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문화일반

은빛 억새부터 달큰한 당근까지…가을 제주를 즐기는 5가지 방법

정순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여름의 짙은 초록이 옅어지면 제주는 은빛 억새와 주황빛 감귤, 선선한 바람이 어우러지는 계절로 접어든다. 가을 제주의 매력은 오름과 숲길을 따라 걷고, 작은 마을에서 섬사람들의 일상을 엿보며, 제철 먹거리로 계절의 맛을 즐기는 데 있다. 제주관광공사가 추천하는 가을 여행법을 따라 섬 곳곳에 깃든 계절의 매력을 찾아가 보자.

제주 어음리 억새 군락지
제주 어음리 억새 군락지
제주 와흘리 메밀밭
제주 와흘리 메밀밭

■제주의 가을꽃, 억새를 찾아서

가을 제주를 대표하는 풍경 중 하나는 바람에 일렁이는 억새다. 제주시 애월읍 어음리 일대에서는 넓은 들판을 따라 억새가 펼쳐진다. 바람이 불 때마다 물결치는 억새 너머로 바다와 오름이 어우러져 제주 중산간 특유의 가을 풍경을 만들어낸다. 특히 해가 기울 무렵이면 햇빛을 머금은 억새가 은빛으로 반짝이며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오름에서 억새를 즐기고 싶다면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의 큰사슴이오름(대록산)을 찾아도 좋다. 억새가 능선을 물들이기 시작하는 가을이면 주변 풍경까지 한층 깊어진다. 송당·수산리를 지나는 금백조로와 비자림로 일대도 차창 밖으로 제주의 가을을 감상하기 좋은 드라이브 코스다. 또 서귀포시 대정읍 송악산둘레길에서는 바다와 해안 절벽을 배경으로 가을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억새와는 또 다른 가을의 색을 보고 싶다면 제주시 조천읍 와흘리로 향하자. 마을 주민들이 함께 가꾸는 메밀밭에는 10월이면 하얀 메밀꽃이 피어난다. 돌담과 오솔길 사이로 꽃이 이어져 유명 관광지와는 다른 한적한 농촌 풍경을 선사한다. 억새는 10월 중순부터 11월 초, 메밀꽃은 10월 초·중순이 절정이다.

제주 물영아리오름
제주 물영아리오름
제주 선흘리 동백동산습지
제주 선흘리 동백동산습지

■물영아리오름서 명상하기 어때?

가을 제주에서는 발걸음을 늦추고 숲에 머무는 여행도 매력적이다. 서귀포시 남원읍 수망리에 있는 물영아리오름은 정상에 화구호를 품은 기생화산이다. 2000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됐고, 2007년에는 람사르습지로 등록됐다.

탐방은 목장을 따라 걷는 길에서 시작한다. 소들이 풀을 뜯는 초지를 지나면 하늘을 향해 곧게 뻗은 삼나무숲이 나타난다. 삼나무 원목을 활용한 계단을 20분 남짓 오르면 둘레 300m, 깊이 40m에 이르는 분화구 습지를 만날 수 있다.

날씨에 따라 풍경도 달라진다. 비가 내리는 날에는 안개가 낮게 깔려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맑은 날에는 습지 위로 청명한 하늘이 펼쳐진다. 화려한 볼거리를 좇기보다 숲길을 천천히 걷고 잠시 멈춰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기에 좋은 곳이다.

물영아리오름은 무료로 개방되며 별도 예약 없이 탐방할 수 있다. 다만 습지 보호를 위해 정해진 탐방로를 벗어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이밖에도 명상하기 좋은 또 다른 제주 스팟으로는 조천읍 선흘리 동백동산습지와 서귀포 상효원, 한경면 생각하는정원 등이 있다.

제주 돌담길
제주 돌담길
제주 감귤밭
제주 감귤밭
제주마와 교감할 수 있는 승마체험
제주마와 교감할 수 있는 승마체험

■작은 마을서 체험하는 로컬 라이프

여름철 관광객으로 붐비던 시기가 지나면 제주 마을의 일상도 한결 가까이 다가온다. 숲과 오름을 걷고, 지역의 문화예술 공간을 둘러보며 마을마다 다른 가을을 만나보자.

