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하이닉스 14조 던진 외인…폭락장서 몰래 쓸어 담은 종목은?
[파이낸셜뉴스]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가 반도체 투톱을 중심으로 대규모 매도세를 쏟아내고 있는 가운데, 해운·조선·유통 등 일부 업종을 집중적으로 사들이는 뚜렷한 '선별 매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인공지능(AI) 고점론과 실적 피크아웃 우려로 대형 반도체주는 덜어내는 반면, 방어주나 실적 개선 기대감이 높은 종목으로 수급 피난처를 옮겨가는 양상이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10월 1~15일) 들어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8조 68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 중 삼성전자(4조 9278억 원)와 SK하이닉스(9조 3600억 원) 두 종목의 순매도 합계액만 14조 2878억 원에 달했다. 코스피 전체 외국인 순매도 대금의 79.3%가 대형 반도체주에 집중된 셈이다.
거센 '셀 코리아' 기류 속에서도 외국인의 연속 러브콜을 받은 종목들이 두각을 나타냈다. 대표적인 종목이 HMM과 SK텔레콤이다. 외국인은 두 종목을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5일까지 10거래일 연속 순매수했다. HMM은 이달에만 894억 원을 순매수해 코스피 종목 중 매수 상위 5위에 올랐으며, 코스피가 폭락했던 15일에도 96억 원어치를 담았다. 연간 누적으로 순매도 기조였던 SK텔레콤 역시 이달 들어 595억 원어치를 사들이며 방어주 매력을 입증했다.
연간 누적으로는 팔아치웠던 종목을 10월 들어 다시 쓸어 담는 '방향 전환'도 포착됐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 2일부터 8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이어가며 이달 누적 1022억 원(코스피 3위)을 기록했고, 15일 폭락장 속에서도 258억 원을 사들이며 당일 순매수 1위를 차지했다. 7거래일 연속 매수세가 유입된 DB하이텍도 이달 956억 원을 순매수해 대형 반도체주와 정반대 행보를 보였다.
대한항공은 연간(1조 1403억 원)과 이달(567억 원) 모두 외국인 순매수 상위권에 머물며 15일에도 206억 원이 유입됐다. 15일 장중 9%대 폭락 속에서 롯데쇼핑(179억 원), 신세계(169억 원), 현대백화점(158억 원) 등 주요 백화점 유통주가 나란히 당일 외국인 순매수 4~6위에 오른 점도 눈에 띈다. 신세계와 현대백화점은 이달 순매수 총액의 절반가량이 15일 하루에 집중됐다.
반면 이달 누적 순매수 1위였던 우리금융지주(5289억 원)와 2위 이수페타시스는 15일 매도 우위로 돌아서는 등 종목별 변동성도 확대됐다. 아울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한 코스피 종목에서도 이달 외국인 순매도 규모가 3조 7,190억 원에 달해 전반적인 수급 공백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가에서는 외국인의 본격적인 수급 복귀를 위해서는 월말 예정된 주요 이벤트의 불확실성 해소가 선행돼야 한다고 본다.
김재승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의 수급 공백 속에서 외국인 자금 흐름이 지수의 방향성을 쥐고 있다"며 "이달 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발표를 통한 반도체 수급 전망 및 추가 주주환원책 발표, 미국 중간선거 이후 정책 불확실성 완화 여부가 외국인 투자심리의 핵심 변수"라고 분석했다.
급락에 따른 가격 매력을 겨냥한 저가 매수 관점도 제기된다.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AI 업황과 물가 우려가 동시에 주가에 반영되며 급락해 밸류에이션 매력이 부각되는 시점"이라며 "기술적·밸류에이션 측면 지지 영역에 근접한 만큼 코스피 5000대 중반부터는 외국인 매도 강도가 둔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달 중하순 조정을 다음 달 반등을 겨냥한 저가 분할 매수 기회로 활용해 볼 만하다"고 덧붙였다.
[email protected] 문영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