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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노후자산 182조가 녹아내렸다.. 국민연금 흔든 '반도체 쇼크'

정경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국민연금, 3분기에 182조 증발…2분기 수익 반납
삼전·닉스서만 131조 손실
전체 손실의 71.8%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모습. 사진=뉴시스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모습.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반도체 투톱의 주가 급락으로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평가액이 3달 반 만에 182조원 넘게 줄었다. 지난 2분기 189조원에 이르던 역대급 평가이익을 한 분기 만에 사실상 모두 토해낸 셈이다.

1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지분 5% 이상을 보유했다고 공시한 상장사 287곳(6월 30일·10월 15일 기준)의 평가액은 지난 15일 현재 333조5330억원으로 산출됐다. 6월 말 515조9293억원과 견주면 182조3963억원, 비율로는 35.3%가 사라졌다. 분기 단위로 평가액이 뒷걸음질한 건 2024년 4분기 이후 7분기 만이며, 감소 폭은 사상 최대 수준이다. 4월 1일∼7월 6일 쌓은 189조원의 이익이 고스란히 증발한 것이다. 증시 급락기에 외국인 매물을 받아주지 않아 '안전판' 노릇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정작 국민연금 자신도 손실을 비켜 가지 못했다.

상승장을 이끌던 두 종목이 이번엔 손실의 진원지가 됐다. 평가액이 SK하이닉스에서 74조2261억원, 삼성전자에서 56조8710억원 줄면서 두 종목 감소액만 131조971억원에 달했다. 전체 감소액의 71.8%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 주가는 265만원에서 126만2000원으로 반 토막 아래로 내려앉았고, 삼성전자도 33만4000원에서 21만원으로 밀렸다. 15일 코스피는 하루에만 454.59p(7.57%) 떨어진 5554.22에 장을 마쳤다. 이날 기준 국민연금의 지분율은 삼성전자 7.84%, SK하이닉스 7.32%다.

손실은 반도체 대형주에만 머물지 않았다. 287개 종목 가운데 176개의 평가액이 줄었고, SK스퀘어(-10조8698억원)와 삼성전기(-7조5914억원)도 각각 10조원, 7조원을 웃도는 손실을 냈다. 반면 SK이노베이션은 주가가 9만4900원에서 15만5000원으로 뛴 데다 지분율도 6.03%에서 7.14%로 높아지면서 9041억원의 평가이익을 거뒀다. 에쓰오일(7107억원), LG에너지솔루션(5808억원), 한화솔루션(4347억원)이 뒤를 이었다.

이번 하락이 뼈아픈 건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쏠림이 정점에 이른 시점에 닥쳤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올해 상반기 국내주식 목표 비중을 14.9%에서 20.8%로 끌어올렸지만, 코스피 강세 속에 실제 비중은 6월 말 29.1%까지 치솟았다. 2분기 랠리를 거치며 보유 국내주식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차지하는 비중도 3월 말 40.4%에서 7월 6일 55.7%로 불어났다. 두 종목 의존도가 높아진 만큼 주가 조정의 충격도 고스란히 전해진 셈이다. 국민연금기금 공시를 보면 7월 한 달에만 국내주식 자산이 543조2040억원에서 418조5580억원으로 124조6460억원(22.9%) 감소했다. 다만 이는 보유 주식을 팔지 않은 상태에서 계산된 장부상 손실로, 실제 매도로 확정된 손실과는 구분된다. 시장에서는 오는 12월 기금운용위원회가 국내주식 비중을 다시 손볼지에 관심이 쏠린다.

3분기 매매에서는 코스닥 종목을 덜어낸 흔적이 뚜렷했다. 지분을 늘린 84개 종목 중 코스닥 상장사는 파마리서치·RF머티리얼즈·두산테스나 등 7곳에 그친 반면, 지분을 줄인 82개 종목 중에서는 21곳이 코스닥 기업이었다. 정부의 코스닥 활성화 정책 등에 맞춰 상반기 사들였던 코스닥 종목을 3분기 들어 대거 처분한 것으로 풀이된다. 스페이스X 수혜주로 거론되던 대주전자재료(7.67%→6.27%)와 화장품 제조사 코스메카코리아(12.99%→10.91%) 지분을 낮췄고, 반도체 소재 업체 덕산하이메탈과 바이오 기업 올릭스는 5% 보유 명단에서 아예 빠졌다.

유가증권시장 대형주 가운데서도 비중 조절이 활발했다. 지분율 변동 폭이 가장 컸던 종목은 건설·보험·식품주와 바이오·레저주로 엇갈렸다.

[email protected] 정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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