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동기범죄 87%가 공개된 장소 참극…경찰 대응체계는 '구멍'
매년 4∼5명 사망하고 20명 이상 다쳐…절반 이상이 흉기 사용 가해자 88%가 동종 전과자·살인범행 70%는 계획…"예측 가능"
이상동기범죄 87%가 공개된 장소 참극…경찰 대응체계는 '구멍'
매년 4∼5명 사망하고 20명 이상 다쳐…절반 이상이 흉기 사용
가해자 88%가 동종 전과자·살인범행 70%는 계획…"예측 가능"
(서울=연합뉴스) 전재훈 기자 = 이상동기 범죄(묻지마 범죄) 대부분이 다중 밀집 장소 등 공개된 장소에서 발생하지만, 이를 막아야 할 경찰 대응 체계는 아직 미흡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올해 1월에도 이상동기 범죄 대응 강화 계획을 마련했지만, 이번 인천 흉기 난동 사건 피의자에겐 적용되지 않았다.
18일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상동기 범죄 사건은 경찰이 집계를 시작한 2023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총 146건 발생했다.
2023년 46건, 2024년 42건, 2025년 39건으로 발생 건수 자체는 줄어드는 추세지만, 매년 4∼5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끔찍한 피해를 냈다. 살인미수 사건과 상해·폭행 사건도 매년 각각 최대 20건, 37건씩 발생했다.
특히 전체 146건 중 127건(87.0%)이 노상이나 쇼핑몰, 지하철 역사 등 다중밀집장소, 상점 등 누구나 출입하는 공개된 장소에서 발생했다.
이들 범행은 도구를 사용한 경우가 85건(58.2%)으로 절반 이상이었고, 범행 도구가 칼 등 예기(날카로운 도구)인 경우가 59건(69.4%)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처럼 다중 밀집 장소에서 흉기를 이용해 벌어지는 이상동기 범죄 특성상 한 건이라도 발생하면 그 피해가 치명적이고 사회적 불안을 크게 키운다.
이번에 인천에서 발생한 흉기난동 사건 피의자 최충락(59)도 남동구 구월동 대형 상업시설에서 양손에 흉기를 테이프로 묶은 채 시민 10명에게 휘둘렀다.
◇ 경찰, 2022년부터 '묻지마 범죄'→'이상동기 범죄'로 개념화
이상동기 범죄는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 관련성이 없고 '묻지마 난동' 등 범행 동기가 불분명하며, 범행 양상이 과도하거나 비정상적인 범죄를 말한다.
언제, 어디서, 누구를 대상으로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국민에게 큰 불안감을 안겨주는 범죄 유형이다.
학계에 따르면 '묻지마'라는 표현은 '동기를 명확히 설명할 수 없는 경제 활동'으로 쓰이다가, 추후 이상동기 범죄가 자주 발생하면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폭력 행위가 일어나는 것'이란 의미로 활용됐다.
하지만 이 같은 표현은 범행에 대한 가해자의 책임을 축소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고, 경찰청은 2022년부터 '이상동기 범죄'를 공식 용어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2023년부터는 '피해자와의 무관련성', '범행동기 이상성', '행위 비전형성' 등과 같은 판단 기준을 적용해 이상동기 범죄를 공식적으로 개념화했다.
이후로 경찰청 범죄분석관은 수사 자료와 피의자 면담 자료를 바탕으로 특정 피의자의 범행이 이상동기 범죄에 해당하는지 판단하고 있다.
◇ 신림동, 서현역…순찰·전조증후 분석 강화했지만 '구멍' 여전
경찰은 해마다 발생하는 이상동기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여러 대책을 내놓았다.
2023년 '신림동 흉기 난동'으로 1명이 숨지고, 같은 해 '서현역 흉기 난동'으로 2명이 사망했으며, 2025년에도 '미아동 마트 흉기 살인' 등 범죄로 많은 시민이 불안에 떨었다.
