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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한 수' 꺼낸 北…확성기 켜면 이재명 정부 대북정책 '치명상'

뉴스1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조선중앙TV 갈무리) 2022.8.11 ⓒ 뉴스1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조선중앙TV 갈무리) 2022.8.11 ⓒ 뉴스1
지난달 29일 경기 파주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남과 북의 초소에서 양측 병사가 경계 근무를 서고 있다. 2026.9.29 ⓒ 뉴스1 오대일 기자
지난달 29일 경기 파주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남과 북의 초소에서 양측 병사가 경계 근무를 서고 있다. 2026.9.29 ⓒ 뉴스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윤주현 기자 =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이 대남 확성기 방송 재개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이재명 정부의 대북정책이 또다시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20일 나온다. 정부 출범 직후 대북 유화책의 '선제적 조치'로 윤석열 정부가 단행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며 접경지에서의 긴장을 낮췄던 상황이 원점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김 부장은 전날(19일) '우리는 주권 수호를 말로 하지 않는다'라는 제목의 담화를 발표했다. 김 부장은 군사분계선(MDL) 일대 '국경선 요새화' 작업 중인 북한군에 대한 우리 군의 경고방송과 경고사격을 문제 삼으며 대응 조치로 대남 확성기 방송(소음 방송) 재개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1년 4개월 만에 '확성기 공방' 재개될 수도…정부 대북 유화책 분기점

김 부장은 확성기 방송의 재개가 아직 '검토 중'인 사안이라고 말했지만, 북한이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 사고를 기점으로 접경지에서의 대남 강경책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관련 동향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김 부장은 지뢰 폭발 사고가 북한군이 매설한 지뢰에 의한 것이라는 우리 군의 조사 결과를 반박한 지난달 30일 담화에서도 우리 군의 경고사격 등을 문제 삼으며 대응책으로 '전술적 반격수단'을 전방에 배치할 수 있다고 위협한 바 있다. 이번 담화에서도 '전술적 타격수단' 배치 가능성을 언급한 김 부장은 대남 확성기 재개 카드까지 더했다.

남북은 지난해 이재명 정부 출범과 동시에 상호 확성기 방송을 중단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일주일만인 지난해 6월 11일 대북 확성기 방송 중지를 지시했고, 북한도 다음 날인 12일 대남 소음방송을 중단했다. 남북이 상호 방송을 멈추면서 접경지역 주민들의 불편이 해소되는 등 가시적인 긴장 완화 효과가 나타났다.

그러나 북한이 대남 방송을 재개한다면 이와 같은 긴장 완화의 성과가 무력화될 수밖에 없다. 정부의 여러 가지 대북 유화책에도 불구하고 '적대적 두 국가'를 고수하는 북한이 '남북 관계 원점 회귀'에 해당하는 강경 조치로 이재명 정부의 대북정책을 전면적으로 부정하겠다는 메시지로 해석될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김 부장은 특히 이번 담화에서 "집권 초기부터 '화해'와 '평화'를 제창하며 유화적인 모습을 연출하던 리재명 정부의 반공화국 대결 책동이 오히려 노골적으로 반공을 고취하던 악질 보수정권인 윤석열 정부를 훨씬 능가하고 있다"라며 현 정부와 전임 정부를 부정적으로 비교하는 맹비난을 가하기도 했다.

군은 아직 북한의 대남 확성기 방송 재개에 대한 대응책을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대남 방송이 재개되면 맞대응성 대북 확성기 방송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럴 경우 남북 관계는 다시 심각한 갈등과 긴장 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연내 북미 대화 재개 가능성이 낮아지는 것도 정부로서는 곤혹스러운 대목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마주친 자리에서 오는 11월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를 만날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에 "모르겠다(I don't know)"라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꾸준히 김 총비서와의 11월 회동 가능성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던 것과 비교하면 신중해진 태도로, 미국이 북한으로부터 어떤 제스처도 받지 못한 것이 확인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北이 먼저 확성기 방송한 선례는 없어…전문가 "국경 요새화 집중하고 싶다는 뜻"

다만 전문가들은 북한이 실제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기 위해 '포석'을 깔기보다는, 국경선 요새화 작업에 방해가 되는 우리 군의 경고방송과 경고사격을 중단시키기 위해 강력한 압박 수단을 꺼낸 것으로 분석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 부장이 담화에서 우리 군의 경고방송 및 경고사격 횟수까지 언급하면서 대남 소음방송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그만큼 국경선 요새화 사업에 우리 측의 경고방송과 사격이 상당한 지장을 준다는 뜻"이라고 짚었다. 우리 측의 반응이 있을 때마다 북한 측 인력이 일시적으로 철수하는 등의 후속 조치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라는 게 임 교수의 판단이다.

