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붉은 반점인데 하나는 암?" 조직검사로도 헷갈리던 보웬병 감별 예측모델 개발[헬스체크]
[파이낸셜뉴스] 병변이 햇빛을 많이 받는 얼굴과 두피에 생겼는지, 주변 피부에 자외선 손상이 있는지가 피부암과 전암성 병변을 가르는 핵심 단서가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박지혜 삼성서울병원 피부과 교수·김준영 경북대병원 피부과 교수 연구팀은 보웬병(Bowen's disease)과 보웬양 광선각화증(Bowenoid actinic keratosis)의 임상·병리학적 특징을 함께 분석해 두 질환을 구별하는 진단 예측모델을 개발했다.
보웬병은 피부의 가장 바깥층인 표피에 암세포가 국한된 피부암으로, 이른바 '제자리암'에 해당한다. 보웬양 광선각화증은 피부암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있는 전암성 병변이다. 두 질환 모두 붉은 반점이나 각질이 일어나는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문제는 두 질환이 겉모습뿐 아니라 조직검사에서도 비슷하게 보인다는 점이다. 이를 명확히 구별할 합의된 기준도 아직 충분하지 않다.
정확한 감별은 치료 방향을 결정짓는다. 암종인 보웬병은 광범위 절제술이나 모즈미세도식수술 같은 수술적 치료가 우선 고려되는 반면, 전암성 병변인 보웬양 광선각화증은 냉동치료나 국소 약물치료 등 비수술적 치료가 주로 시행된다.
연구팀은 이 같은 진단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조직검사 결과에 더해 환자 피부에서 관찰되는 임상 특징을 함께 활용하는 방법에 주목했다.
연구팀은 2018년 6월부터 2023년 6월까지 삼성서울병원에서 보웬병(152명) 또는 보웬양 광선각화증(101명)으로 진단받은 환자 253명을 대상으로 병변 위치와 주변 피부 상태, 자외선에 의한 피부 조직 변화, 조직검사상 세포 특징 등을 종합적으로 비교했다.
분석 결과 두 질환을 가르는 가장 뚜렷한 차이는 자외선 노출 흔적이었다. 보웬양 광선각화증 환자의 90.1%는 얼굴이나 두피처럼 만성적으로 햇빛에 노출되는 부위에 병변이 생겼지만, 보웬병은 36.2%에 그쳤다. 자외선에 의한 피부 조직 변화도 보웬양 광선각화증에서 더 많이 관찰됐다.
반대로 조직검사에서 확인된 비정상적 형태의 세포는 보웬병에서 더 많았다. 표피 3mm 너비에서 관찰된 비정형 세포 수는 보웬병이 평균 13.68개로, 보웬양 광선각화증(5.51개)의 두 배를 웃돌았다.
연구팀은 이를 토대로 병변 위치, 주변 피부 상태, 조직검사 결과 등을 종합한 예측모델을 개발했다. 이후 경북대병원 환자 207명에게 적용해 검증한 결과, 95.17%의 정확도를 보이며 높은 감별 성능을 입증했다.
이번 연구는 진료 과정에서 확인할 수 있는 임상적 특징과 병리학적 정보를 결합해 두 질환의 감별을 돕는 새로운 진단 전략을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박지혜 교수는 "보웬병과 보웬양 광선각화증은 서로 비슷하게 보이지만 치료 접근에는 차이가 있어 정확한 감별이 중요하다"며 "이번 연구는 피부 병변에서 얻을 수 있는 임상 정보와 조직검사 정보를 함께 활용해 두 질환을 구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연구팀은 이번 모델이 국내 두 의료기관 환자를 대상으로 개발·검증된 만큼, 향후 다양한 인종과 지역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일본피부과학회지(The Journal of Dermatology)' 최근호에 게재됐다.
[email protected]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