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해외증시

엔비디아서만 2조 손실...서학개미 '악몽의 2주'

한영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미국 뉴욕의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한 트레이더가 근무하고 있다. 뉴시스 제공
미국 뉴욕의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한 트레이더가 근무하고 있다. 뉴시스 제공

[파이낸셜뉴스] 인공지능(AI) 반도체주의 폭락으로 서학개미의 계좌도 크게 흔들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와 함께 미국 증시의 반도체주도 동반 급락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반도체에 '올인'하는 투자 전략은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가장 많이 빠진 대형주 10개 중 9개가 반도체
18일 파이낸셜뉴스가 인베스팅닷컴 자료를 분석한 결과, 미국 증시의 시가총액 상위 100개 기업 가운데 최근 2주(10월2~16일) 동안 가장 많이 하락한 10개 중 9개가 반도체 관련주였다. 나머지 한 종목도 AI 데이터센터주로 묶였던 델이었다. 종목의 범위를 15% 이상 하락한 종목 14개로 넓혀도 11개가 반도체주였다.

키옥시아 미국주식예탁증서(ADR)이 2주간 33.9% 급락해 낙폭이 가장 컸다. 이달 초 12달러 수준이었던 주가가 지난 16일(미국 현지시간) 7.93달러까지 추락했다. 이달 14일(10.2%)과 16일(8.64%)에는 8% 이상 추락했다. 이어 ARM(-25.9%), 씨게이트(-24.7%), 인텔(-24.7%), 샌디스크(-24.5%)도 24% 이상 빠졌다.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24.2%)와 램리서치(-24.0%), KLA(-19.9%) 등 장비주도 직격탄을 맞았다. 마이크론은 18.2%, AMD는 16.6%, 마벨은 16.3% 하락했다.

이번 급락은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의 부상과 함께 AI 투자 자금조달 비용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8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지난 2008년 10월 이후 최장 연속 하락을 기록하기도 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레일리언트글로벌어드바이저스의 필립 울 연구원은 시장 반응이 과도하다고 평가하면서도 "올해 크게 오른 AI와 메모리주에서 투자자들이 차익을 실현할 명분을 찾고 있었다"라며 "이번 매도세는 AI 투자 심리가 작은 악재에도 흔들릴 만큼 취약해졌음을 보여준다"라고 지적했다.

■"반도체 올인 포트폴리오는 위험해"
문제는 서학개미의 투자금이 낙폭이 큰 종목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15일(한국시간) 기준 반도체주의 보관금액은 111억7000만달러(약 15조원)에 달한다. 마이크론(40억8000만달러), 샌디스크(20억4000만달러), AMD(17억9000만달러), 인텔(15억달러), 마벨(12억달러), 램리서치(5억6000만달러) 등 6개 종목의 보관금액을 가중한 2주 수익률은 -20.1%다.

엔비디아와 브로드컴까지 더하면 손실은 더 커진다. 엔비디아의 보관금액은 174억4000만달러(약 23조3310억원)로 보관금액 전체 2위였지만 주가는 2주 동안 8.5% 하락했다. 서학개미들이 27억5000만달러(약 3조6800억원) 들고 있는 브로드컴도 같은 기간 7.4% 떨어졌다. 두 종목까지 포함한 반도체 8개 종목의 보관금액은 313억6000만달러(약 42조원)에 달한다.

현재 보관금액에 2주 수익률을 단순 적용하면 서학개미는 엔비디아로 16억2000만달러(약 2조1600억원)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 마이크론(9억1000만달러), 샌디스크(6억6000만달러), 인텔(4억9000만달러) 등도 추정 손실액이 크다.

반도체와 달리 코노코필립스(15.6%), 엑슨모빌(9.1%) 등 에너지주와 월마트(14.0%), 코카콜라(9.6%), 필립모리스(9.5%) 등 소비재는 상위권에 올랐다. 2주 동안 크게 오른 종목 중 서학개미 보관금액 상위권(50위)에 포함된 종목은 코카콜라 한 곳뿐이었다. 반대로 하락률 상위 14개 중 6개가 보관 상위 50위에 자리했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올인' 포트폴리오를 바꾸라고 조언한다. 영국계 투자 플랫폼 AJ벨의 댄 코츠워스는 "반도체는 본래 경기 순환성이 매우 높은 산업인데 일부 투자자가 이를 잊은 듯하다"라며 "강한 수요가 영원히 이어질 것으로 보고 반도체주에 과도하게 노출됐다면 시장 조정이 나타날 때 큰 타격을 받게 되는 것"이라고 전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도 "반도체 실적이 좋아도 AI 투자가 실제 수익으로 연결되는지 확인되지 않으면 변동성이 이어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한영준 기자


#반도체주의 #서학개미 #엔비디아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기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