임 교수는 또 "북한은 과거 대북 확성기 방송을 가장 비인간적이고 적대적인 정책이라고 비난해 왔다"며 북한이 이러한 주장을 스스로 뒤집으면서까지 먼저 확성기 방송을 재개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봤다.

군 관계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북한군이 우리 군의 경고방송과 경고사격을 카운팅하고 있었다는 것"이라며 북한이 국경선 요새화 작업에 집중하기 위해 우리 측의 활동을 누그러뜨리려는 전략으로 압박의 강도를 높였을 수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또 다른 군 관계자도 "2000년대 이후 북한이 선제적으로 확성기 방송을 예고한 사례는 없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군은 현재 북한 측 지역에서 과거 설치한 확성기를 보수하는 등의 동향은 종종 포착되지만, 이는 김 부장의 담화 이전에도 나타났던 것으로 '의미 부여'를 할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일각에선 겨울철엔 땅이 어는 등 작업환경 악화로 불가능한 국경선 요새화 작업에 박차를 가하는 북한이 접경지 활동에 부담을 더하게 될 확성기 방송을 선제적으로 할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면 북한 역시 우리 측의 물리적 대응까지도 염두에 둔 대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MDL 협상 우위 노린 선제 압박?…정부, 강경·유화 사이 딜레마

북한이 향후 MDL 일대의 군사적 충돌 방지나 경계선 재획정 문제를 둘러싼 협상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선제적으로 압박 수위를 높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MDL 재획정 협의가 진행 중인 것은 아니지만, 지뢰 폭발 사고 이후 남북은 물론 유엔사도 MDL 재획정 필요성을 느끼게 되는 긴장된 상황이 조성된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MDL은 1953년 7월 27일 유엔군과 중국·북한군 간 정전협정 체결 때 설정됐다. 당시 3자는 200~300m 간격으로 설치한 표지판 1292개를 통해 MDL을 표시했으나, 시간이 흘러 1000여 개의 표지판이 유실되며 육지에서 MDL을 식별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상황이다.

한국군은 2004년 기준 남아 있던 표지판들과 군사지도상 MDL 좌표선을 활용한 MDL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있으며, 2011년에 마지막으로 이를 재정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유엔사는 2016년부터 2만여 개의 좌표를 활용해 MDL을 식별하고 있는데, 우리 군사지도상 표기와 비교하면 약 60% 지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한다.

미국의 위성항법장치(GPS) 체계를 이용하는 한국군·유엔사와 달리 북한군은 러시아 위성항법체계(GLONASS·글로나스)를 이용해 MDL을 판별한다고 한다. 남북과 유엔사가 인지하는 '3개의 MDL'이 공존하는 것으로, 이를 하나로 통합하는 것은 안보상 이유로 꼭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김정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김 부장의 담화의 의미를 "이미 자의적 MDL에 맞춰 진행한 국경선 요새화 작업의 결과를 고수하겠다는 의도와, 앞으로 협상이 이뤄지더라도 양보의 폭을 줄이거나 아예 양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사전에 내놓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부는 북한의 추후 동향을 예의주시하며 만일 확성기 방송이 재개될 경우 곧바로 맞대응할 수 있는 준비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군사적 대응 수위를 높이면 정부의 긴장 완화 및 평화 공존 기조와 충돌하고, 반대로 북한의 반발을 의식해 '느슨한 조치'를 한다면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딜레마적인 상황임은 분명해 보인다.

김정 교수는 "우리 정부는 계속 군사회담을 요청해야 한다"며 "직접 대화를 제안하는 동시에 유엔사를 통해 우리 입장을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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