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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 불만에 역삼빌딩 두 곳에 방화…되풀이되는 '분노의 불길'

연합뉴스

70대 피의자 4년 전에도 방화미수…화 못참고 범행나선 사례들 "억울함 알리고 힘 과시하려는 심리 작용…갈등 해소 지원 필요"

특허 불만에 역삼빌딩 두 곳에 방화…되풀이되는 '분노의 불길'
70대 피의자 4년 전에도 방화미수…화 못참고 범행나선 사례들
"억울함 알리고 힘 과시하려는 심리 작용…갈등 해소 지원 필요"

검거된 역삼동 방화 용의자 (출처=연합뉴스)
검거된 역삼동 방화 용의자 (출처=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한지은 기자 = 서울 강남구 역삼동 빌딩 두 곳에 불을 질러 20명 가까이 다치게 한 혐의로 체포된 70대가 특허법인에 대한 불만을 범행 이유로 내세우면서 개인적 원한에 따른 방화 범죄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전문가들은 자신의 억울함을 알리고 관심을 받으려는 심리가 범행에 작용할 수 있다며 분노가 폭력으로 번지기 전에 고립된 이들의 고충을 듣고 문제 해결을 지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21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전날 역삼동 빌딩 두 곳에 불을 질러 1명 심정지·18명을 다치게 한 혐의로 체포된 70대 남성 A씨는 해외 상표 등록 과정에서 특허법인에 불만을 품은 것으로 파악됐다.

범행 당일 검거돼 경찰서로 압송된 A씨는 범행 동기를 묻는 취재진에게 "특허 법무법인에서 사기 쳐서"라고 소리쳤다. 피해자들에게 할 말을 묻는 말에도 "앞으로 사기 치지 말라고 해달라"며 분노를 표출했다.

A씨는 2022년에도 같은 특허법인 두 곳을 찾아가 직원들에게 휘발유를 뿌리고 라이터를 켜겠다고 협박하다 방화예비로 구속된 전력이 있다.

인화 물질 추정 물건 들고 이동하는 방화 용의자 (출처=연합뉴스)
인화 물질 추정 물건 들고 이동하는 방화 용의자 (출처=연합뉴스)

이번 사건처럼 개인적 불만이나 원한이 방화로 이어져 다수의 사상자를 낸 사건은 반복돼왔다.

경찰청이 국민의힘 서명옥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 23일 경북 경산에서 70대가 평소 갈등을 겪던 관리사무소에 불을 질러 피의자를 포함한 5명이 숨졌다.

지난해 7월 서울 중구에서는 인쇄소를 동업하던 60대가 동업자와 다툰 뒤 불을 질러 피해자가 숨졌다. 같은 해 5월에는 이혼소송에서 패소한 데 앙심을 품은 60대가 운행 중인 지하철에 불을 질렀다.

2024년 9월 충북 청주의 한 여관에서는 주인이 짐을 빼라고 하자 화가 난 50대가 불을 질러 3명이 숨졌다.

2023년 1월에는 서울 중구에서 노점상 운영 자리를 알아보던 50대가 주민들이 협조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상점 4곳에 방화했다.

방화는 아니지만, 이달 13일 인천 대형 상업시설에서 흉기로 10명을 살해하려 한 혐의로 구속된 최충락(59)도 병원 치료 부작용을 주장하며 1인 시위를 하다 불만을 품고 일면식도 없는 시민들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최씨는 "(병원이) 오히려 민사로 압박을 줬다", "제가 낭떠러지에서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 놨기 때문"이라고 자신의 범행 이유를 내놓았다.

이처럼 개인적으로 주장하는 불만·억울함을 사법절차를 통하지 않고 사적으로 해소하고자 분풀이에 나선 사건으로는 영화 '부러진 화살' 소재가 된 2007년 석궁 사건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김명호 전 성균관대 교수는 재임용 탈락과 관련한 교수지위 확인소송에서 패소하자 항소심 재판장이던 부장판사의 집을 찾아가 석궁을 쏴 다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대법원은 2008년 김 전 교수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판결 앞둔 `판사테러' 김명호씨 (출처=연합뉴스)
판결 앞둔 `판사테러' 김명호씨 (출처=연합뉴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이러한 범행에 대해 "피해가 발생해 많은 사람이 봐야 자신의 억울함을 알리고 인정받을 수 있다는 심리가 작용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인천 흉기난동 사건 최충락도 관심을 끌려고 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을 언급하며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이 박탈감을 심화해 범죄를 통해서라도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려는 심리를 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허창덕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비상식적인 행동으로 분노를 표출하는 것은 상식과 규범, 법 등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안전장치가 무너지고 있다는 징후로 볼 수 있다"며 "사회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분노를 해소할 수 있도록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복지가 단순히 생계를 지원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거나 문제 해결의 출구를 찾지 못하는 사람들의 고충을 듣고 도움을 줄 창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산 아파트 관리사무소서 폭발 추정 사고 (출처=연합뉴스)
경산 아파트 관리사무소서 폭발 추정 사고 (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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