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보수는 '시민 정신' 없어... 영남권 3선이상 전면 사퇴해야"[인터뷰]
김현철 김영삼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
尹비상계엄, 보수 궤멸 결정타
국힘, 인적 쇄신·공천 혁신 통해
중도·수도권·청년 지지층 잡아야
김현철 김영삼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은 19일 한국 보수 정치 재건을 위해서는 당내 기득권 청산과 공천 혁신, 권력구조·선거구제 개편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민주주의의 양대 거목 중 한 명인 부친 김영삼 전 대통령 곁에서 정치적 뒷받침을 했지만 격랑도 겪었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MBA 과정에서 익힌 데이터 분석 기법을 활용해 과학적인 여론조사로 부친의 선거를 도운 건 전략적 성공사례로 여전히 회자된다. 당시 김 이사장이 주도했던 여론조사는 단순 선거 판세 분석을 넘어 주요 정책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가늠하는 지표로도 활용됐다. 문민정부 탄생에 큰 힘이 됐다는 평가도 받는다.
정치적 시야가 넓은 것으로 알려진 김 이사장이 꼽은 현대 한국 정치가 최우선해야 할 가치는 '시민 정신'이다. 정치가 민주화의 촉매 역할을 했다면, 이를 이끈 힘은 평범한 시민에게서 나왔다는 설명이다. 그는 4·19 혁명부터 6월 항쟁까지 시민이 피 흘려 만든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진영별 '팬덤'(강성 지지층)에 기대 상대와 대화하지 않는 정치가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 이사장은 현재의 보수 정치는 이런 시민 정신에 대한 인식이 없다고 일갈했다. 특히 그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두고 "보수를 궤멸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비판했다. 문민정부가 군의 정치 개입을 차단한 역사를 거슬렀다는 것이다. 이에 김 이사장은 국민의힘으로 하여금 인적 쇄신과 공천 혁신을 주문했다. 김 이사장은 "영남권의 최소 3선 이상 중진들은 전면 사퇴해야 한다"며 청년 정치인에게 기회를 넘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천만 받으면 당선되는 구조에 안주해서는 보수의 새로운 지도자를 키울 수 없다고 했다. 당 대표에게 집중된 공천권을 바꾸는 방안으로 공천 제도 폐지와 지역 중심의 후보 선발도 제안했다. 기득권을 내려놓는 일이 보수 혁신의 시작이라는 설명이다.
정치 제도 전반의 개편도 강조했다. 그는 "권력구조만 바꾸는 게 아니라 반드시 선거구제를 바꿔야 한다"며 내각제와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주장했다. 대통령제만 손봐서는 승자독식과 팬덤 정치라는 악순환을 끊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또 소선거구제를 그대로 둔 채 대통령제만 개편하는 것은 오히려 개악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결국 다당제가 가능하도록 제도를 바꿔야 대화와 타협, 협치의 토대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보수가 새롭게 다가가야 할 지지층으로는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꼽았다. 냉전적 안보 논리와 성장 일변도의 사고에서 벗어나 주거와 자산 형성, 노동과 복지, 돌봄과 교육 등 삶의 문제에 답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화 정신을 계승해야 한다는 요구는 국민의힘에 걸린 부친의 사진 문제로도 이어졌다. 김 이사장은 국민의힘에 김 전 대통령의 민주화 정신이 사라졌다며 당에 걸린 사진을 언젠가는 직접 떼러 갈 생각이 있다는 점도 밝혔다. 당초 국민의힘에 부친의 사진을 건넬 땐 건국·산업화·민주화로 이어지는 보수의 역사를 계승하길 바랐다는 것이 김 이사장 설명이다.
김 이사장은 보수 재건을 뒷받침할 자신만의 구상도 내놨다. 재단을 통해 청년 정치인을 양성하는 정치 아카데미를 만들고, 사회적 명망가들이 참여하는 '보수 원탁회의'를 꾸리겠다는 것이다. 차세대 지도자들의 생각을 듣고 정치권에 쓴소리도 하는 역할이다. 그는 "능력 있는 민주주의를 보여주고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mail protected] 김형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