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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전작권 전환, 강신철 장관 '신뢰론' vs 브런슨 사령관 '정전 책임론' 충돌

이종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강신철 국방장관 "한미동맹 신뢰 보장되면 지금 당장 전환해도 강력한 지휘체계 작동"
브런슨 사령관 SNS 작심 발언 "정전협정 임무 완수, 양국의 영토 수호가 저의 책무"
제46차 SCM '조건에 기초한 전환 계획(COTP)'은 영내 안보 환경 변화가 핵심 변수

강신철 국방부 장관이 지난 2일 경기 평택 캠프 험프리스를 방문해 제이비어 브런슨 사령관과 대화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강신철 국방부 장관이 지난 2일 경기 평택 캠프 험프리스를 방문해 제이비어 브런슨 사령관과 대화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파이낸셜뉴스] 최근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의 세부 검증 기준과 정전 체제의 지휘 권한을 둘러싸고 한미 군 수뇌부 간의 기조 차이가 국회 국정감사장과 워싱턴에서 동시에 터져 나왔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 사령관이 자신의 공식 SNS를 통해 정전협정 집행 책임과 동맹 이간질 세력을 언급하며 고강도 원칙론을 펴자, 강신철 국방부 장관은 '한미동맹의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한 즉각적인 전환 가능성을 언급하며 관점의 격차를 드러냈다.

■강신철 장관의 정면 승부 "신뢰만 있다면 내일 전환해도 지휘체계 더 강력"
지난 1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군사법원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한 강신철 국방부 장관은 브런슨 주한미군 사령관의 최근 발언에 대해 군사적 수준에서의 우려를 정식으로 전달했다고 명시하면서도, 우리 군의 독자적 방위 리더십과 한미 연합 방위 체제의 결속력에 강한 자신감을 표명했다.

강 장관은 "한미동맹의 신뢰가 보장된다면 전작권은 지금 당장, 혹은 내일 전환하더라도 전혀 문제가 없다"고 단언했다. 지휘구조 변화에 대해서도 "한국을 잘 아는 한국 측 사령관이 지휘하고 가장 강한 미군이 지원하는 개념으로 바뀌는 것"이라며 "한국군 사령관이 주도하고 미군이 백업하는 구조는 지금보다 더 강력한 지휘체계가 될 수 있다"고 군사학적 정당성을 설명했다. 전작권 검증 과정을 과학적 정량 분석인 '사이언스(Science)'와 전략적 정성 판단인 '아트(Art)'의 영역으로 비유하며, 동맹의 신뢰(Art)가 있다면 조건은 얼마든지 충족될 수 있음을 피력했다. 다만 전작권 전환 조건 자체의 변경 여부에 대해서는 한국군의 연합방위 주도 능력 등 '3대 조건'의 기본 틀은 변함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브런슨 사령관 SNS 작심 발언, 한미 양국의 영토를 수호하는 게 저의 책무
미국 워싱턴 D.C.에서 전개된 미국 정부와 군 수뇌부의 논리는 철저하게 '정전체제의 책임과 합의 문서'에 기반하고 있으며, 이는 브런슨 사령관이 개인 SNS를 통해 표출한 발언들에 담겨 있다. 브런슨 사령관은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세미나 발언 직후 자신의 공식 SNS를 통해 한미 동맹의 특수성과 사령관으로서의 영토 수호 책무를 피력했다. "I spoke today at the summit. The ROK-U.S. alliance has lasted for over 70 years and is unlike any other alliance in the world. Defending the territory of both the Republic of Korea and the United States is my duty."(오늘 정상회의에서 연설했다. 한미 동맹은 70년 이상 이어져왔으며 전 세계 그 어떤 동맹과도 다르다. 대한민국과 미국 양국의 영토를 수호하는 게 저의 책무다.)
브런슨 사령관은 이어 현재의 한반도 안보 지형과 정전 체제의 본질을 겨냥하는 메시지를 남겼다. "How can a peace regime be established in a place where peace does not exist? Armistice is not peace."(평화가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 어떻게 평화 체제를 구축할 수 있겠느냐? 정전은 평화가 아니다.) "Although South Korea did not sign the armistice agreement, I have a responsibility to enforce the agreement to protect the South Korean people."(한국이 정전 협정에 서명하지 않았지만, 자신은 한국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서 협정을 집행할 책임이 있다.) 특히 대한민국이 정전협정에 직접 서명하지 않은 역사적 한계를 짚어내며, 한미를 대리하는 자신이 가진 정전 관리 임무의 정당성을 피력했다. "We have an agreed document. However, the Republic of Korea did not sign the armistice agreement. Nevertheless, I am tasked with executing that agreement to protect the Korean people." (우리에게는 합의된 문서가 있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정전 협정에 서명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나는 한국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그 협정을 집행할 임무를 맡고 있다.) 동시에 브런슨 사령관은 한반도 정세 변화의 틈새를 노리는 움직임을 두고 "There are forces everywhere trying to disparage and drive a wedge into the ROK-U.S. alliance."(한미 동맹을 폄훼하고 이간질하려는 세력이 도처에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전작권 공식 검증과 관련해서도 사령관은 "I am in full support of OPCON transfer that is conditions-based. Full stop."(저는 조건에 기반한 전작권 전환을 전폭적으로 지지한다. 이것이 전부입니다.)라면서도, "But conditions have changed, and because we have changed our plans, there are new standards that must be met."(그러나 조건이 변했고, 우리가 우리의 작전 계획을 바꿨기 때문에 충족해야 할 새로운 기준이 생겼다.)라고 결론지으며 정량적 검증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전작권 이양의 뼈대, 2014년 제46차 SCM 'COTP' 협정의 실체
외교 안보 전문가들은 이러한 브런슨 사령관의 SNS 작심 발언과 원칙론적 수사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10월 제46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 서명된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 계획(COTP, Condition-Based Operational Control Transition Plan)' 문서의 정신을 그대로 고수하고 있는 움직임이라고 분석한다. 당시 합의된 COTP의 핵심은 "몇 년도까지 전작권을 넘긴다"는 정치적 시한을 없애는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당시 양국 국방장관은 시한부 전환의 위험성을 차단하기 위해 △한국군의 핵심 군사 능력 확보 △ 동맹의 포괄적인 북핵·미사일 위협 대응 능력 △ 안정적 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 및 영내 안보 환경이라는 '3대 조건'에 공식 합의했다.

