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사설] 339조 국부펀드 AI를 국적도 안따졌다니

파이낸셜뉴스

美 수출통제 대상 중국 모델도 도입
공공 AI 보안 기준 시급히 마련해야

19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이 한국투자공사(KIC)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KIC가 사내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문서 요약·번역부터 내부 자료 검색까지 모두 중국산 모델을 거쳐 처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사진=연합뉴스
19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이 한국투자공사(KIC)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KIC가 사내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문서 요약·번역부터 내부 자료 검색까지 모두 중국산 모델을 거쳐 처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사진=연합뉴스

339조원을 운용하는 국부펀드 한국투자공사(KIC)가 사내 인공지능(AI)의 핵심 모델로 중국산 제품을 채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모델은 문서 요약·번역은 물론 내부 자료 검색과 국회 답변에도 활용됐다. 이 가운데 미국 정부의 수출통제 대상에 오른 기관이 개발한 모델도 포함됐다.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이 KIC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사내 AI에 탑재된 모델 중 중국산은 언어모델 알리바바의 'Qwen3', 검색용 임베딩 모델 베이징인공지능연구원(BAAI)의 'BGE-M3'다. BAAI는 중국의 군 현대화를 지원했다는 이유로 지난해 3월 미국 수출통제 명단에 올랐다. KIC는 같은 해 12월 이 모델을 사내 AI에 탑재했다. 모델 선정기준에 개발사 국적과 제재 여부가 포함되지 않은 것이다.

사내 폐쇄망에서 운영하는 만큼 일단 안전하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AI 모델은 작동 과정과 위험을 완전히 파악하기 어렵다. 폐쇄망이라고 모델 자체의 취약점이나 공급망 보안 위험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외환보유액과 투자전략을 다루는 기관이라면 도입 단계부터 이런 위험을 검증해야 한다. 특히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관련 위험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았다면 국부펀드의 대외 신뢰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중국은 국가정보법에서 국가정보 활동에 대한 협조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관련 법률에 따른 정보제공 요구 가능성과 모델 업데이트·유지보수 과정의 위험 등을 고려하면 가볍게 볼 수 없다. 정부는 지난해 2월 정보유출 우려로 부처 업무망에서 중국 딥시크 접속을 잇달아 차단했다. 데이터 주권과 '소버린 AI(자국 기술과 데이터에 기반한 AI)' 확립도 추진 중이다. 그런데도 국가 자산을 운용하는 주요 금융기관이 중국 모델을 도입하면서 관련 위험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았다면 정책적 일관성에도 문제가 있는 것이다.

KIC는 반도체 가격 상승, 배송 소요기간 등을 고려해 비용과 효율성을 감안한 선택이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비용절감을 내세운 사내 AI의 활용도는 오히려 떨어졌다. 이용 건수는 도입 초기보다 크게 줄었고, 챗GPT 이용 건수는 지난달 기준 사내 AI의 46배나 됐다. 강 의원은 "성능과 가성비는 따지면서 개발사 국적과 제재 여부는 선정기준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용 실적만으로 보안 관리의 적정성을 판단할 수는 없지만 도입 목적에 걸맞은 활용이 이뤄졌는지는 따져볼 대목이다.

공공기관의 AI 도입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그렇다고 가격과 성능만으로 모델을 선택할 수는 없다. 정부는 공공·금융기관의 AI 도입 실태를 점검하고, 개발기관의 제재 이력과 데이터 처리 방식, 공급망 보안 등을 필수 평가항목으로 하는 공공 AI 보안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주요 정보를 다루는 기관에는 사전검증과 사후점검을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국가 자산 수백조원을 운용하는 기관의 AI 선택을 비용만으로 판단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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