회, 제주대 법과정책연구원이 공동 주최했다.
제주도 성평등협의회 특화사업으로 마련된 이번 세미나에서는 출산·양육 환경의 지역별 격차와 대학 연구자의 경력 보호, 공기업의 일·가정 양립 사례 등을 중심으로 제도개선 방안이 논의됐다.
가장 주목된 대목은 출산 인프라와 실제 양육 여건의 격차다. 강권오 제주여성가족연구원 연구위원은 "전국 17개 시·도의 출산환경지수를 분석한 결과 제주가 4위에 올랐다"고 밝혔다.
지난해 제주여성가족연구원이 발표한 '제주 지역 출산환경지수 개발 연구'에 따르면 제주 점수는 100점 만점에 53.649점으로 전국 평균 44.021점을 웃돌았다. 강원 60.600점, 세종 55.825점, 전북 54.647점에 이어 네 번째로 높았다.
출산환경지수는 경제·고용·주거, 가족·생활, 보건·안전, 사회·제도 등 4개 영역의 31개 지표를 종합한 수치다.
세부 지표에서는 뚜렷한 불균형이 나타났다. 제주의 보육시설과 문화기반시설 보급도는 전국 1위였지만 청년층 정규직 근로자 비율은 17위에 그쳤다. 소득 수준은 16위, 자가 점유 비율은 14위로 일자리와 주거 안정성이 취약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방과후 돌봄시설 보급도는 12위에 머물렀다. 영유아기 보육시설이 상대적으로 충분하더라도 자녀가 초등학교에 진학한 이후까지 돌봄이 안정적으로 이어지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진단이다.
산후조리원 보급도 역시 전국 5위였지만 이용 요금은 14위로 나타났다. 시설 접근성과 실제 경제적 부담을 구분해 정책을 설계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강권오 연구위원은 청년 일자리의 질 개선과 주거 안정, 초등 이후 돌봄의 연속성 확보, 출산 초기 비용 부담 완화, 생활권 아동안전 환경 조성, 결혼·출산 인식 개선 등 5개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대학 연구자의 육아휴직과 경력단절 문제도 논의됐다. 김상미 제주대 실버케어복지학과 교수는 "일·가정 양립 정책을 단순한 복지 지원이 아닌 연구경력 보호의 관점에서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산·육아로 연구활동이 중단된 기간을 업적평가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고, 복귀 초기의 수업과 행정 부담을 한시적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특히 복귀연구비와 연구보조인력을 함께 지원하는 '리턴 투 리서치(Return-to-Research)' 제도를 제시했다. 출산·육아 이후 연구자가 기존 연구활동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필요한 재원과 인력을 묶어 지원하는 방식이다.
남성 교원의 육아 참여 확대와 연구경력 보호 정책의 실효성을 확인할 데이터 기반 점검체계 구축도 주요 과제로 꼽았다.
공기업의 제도 운영 사례도 소개됐다. 김진호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차장은 3년간 육아휴직을 사용하며 세 자녀와 어머니를 돌본 경험을 공유했다.
김 차장은 "남성의 돌봄 참여는 여성의 경력 지속과 직접 연결된다"고 강조했다. JDC의 배우자 출산휴가 확대와 직장어린이집 운영, 육아기 재택근무, 방학 중 육아나눔 프로그램 등도 일·가정 양립 사례로 소개했다.
종합토론에서는 제도 이용에 따른 불이익 방지와 정책의 실효성 확보가 핵심 쟁점으로 다뤄졌다. 이예안 제주대 교수가 좌장을 맡고 송정국·박려옥 제주대 교수, 이재홍 이화여대 교수, 송서순 제주대 법과정책연구원 박사, 배화정 제주도청 팀장이 참여했다.
송정국 교수는 출산환경지수를 정책 우선순위와 효과 평가의 근거로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이재홍 교수는 육아휴직에 따른 인사상 불이익 금지 등 돌봄 관련 권리의 법적 보호를 강조했다.
송서순 박사는 출산영향평가 조례의 실효성과 제주형 통합돌봄 플랫폼의 법적 근거 마련을 제시했다. 박려옥 교수는 경력 보호제도의 지원 대상과 기간, 업적평가 방식을 구체화해 구성원 간 형평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수연 제주대 여교수협의회장은 "양성평등은 제도가 있다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누구나 불이익 없이 제도를 쓸 수 있는 문화가 함께 만들어질 때 비로소 일상의 가치가 된다"고 강조했다.
[email protected] 정용복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