미국 군 수뇌부는 최근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고도화되고 영내 안보 환경이 악화됨에 따라, 지난 윤석열 정부 시절 '한·미 핵·비핵 공동작전계획(OPLAN)'이 전면 개정된 현실에 주목한다. 군사적으로 작전 계획이 완전히 바뀐 만큼, 2014년 SCM 협정 문서 속 3대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요구되는 세부 정찰 자산의 소요와 대응 능력의 정량적 기준(Science) 역시 변화하는 전장 환경에 맞춰 다시 평가되는 것이 당연한 군사적 팩트라는 뜻이다. 강 장관 역시 전작권 전환 방식을 '조건 기초'에서 완전히 '시기 지정'으로 변경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양국 정부의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라며 다소 회의적인 선을 긋고 방어막을 친 것도 이 같은 미국의 확고한 원칙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해외 군사연구소 조망 '제1도련선' 메가 전구 속 전작권의 무게
이러한 한미 간의 팽팽한 관점 격차는 한반도라는 국지적 영역을 넘어 글로벌 안보 패러다임의 대전환 속에서 조망되어야 한다. 영국의 세계적인 국방 안보 싱크탱크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군사 지정학이 단일 국가 간의 양자 동맹을 넘어, 다자간 연합 방위 체제(킬웹)로 급격히 재편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IISS의 최신 분석에 따르면, 미 군 수뇌부가 구상하는 핵심 억제 전략은 쿠릴열도에서 일본, 대만, 필리핀으로 이어지는 '제1도련선(First Island Chain)'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메가 전구(Mega Theater)'로 묶는 구조다. 이는 유럽의 '나토(NATO) 제5조' 집단방위 개념과 궤를 같이한다. IISS는 북핵 위협의 고도화와 영내 안보 환경 변화에 맞춰 한미가 작전계획을 고도화하는 흐름 역시 이 같은 다자간 연합 억제 메커니즘과 직결되어 있다고 평했다.

■美 현대 군사 협력의 철칙, '퍼싱 룰(Pershing Rule)'의 시사점
한편, 한미 전작권의 정량적 조건과 지휘권 이양을 둘러싼 논쟁의 저변에는 미군의 오랜 군사적 대원칙인 '퍼싱 룰(Pershing Rule)'이 자리 잡고 있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존 퍼싱 장군이 확립한 이 원칙은 야전 사령관에게 군사 작전과 지휘의 전권을 완벽하게 위임하되, 아군의 핵심 감시 능력 및 정보 자산의 한계를 대외적으로 노출하지 않는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전작권 전환 검증 과정에서 미국 군 수뇌부가 보여주는 완고한 '사이언스(Science)' 중심적 태도는 철저히 이 퍼싱 룰에 부합한다. 작전계획과 연합 자산의 정밀한 탐지 능력이 완벽하게 구비되었음이 과학적으로 증명되기 전까지는, 정치적 일정이나 시한 압박에 밀려 군사 주권을 섣불리 이동하지 않는 것이 야전의 생리이자 철칙이기 때문이다. 결국 전작권의 문제는 단순히 지휘권의 타이밍을 다투는 정치적 안건이 아니라, 퍼싱 룰에 기반하여 연합군의 핵심 자산과 실시간 첩보망 공유의 가치를 극대화하면서 아태 지역 전체의 연합 억제력을 어떻게 최적화할 것인가라는 거시적 동맹 재편의 문제로 다루어져야 한다는 시사점을 명확히 던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email protected]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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