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태릉CC는 되고 세운4구역은 안 되나"…22년 기다린 주민들 심의 촉구

뉴스1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민의힘 조은희 간사와 김석기, 김승수, 윤용근 의원이 15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종묘 정전으로 세운4구역 재정비촉진사업 개요 및 이격거리, 건축물 높이 실증 등을 점검하기 위해 걸어오고 있다. 2026.10.15 ⓒ 뉴스1 박정호 기자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민의힘 조은희 간사와 김석기, 김승수, 윤용근 의원이 15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종묘 정전으로 세운4구역 재정비촉진사업 개요 및 이격거리, 건축물 높이 실증 등을 점검하기 위해 걸어오고 있다. 2026.10.15 ⓒ 뉴스1 박정호 기자
항공에서 찍은 세운4구역 모습(서울시 제공)
항공에서 찍은 세운4구역 모습(서울시 제공)

(서울=뉴스1) 구진욱 기자 = 서울 종로구 세운4구역 재개발 사업이 매장유산 보존방안 심의에 가로막힌 가운데 주민들이 조속한 심의 의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국민의힘도 정부가 추진하는 태릉CC 주택공급 사업과 비교해 국가유산 보존 기준에 '이중잣대'가 적용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18일 서울시에 따르면 국가유산위원회 매장유산분과 위원 11명은 지난 16일 오후 세운4구역 현장에서 매장유산 보존방안에 대한 현지조사를 진행했다. 현장에는 국가유산청과 사업시행자인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 주민대표 등이 참석했다.

이번 조사는 매장유산 보존방안 심의가 세 차례 보류된 데 따른 후속 절차다. 국가유산위원회는 2024년 1월 구체적인 보존방안 제출을 요구했고, 올해 8월과 9월에도 사업시행계획 확정 여부와 유구 보존 위치·방법, 전시계획의 적정성 등을 이유로 심의를 보류했다.

22년 기다린 주민들 "월 20억 금융비용…매장유산 심의 분리해야"

세운4구역 주민대표회의는 같은 날 국가유산위원들에게 호소문을 통해 조속한 결정을 촉구했다.

주민들은 "저희는 세운4구역의 착공을 20년 넘게 기다려 왔다"며 "재개발을 위해 세입자를 이주시킨 뒤 임대수입까지 끊긴 상황에서 더 이상의 부담을 감당할 여력이 한계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특히 매장유산 보존방안 심의와 세계유산영향평가는 별개 절차라는 점을 강조했다. 주민들은 "매장유산 심의를 '세계유산영향평가'의 인질로 삼지 마십시오"라며 "건축물의 높이나 세계유산 관련 절차는 다른 법과 기관이 다루는 문제"라고 주장했다.

세운4구역은 종묘 경계에서 약 170~180m 떨어져 있어 법정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인 100m 범위 밖에 있다. 주민들은 국가유산청이 2017년 별도 문화재 영향검토 조항을 삭제하고 2023년에도 관련 협의 기준이 의무사항은 아니라고 회신했다며 행정의 일관성 문제를 제기했다.

주민들에 따르면 사업 지연으로 누적된 채무는 약 8000억 원, 매월 발생하는 금융비용은 20억 원을 넘어섰다. 주민들은 "반복되는 심의 보류는 단순한 행정절차의 지연이 아니라 재산과 생존을 위협하는 절박한 문제"라고 호소했다.

실제 주민대표회의는 지난해 12월 국가유산청과 정부 등을 상대로 250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8월 1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첫 변론이 열렸으며, 주민들은 반복된 심의 요구로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힘 "태릉CC는 프리패스"…오세훈 "종묘 가치 오히려 높아져"

정치권에서도 국가유산청의 심의 기준을 둘러싼 형평성 논란이 불거졌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지난 15일 종묘와 세운4구역, 태릉CC 개발 예정지를 방문해 정부의 국가유산 보존 정책을 비판했다.

이들은 세운4구역이 종묘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밖에 있는 반면, 정부가 주택 6800가구 공급을 추진하는 태릉CC는 세계유산인 태·강릉 보존지역과 사업부지 약 13%가 겹친다는 점을 지적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재명 정부가 하는 사업은 보존지역 안에 있는 사업이라도 프리패스, 오세훈 서울시가 추진하는 사업은 보존지역 밖에 있어도 발목잡기인가"라며 서로 다른 기준을 적용한 근거를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반면 국가유산청은 태릉CC 역시 세계유산영향평가를 거쳤다며 이중잣대 주장을 반박했다. 태릉CC 개발사업은 지난 8월 국가유산위원회의 세계유산영향평가 심의에서 조건부 가결됐지만, 평가서 보완 등 후속 절차는 남아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세운4구역 개발이 종묘의 역사적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7일 민선 9기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세운4구역 건축물 높이가 종묘 경관을 훼손한다는 주장에 대해 "높이가 종묘를 압도한다거나 종묘의 문화재성을 침탈할 정도의 높이냐. 전혀 그렇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세운상가 일대에 폭 80m, 길이 1㎞의 녹지축을 조성하는 계획을 설명하며 "서울시 계획대로 일이 진행될 수 있게 도와주시면 종묘의 가치는 지금보다 10배, 100배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세운4구역은 2004년 정비구역 지정 이후 2020년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거쳐 2023년 철거와 2024년 7월 매장유산 발굴조사를 마쳤다. 서울시는 지난해 10월 최고 높이를 70m 이하에서 종로변 101m, 청계천변 145m 이하로 높이는 계획 변경을 고시했고, 올해 6월 사업시행계획 변경인가도 완료했다.

그러나 국가유산청이 지난 5월 세계유산영향평가 실시를 명령한 데 이어 매장유산 보존방안 심의에서도 유구 보존 위치와 방법, 전시계획 등의 보완을 요구하면서 사업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주민들이 오는 12월 착공을 목표로 하는 만큼 현장조사 결과를 토대로 열릴 다음 국가유산위원회 심의에서 결론이 나올지 주목된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