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사설] '52시간 근로 예외 조항' 일단 유예, 끝까지 관철해야

파이낸셜뉴스

메가특구 지원 '초광역특구법' 발의
52시간 예외 조항은 더 숙의하기로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과 정혜경 진보당 의원 등이 지난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노동권 후퇴 없는 메가프로젝트·메가특구특별법 추진 및 불평등·양극화 해결과 공공성 강화 촉구 집중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민주노총은 정부의 3대 메가프로젝트 지원을 위한 메가특구특별법 발의 추진에 주 52시간제 적용 제외, 파견제·기간제 확대 등 노동 특례 철회를 요구했다. /사진=뉴스1화상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과 정혜경 진보당 의원 등이 지난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노동권 후퇴 없는 메가프로젝트·메가특구특별법 추진 및 불평등·양극화 해결과 공공성 강화 촉구 집중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민주노총은 정부의 3대 메가프로젝트 지원을 위한 메가특구특별법 발의 추진에 주 52시간제 적용 제외, 파견제·기간제 확대 등 노동 특례 철회를 요구했다. /사진=뉴스1화상

더불어민주당이 20일 '초광역특구법안'을 발의했다. 서남권 반도체 산단 등 3대 메가프로젝트와 지역균형성장 정책을 뒷받침하는 법안으로 가칭 '메가특구법'으로 불리던 법안이다. 민주당은 메가특구를 신속히 완성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방안을 법안에 담았다. 다만 핵심 쟁점인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주 52시간제 예외 적용)에 관해서는 어정쩡한 태도를 취했다.

민주당은 주 52시간제 예외 적용에 대해서는 앞으로 숙의를 거쳐 결정하겠다며 이 조항을 넣은 법안과 뺀 법안을 동시에 발의했다. 노동계 등의 여론을 더 청취해 두 법안을 병합해 하나의 법안으로 최종 발의하겠다는 것이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주 52시간제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노동계와 조국혁신당 등은 예외 적용에 반대하고 있어 어떻게 결론 날지 예단하기 어렵다.

주 52시간제 예외 적용을 넣은 법안은 신상품 또는 신기술의 연구개발 업무에 종사하는 자 가운데 근로소득 상위 3%에 해당하는 근로자는 사용자와 근로시간을 협의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사용자는 이들에 대해 근로기준법 규정에 구애받지 않고 서면합의를 통해 협의할 수 있게 길을 열어 줬다. 구체적인 범위와 보상 등 서면합의 사항, 근로자 건강 보호 등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게 했다.

이 정도의 규정만으로도 연구실의 불이 꺼지지 않고 중단 없이 연구개발 업무를 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근로소득 상위 3%에 해당하는 노동자는 대개 고액연봉자로 극히 제한적인 숫자일 것이다. 그런데도 노동계는 근로자의 건강권을 내세우며 막무가내로 규제완화에 반대하고 있다.

이제부터 여당인 민주당의 책임이 커졌다. 과거 반도체특별법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민주당은 노동계의 반대를 의식해 이 조항을 삭제한 채 통과시킨 바 있다. 초광역특구법에서는 같은 길을 가지 말아야 한다. 노동계를 계속 설득해 예외 인정에 동의를 얻어야 한다. 특구 완공은 한시가 급하고 근로시간 규제완화가 적용되는 지역과 시간이 한정되기 때문에 명분은 충분히 있다.

반도체와 인공지능 등 첨단산업을 둘러싼 글로벌 경쟁은 전쟁과도 다를 게 없이 격렬하다. 발전과 변화가 느린 전통적 제조업과는 다른 양상이다. 경쟁국을 이기기 위한 연구개발은 일분일초가 아까울 만큼 촌음을 다투는 싸움이다. 만약 이번에도 예외조항 적용이 무산된다면 우리는 주요국들과의 경쟁에서 뒤처지게 될 것이다. 그 책임은 이번 법안을 주도한 여당과 현 정부가 져야 할 것이다.

근로시간 예외 적용 외에는 세제·재정·금융 지원을 포함한 포괄적인 지원방안이 이번 법안에 담겨 있어 다행스럽다. 기업과 지방정부가 필요한 규제특례를 선택할 수 있도록 320여개 '메뉴판식 특례'와 40여개 정책지원 패키지를 담은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다른 프로젝트에서도 정부는 적극적으로 진행 과정을 도와주고 기업을 지원해야 한다. 경제를 이끄는 것은 산업이고, 산업이라는 마차를 끄는 말은 기업이다. 마차가 목적지에 빨리 도착할 수 있도록 도로의 장애물을 제거하는 게 정부의 임무다. 메가특구가 성공하면 이재명 정부의 업적으로 남을 것이다. 꼭 업적을 위해서가 아니라 치열한 경쟁의 시대에 지금이 나라가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한 중대한 시점임을 자각하고 특구 사업을 진척시켜야 할 것이다.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