제주시 한경면 저지리는 곶자왈과 오름, 문화예술이 어우러진 마을이다. 마을 한가운데 자리한 저지오름은 제주올레 13코스와 이어진다. 오름을 걷고 내려와 제주현대미술관과 김창열미술관 등을 둘러보면 자연과 예술을 함께 즐기는 반나절 여행이 완성된다. 방림원과 생각하는정원 등도 주변에 자리해 산책길에 여유를 더한다.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에서는 제주 목축문화의 흔적을 만날 수 있다. 조선시대 왕실에 말을 공급하던 갑마장의 역사가 남아 있으며, 조랑말체험공원과 조랑말박물관 등 제주마 관련 공간도 있다. 마을을 가로지르는 10.3㎞의 쫄븐갑마장길은 따라비오름과 큰사슴이오름을 지나간다. 가을 억새가 피어나는 길을 따라 걸으며 옛 목축의 흔적을 살펴볼 수 있다.

남원읍 의귀리 역시 제주마와 인연이 깊은 마을이다. 조선시대 헌마공신 김만일의 고향으로, 마을공동목장과 옷귀마테마타운에서 말과 목축문화를 만날 수 있다. 승마체험을 통해 제주마와 교감하는 것도 가능하다.

늦가을에는 남원읍 신례리로 발길을 돌려보자. 감귤이 익어가는 돌담길과 울창한 삼나무숲이 어우러진 마을이다. 인근 이승악오름 숲길을 걷다 보면 햇살이 스며드는 나무 사이로 늦가을의 차분한 정취를 느낄 수 있다.

당근 수확 체험
당근 수확 체험
오메기술을 맛볼 수 있는 서귀포 표선면 술다끄는집
오메기술을 맛볼 수 있는 서귀포 표선면 술다끄는집

■가을 제주의 맛, 당근 & 오메기술

가을 제주 밭에서 눈여겨볼 작물은 당근이다. 특히 제주시 구좌읍은 제주를 대표하는 당근 산지다. 물 빠짐이 좋은 화산회토와 해풍 속에서 자란 당근은 아삭한 식감과 단맛이 특징이다.

가을은 당근이 땅속에서 자라나는 시기다. 밭마다 초록빛 당근잎이 줄지어 펼쳐지고, 본격적인 수확은 11월 말부터 시작된다. 구좌읍 곳곳에는 당근을 활용한 디저트를 선보이는 카페가 있어 당근 주스와 당근케이크 등으로 지역 농산물을 색다르게 맛볼 수 있다.

늦가을부터는 송당리와 평대리 일대 농가에서 당근 수확 체험도 가능하다. 화산토에서 자란 당근을 직접 뽑아보며 농산물이 밭에서 자라고 수확되는 과정을 경험할 수 있다. 다만 농가별로 운영 일정이 다르므로 방문 전에 체험 가능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제주의 농산물은 술로도 이어진다. 논이 귀했던 제주에서는 좁쌀로 오메기술을 빚어왔으며, 오늘날에는 감귤 등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다양한 술이 만들어지고 있다. 감귤로 빚은 신례명주를 비롯해 탐모라, 제주곶밭 등 지역 재료를 활용한 술은 현지에서 직접 맛볼 수도 있고, 기념품으로 한 병 담아가기에도 좋다.

한라산 단풍 트레킹
한라산 단풍 트레킹
제주 해안도로 라이딩
제주 해안도로 라이딩

■한라산 단풍 트레킹 & 라이딩

가을은 제주 해안과 섬을 천천히 걸으며 풍경을 즐기기에도 좋은 계절이다. 서귀포시 성산읍 섭지코지는 해안 절벽을 따라 산책로가 이어지는 곳이다. 봄철 유채꽃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가을에는 등대까지 이어지는 길을 여유롭게 걸으며 성산일출봉과 수평선이 어우러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조금 더 특별한 섬 여행을 원한다면 우도가 제격이다. 성산항에서 배로 약 15분이면 닿는 우도에선 우도봉(쇠머리오름) 억새 능선과 에메랄드빛 서빈백사 해변을 만날 수 있다. 자전거를 타고 해안도로를 달리거나 홍조단괴해변에서 검멀레해변까지 걸으며 섬 풍경을 만끽해도 좋다.

서귀포 외돌개 주변에서는 바다 위로 솟은 높이 약 20m의 바위기둥과 기암절벽을 볼 수 있다. 삼매봉공원과 이어지는 제주올레 6코스를 따라 걸으면 서귀포 해안을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다. 또 제주시 한경면 수월봉에선 화산재가 겹겹이 쌓여 만들어진 해안 지층과 차귀도를 만날 수 있다. 절벽 아래 엉알길을 걷고 인근 자구내포구에서 노을을 바라보는 것도 좋다.

가을 제주에서는 걷기뿐 아니라 자전거 여행도 즐길 수 있다. 한라산은 고도에 따라 단풍이 층층이 물들고, 영실~윗세오름과 어리목~윗세오름 코스에선 기암절벽과 단풍을 함께 만날 수 있어 가을산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다.

[email protected] 정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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