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계 시장 휘젓는 중국 車, 우리도 특단 대책 세워야
싼 가격에 좋은 성능으로 시장 잠식
품질 높이고 현지화 전략 강화 필요
현대자동차·기아가 유럽 소형 전기차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올해 1~8월 판매량은 9만7689대로 지난해 동기 대비 14.4% 늘었다. 캐스퍼 일렉트릭과 EV3, EV2 등이 주도했다. 현대차의 지난 9월 해외 판매가 13.9% 감소하는 등 해외 실적이 부진한 가운데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녹록지 않다. 현대차·기아의 8월 누적 유럽 전체 판매는 2.2% 줄었다. 냉정한 시장 분석과 민관의 공동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
세계 자동차 시장은 중국차의 거센 추격에 판도가 급변하고 있다. 같은 기간 유럽연합(EU)에서 중국 비야디(BYD)의 판매량은 163%, 체리자동차는 무려 251% 급증했다. 18일 막을 내린 파리모터쇼에는 중국 브랜드가 20개나 참가했다. 2년 전의 두 배다. 유럽 자동차 시장이 중국차의 각축장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중국차의 경쟁력은 더 이상 저렴한 가격에만 있지 않다. 배터리와 충전 기술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BYD는 지난 3월 공개한 2세대 블레이드 배터리가 자체 시험에서 충전량 10%에서 97%까지 도달하는 데 9분 걸렸다고 최근 발표했다. 최대 1500㎾의 전용 충전기가 필요한 조건부 성과라지만 기술진보 속도가 놀랍다. BYD는 소형 전기차와 하이브리드를 넘어 도심주행 보조기술을 앞세워 BMW·벤츠 등 유럽 고급차 시장까지 넘보고 있다. 중국차를 값싼 자동차로 얕잡아볼 시대는 지났다.
유럽의 전통 자동차 강자들은 지금 비상이다. 유럽 최대 자동차 업체인 폭스바겐의 올리버 블루메 최고경영자(CEO)는 지난주 파리모터쇼 관련 행사장에서 유럽 대중차 산업이 엄청난 압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폭스바겐은 판매 부진과 전기차 전환 비용 부담으로 대규모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스텔란티스와 르노 역시 중국차의 저가공세에 맞서 보급형 전기차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EU가 자동차 보호장벽을 높이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중국산 전기차에 최고 35.3%의 추가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최근엔 중국과 하이브리드차 수입을 연간 35만대 수준으로 제한하는 데 합의했다. 지난주 프랑스와 독일은 역내 생산 자동차와 부품을 우대하는 '메이드 인 유럽' 정책 추진에도 뜻을 모았다.
우리도 남의 일이 아니다. BYD는 올해 9월까지 국내에서 2만대 넘게 팔리며 9월 수입차 판매 4위에 올라섰다. 다른 중국 브랜드들의 진출도 잇따른다. 정부는 불공정 보조금과 덤핑 가능성을 면밀히 살피고 배터리 안전과 품질검증을 강화해야 한다. 그러나 보호장벽만으로 국내 자동차 산업을 지킬 순 없다. 보급형 전기차와 배터리 기술 개발을 뒷받침할 산업정책이 절실하다. EU의 역내생산 우대 정책으로 우리 기업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통상협상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현대차·기아의 돌파구는 결국 기술력과 현지화 전략이다. 기아는 EV2를 슬로바키아에서, 현대차는 유럽 전용 아이오닉3를 튀르키예에서 생산하고 있다. 유럽 소비자의 취향에 맞춘 소형 전기차 개발과 현지생산 확대는 올바른 방향이다. 하지만 생산기지만 옮겨선 충분치 않다. 배터리·부품 공급망을 강화하고 소프트웨어 기술혁신에도 더 속도를 내야 한다. 자동차는 지난 반도체 불황기에 무서운 저력을 발휘하며 한국 수출을 떠받쳤던 우리의 주력 산업이다. 정부도 자동차 기업의 해외 진출과 기술경쟁력을 뒷받침하는 데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