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 조성' PF 개발앵커리츠, 50곳 지원...다음달 첫 투자집행 예정
주택 중심 사업으로 전환 주택 공급 속도전 까다로운 요건에 "대형시행사 위한 것 아니냐" 불만도
[파이낸셜뉴스] 정부가 1조원 규모로 조성한 'PF(프로젝트 파이낸싱) 개발앵커리츠'에 50곳이 투자를 신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교통부는 이르면 다음달 초 첫 투자 대상을 선정해 자금을 집행할 방침이다. 막힌 PF 자금줄을 뚫어 민간 개발사업을 끌어들이고 주택 공급에 속도를 내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PF 선진화를 내세워 심사 기준을 높인 만큼 중소 시행사는 문턱을 넘기 어렵다는 우려도 나온다.
20일 파이낸셜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6월 공모를 시작한 PF 개발앵커리츠에는 4개월이 지난 이날까지 50곳이 신청서를 냈다. 국토부는 신청 사업장 전반에 대한 심사를 진행 중이며, 이르면 다음달 초 첫 사업장을 선정해 투자를 집행할 계획이다. 민간 자금도 함께 들어가는 만큼 속도보다는 신중한 심사에 무게를 두겠다는 입장이다.
PF 개발앵커리츠는 자금난을 겪는 우수 개발사업장에 공공이 먼저 투자해 민간 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해 도입됐다. 시행사는 땅을 살 때 브릿지론(토지 매입용 단기대출)을 받는다. 그런데 2022년 레고랜드 사태 이후 PF 부실 우려가 커지고 금융당국이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면서 신규 브릿지론이 막혔다. 브릿지론을 구하지 못한 사업장은 인허가 단계로 넘어가지 못했고, 이는 주택 공급 위축과 건설경기 악화로 이어졌다. 앵커리츠는 이 토지 매입 단계에 시중보다 낮은 금리로 자금을 대고, 사업이 본PF로 넘어가면 투자금을 회수해 다른 사업장에 재투자하는 구조다.
리츠 규모는 총 1조430억원이다. 이 가운데 5215억원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2000억원)와 민간 기관투자자 등(3215억원)이 출자했고, 나머지 5215억원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보증한 회사채로 조달했다. 리츠는 코람코자산신탁이 운용하는 코람코개발앵커리츠와 한국토지신탁이 운용하는 케이원개발앵커리츠 두 곳이다. 사업장별 투자 한도는 토지매입비의 50% 이내에서 100억~1000억원이며, 금리는 AAA등급 공사채 3년물 금리에 2.5~3%p를 더한 수준이다. 신규 브릿지론뿐 아니라 기존 브릿지론을 갈아타는 데도 쓸 수 있다. 운영 기간은 5년이며 최대 10년까지 연장할 수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무게중심이 '주택'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는 투자금의 50% 이상을 공동주택·주상복합·오피스텔 등 주거 사업에 쓰도록 했다. 정부는 지난 8월 발표한 '전월세 및 매매시장 안정을 위한 주택 신속공급 방안'(8·13 대책)에 따라 이 비중을 70%로 높일 예정이다. 오피스·호텔·AI 데이터센터 등 비주거 비중은 50% 미만에서 30% 미만으로 줄어든다. 내년에는 수도권 주택사업에만 투자하는 4000억원 규모의 주택전용 앵커리츠도 새로 만든다. 1년 6개월 단위로 재투자해 5년간 약 1만가구 착공을 지원한다는 목표다.
심사 기준에는 PF 구조를 바꾸겠다는 정부 의지도 담겼다. 국내 PF는 시행사 자기자본이 5% 안팎에 불과해 토지 매입 단계부터 고금리 대출에 기대 왔다. 이 때문에 한 곳에서 자금 흐름이 끊기면 연쇄 부실로 번지기 쉬웠다. 정부는 2024년 11월 PF 제도개선 방안에서 자기자본 비율을 2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혔고, 이를 앵커리츠 투자 요건에 반영했다.
심사 기준은 크게 네 가지다. △땅값이 감정평가액·실거래 사례에 비춰 적정하고 개발계획이 수요에 맞는지 △토지를 100% 확보했는지 △사업계획승인을 12개월(도시계획 변경 사업은 18개월) 안에 받을 수 있는지 △자기자본이 토지비의 20% 이상인지 등이다. 하나라도 충족하지 못하면 심사 자체를 받을 수 없다.
업계에서는 자본력이 있는 대형 시행사에만 유리한 구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중소 시행사로서는 토지를 100% 확보하고 자기자본 20%를 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가 납입자본금 외에 대여금·현물출자, 이자비용(최대 5년치)까지 자기자본으로 인정해 문턱을 낮추긴 했지만 우려는 가시지 않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자기자본 계산 방식이 유연해졌지만 결국 대형 시행사에 유리한 사업"이라며 "중소형 시행사들에게 기회가 많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정경수 이종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