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發 잠재성장률 반등…40년 만에 2년 연속 오른다
IMF 전망 역산하니 올해 2.14%·내년 2.20%
[파이낸셜뉴스] 지난해 1.94%까지 내려앉았던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올해 2.14%, 내년 2.20%로 잇달아 높아질 것으로 추산됐다. 두 해 연속 오름세는 '3저 호황' 시기였던 1986∼1987년 이후 처음이다. 반도체 투자 확대와 인공지능(AI) 확산이 반등을 떠받치면서 비교 가능한 27개국 가운데 한국의 순위도 올해와 내년 모두 7위로 올라선다. 다만 호황의 과실이 반도체 대기업에 쏠려 있어, 경기 흐름에 따른 숫자 개선을 체질 변화로 해석하기는 이르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18일 국제통화기금(IMF)의 10월 세계경제전망(World Economic Outlook)에 따르면 한국 잠재성장률은 올해 0.20%p 뛴 데 이어 내년에도 0.06%p 더 오르는 궤적을 그린다. 2023년 2.06%였던 수치가 2024년 1.96%로 꺾인 뒤 2년 만에 2%선 위로 복귀하는 셈이다. 올해 추산치는 2021년(2.23%) 이후 5년 만의 최고치다.
이번 잠재성장률은 IMF가 내놓은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올해 3.33%, 내년 2.83%)과 GDP갭률 전망(올해 0.548%, 내년 1.168%)을 토대로 역산해 산출했다. GDP갭률은 실제 GDP가 잠재 GDP를 얼마나 웃돌거나 밑도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장기 흐름은 내리막의 연속이었다. 2010년 4.05%였던 잠재성장률은 1년 만에 3.67%로 떨어졌고, 2018년(2.97%) 2%대, 2020년(1.28%)에는 1%대까지 주저앉았다.
주요 7개국(G7) 중에선 미국만 한국을 앞선다. 영국(올해 1.29%, 내년 1.26%)과 프랑스(0.85%, 0.85%), 일본(0.82%, 0.84%), 독일(0.64%, 0.70%)은 한국에 한참 못 미친다.
소득 목표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IMF는 이번 전망에서 한국의 1인당 GDP가 올해 4만3512달러로 4만달러 선을 넘고, 내년 4만9277달러를 거쳐 2028년엔 5만2100달러에 이를 것으로 봤다. 2년 만에 5만달러 고지를 밟는다는 얘기다. 2031년 예상치는 5만9919달러로 6만달러에 바짝 다가선다. 아시아개발은행(ADB)도 지난달 23일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7월(2.6%)보다 0.6%p 높은 3.2%로 끌어올리는 등 국내외 기관의 눈높이가 잇따라 높아지고 있다.
지난 1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올해 수출이 사상 처음 1조달러를 넘고 1인당 국민소득이 4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3대 메가프로젝트 투자로 잠재성장률이 반등할 토대를 다지겠다고 했다.
한은도 재정·통화정책 공조를 통한 잠재성장률 반등 가능성을 수차례 내비쳤다. 한은은 지난 7월과 8월 두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올렸다. 지난 12일 국정감사에 나선 신현송 한은 총재는 정부는 재정을 풀고 한은은 금리를 올리는 '엇박자'라는 지적이 나오자 "중장기적으로 잠재성장률이 높아지면 엇박자가 아닐 수 있다"고 답했다.
반등의 동력으로 전문가들이 지목한 것은 자본과 생산성이다. 잠재성장률은 노동·자본·총요소생산성(TFP) 세 축으로 이뤄지는데, 고령화 탓에 노동 투입을 짧은 기간에 늘리기 어려운 만큼 반도체 중심의 설비투자와 AI 도입이 성장 여력을 넓혔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거시지표가 좋아져도 체감경기는 따라가지 못할 수 있다는 경고가 이어졌다. 호황의 혜택이 소수 기업에 몰리면서 지표와 현실 사이 틈이 오히려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email protected] 정경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