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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신뢰 잃으면 경제도 무너진다

파이낸셜뉴스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얼마 전 베트남 음식점 종업원이 상한 생선을 한국인 손님에게 팔았다고 자랑하는 동영상이 퍼지며 공분을 샀다. 당사자는 장난이었다고 해명했지만, 이미 소비자의 신뢰는 훼손됐다. 그 식당의 생선이 싱싱하다는 믿음이 없다면 누가 다시 찾겠는가. 2년 전에는 380만원에 팔리는 크리스챤디올 가방 원가가 8만원 수준이라는 사실이 밀라노 법원을 통해 알려지며 논란이 일었다. 명품 가격에는 신뢰의 값도 들어 있다. 최근 출시된 애플의 신제품 '아이폰 18 프로' 가격은 200만원이 넘는다. 이 비싼 스마트폰의 가치는 소비자가 구매할 때 비로소 실현된다. 소비자가 이 가격을 지불하는 것은 제품과 브랜드, 그리고 무엇보다 제조한 기업을 신뢰하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경제활동의 핵심은 거래와 계약이다. 기업 규모가 커지고 거래가 복잡해질수록 계약의 중요성은 커진다. 그러나 불완전계약 이론이 지적하듯 아무리 정교한 계약도 현실의 모든 상황을 담을 수는 없다. 상대방이 계약의 빈틈을 이용해 책임을 피하려 한다면 거래비용은 커지고 분쟁과 소송은 늘어난다. 신뢰를 잃은 상대와 다시 거래하려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결국 신뢰가 무너지면 경제활동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신뢰는 원활한 거래를 가능하게 하는 보이지 않는 자본이자 경제 번영의 동력이다.

그러나 신뢰는 쌓기는 어렵고 무너지기는 쉽다. 최근 글로벌 정치와 국내 사회에서 신뢰라는 자산이 훼손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단기적 이익을 좇으며 무책임한 발언을 쏟아내는 정치 지도자에게서 신뢰를 기대하기 어렵다. 국내 정치권에서도 여야가 확인되지 않은 비방을 주고받고, 언론이 이를 사실관계 확인 없이 전달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국가 간 약속마저 정치적 필요에 따라 흔들리고, 국민이 언론 보도조차 믿지 못한다면 신뢰 훼손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얼마나 클까.

자본주의는 상호 존중과 신뢰라는 토대 위에서 발전한다. 세상을 선과 악으로 나누고,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상대를 악으로 규정해 증오하는 태도 속에서 신뢰는 무너진다. 존중 없는 상대와 신뢰를 쌓을 수는 없다.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에 앞서 '도덕감정론'을 저술한 것도 의미가 깊다. 상호 존중과 신뢰 없이 개인의 이익만을 좇는다면 사회는 약육강식의 세상으로 전락할 것이다. 경제학과 경영학에서도 시장의 효율성만큼 신뢰의 가치를 가르쳐야 한다.

경제교육과 더불어 신뢰 회복에서 언론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삼인성호(三人成虎)라는 말처럼 유력 정치인의 말을 언론이 검증 없이 옮기면 의혹은 어느새 사실처럼 굳어진다. 사회적 가치가 있는 의혹이라면 보도할 수 있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면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언론이 사실관계를 철저히 검증할 때 사회적 신뢰도 회복될 수 있다. 2026년 영국 옥스퍼드대 부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조사에서 한국의 뉴스 신뢰도는 30%로, 48개국 평균 37%보다 낮았다. 신뢰가 낮은 사회에서는 무엇이 사실인지 확인하는 데에도 불필요한 비용이 발생한다. 영업이익률이 30%를 넘는 애플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단기적 이익이나 돈의 가치가 신뢰를 압도하는 사회에서 지속 가능한 번영은 없다.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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