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국판 산티아고' 동서트레일,글로벌 여행자 맞을 준비는 안됐다
내년 849㎞ 구간 전면 개통
225개 마을 잇는 농촌관광벨트
예약·시설 전반 외국어 지원 부재
이정표·표지판에 영어 안내도 없어
글로벌 관광 인프라 확충 시급
‘한국판 산티아고 순례길'을 표방하는 동서트레일이 정작 외국인 관광객을 맞이할 기초적인 인프라 구축에 소홀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이용객 통계조차 잡지 못하는 데다 예약시스템과 안내시설 전반에 영어 지원이 단절된 상태다. 농촌관광을 연계할 핵심 정책으로 꼽히지만 정작 글로벌 도보 여행자에게 불친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서트레일은 충남 태안에서 경북 울진까지 한반도를 동서로 가로지르며 5개 시·도, 21개 시·군·구, 225개 마을을 연결한다. 총연장 849㎞로 세계적 트레킹 성지인 칠레의 산티아고 순례길(800㎞)보다 49㎞가 더 길다.
지난 2023년부터 올해까지 총 사업비는 524억9200만원(국비 128억5200만원·지방비 396억4000만원)이 투입됐다. 현재 32개 구간 512㎞를 시범운영 중이다. 올해까지 조성을 마치고 내년에 정식 개통한다.
19일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산림청은 동서트레일에 설치된 계수기로 이용객 수를 집계하지만 내·외국인은 구분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1~9월 36만3462명의 발길이 이어졌지만 해외 유입을 측정할 최소한 데이터조차 부재한 상황이다.
대피소 예약 등이 이뤄지는 전용 플랫폼 '숲나들e'는 외국어 서비스를 지원하지 않는다. 예약하려면 본인 인증 및 국내 발급 카드 결제가 필요해 해외 거주 외국인의 접근이 사실상 차단돼 있다.
구간별 안내 체계도 허술하다. 전체 64개 구간(55개 및 복선 9개) 가운데 이정표가 없는 구간이 29개(45.3%), 위치표지판이 없는 구간이 17개(26.6%)에 이른다. 12개 구간은 이정표와 위치표지판 안내판이 단 하나도 설치되지 않은 '안내 공백' 상태다. 이정표와 위치표지판 모두 한글 지명 아래 영어로 표기한 정도다. 구간별 소개·이야기 등에 대한 외국어 표기는 없다. 산악 안전과 직결된 대피소(야영장) 안내판 21개소 역시 외국어 지원이 없다.
동서트레일은 농림축산식품부가 올해 7월 발표한 '농촌관광벨트 시범모델'의 핵심이다. 전국 9개 권역과 함께 동서트레일 최초 개통·연결구간인 경북 울진·봉화 및 충남 태안·서산·당진·예산·홍성 2곳을 선정해 총 11개 시범모델을 개발했다. 각 모델은 △미식 △치유 △전통문화 △K컬처 등 자원·지역 특성 등을 반영한 다양한 관광테마를 중심으로 구성했다. 관광 계획은 세웠지만 외국인 편의성을 고려한 세심한 정책 설계는 미진한 셈이다.
산림청 관계자는 "'숲길 안내체계 디자인 매뉴얼'에 따라 순차적으로 안내판을 설치하고 있다. 내년 정부예산안 반영을 통해 완전 개통 전까지 예약시스템 구축 및 다국어 안내체계를 보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촌관광에서 지방정부가 주체가 돼 지역상황에 맞는 개발을 추진 중이나 예산 확보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 외국인 관광들의 트렌드는 대도시에서 로컬·웰니스로 향하고 있다. 숲나들e의 외국인 회원가입은 2023년 1774명에서 지난해 3310명으로 늘었다. 올해는 10월 누적 기준 2225명이다.
[email protected] 최용준 농업전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