이에 경찰은 2023년 8월 특별경찰 활동 기한을 설정하고 유동인구가 많은 250여곳 순찰에 인력을 투입했다. 행정안전부는 전국에 폐쇄회로(CC)TV를 확충하는 방안을 추진했고, 법무부는 지난해 보호관찰 대상자 중 잠재 위험군을 선별해 별도 관리하는 방안을 내놨다.
작년에는 이상동기 범죄 예방을 위해 공중협박·공공장소 흉기 소지 범죄를 신설했다.
하지만 작년 초 또다시 충남 서천군과 청주 등에서 이상동기 범죄가 연달아 발생했고, 경찰은 지난 1월 '이상동기 범죄 전조 증후 분석 및 대응 강화 전국 확대 계획'을 세웠다.
해당 계획에 따르면 경찰은 이상동기범죄 예방을 위해 '대상 선별→범죄분석·평가→분석결과 활용' 3단계 대응에 나서게 돼 있다.
범죄분석·평가에는 폭력 위험성(HCR-20), 정신병질자 선별도구 검사(PCL-R), 재범 위험성 평가(KORAS-G), 성경 평가(PAI) 등이 활용된다.
평가 결과 구속이나 입원 등 조처를 하고, 즉시 격리가 불가능하다면 약물 중독 치료나 재활시설 연계 등의 조치를 한다는 게 기존 계획이다.
하지만 이런 계획에도 이번 인천 사건을 막지 못했다.
지난달 병원 앞에서 1인 시위 중 흉기를 꺼냈다가 공공장소 흉기 소지 혐의로 지난 4일 입건된 바 있는 최충락은 위험성 평가 대상이었다.
특히 그는 2015년 8월에도 전처를 살해하려 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4년을 선고받았고, 당시 성인 재범 위험성 평가 척도에서 총점 14점으로 '높음' 수준의 판정을 받은 상태였다.
정신병질자 선별도구 검사 결과에서도 재범 위험성이 '중간' 수준(15점)으로 판단됐다.
하지만 경찰은 그가 소지하고 있던 흉기로 시위 팻말에 구멍을 뚫었을 뿐 시민 위협 등에는 사용하지 않았다고 판단해 범죄 분석·평가에 나서지 않았다.
한 경찰 출신 변호사는 "공공장소 흉기 소지 혐의로 입건됐을 당시 재차 범죄분석·평가를 거쳐 입원이나 구속 등 조처를 취하는 게 적절했다"고 말했다.
◇ 87.5%가 동종 전과자·70%는 계획 살인…"예측 가능한 범죄"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상동기 범죄 가해자 대부분이 전과자인 만큼 예방 활동에 주력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정치사회연구소 학술지 '한국과 국제사회'에 올해 초 게재된 논문 '이상동기 범죄의 위험징후 분석을 통한 선별적 대응 방안'(동의대 박가연·주성빈)에 따르면, 2020∼2025년 이상동기 범죄 판결문 82건을 분석한 결과 이상동기 범죄 가해자 중 약 78.0%가 전과자였다.
이중 동종 전과를 가진 사람은 약 87.5%에 달했다.
특히 살인으로 치닫는 이상동기 범죄의 경우 계획범죄인 경우가 전체의 68.4%로 집계됐다.
논문은 "이상동기 범죄는 예측 불가능한 범죄가 아니다"라고 결론 내면서 "치명적인 결과를 낳는 범죄는 분명한 위험 징후와 같은 경고 신호와 특유의 패턴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신질환과 범죄 계획성, 예기류 흉기 소지 등 고위험군 위험 징후를 선별한 뒤 '이상동기 범죄 위험성 평가 가이드라인'을 제작해 현장에 보급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 같은 가이드라인에 따라 평가해 특정인이 앞선 이상동기 범죄 가해자와 유사한 상태에 있다면 위험 징후에 따라 '즉시 대응', '적극적인 추적 관찰', '경고' 등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예지 의원은 "이상동기 범죄가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경찰이 마련한 대응책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라며 "대책이 선언에 그치지 않도록 현장 대응체계를 전면 점검하고, 실질적인 범죄 예방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