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럽

"佛, 시위대 달래려 돈풀면 국채금리 더 급등…파멸의 악순환"

뉴스1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프랑스 전역에서 생활비 급등과 공공서비스 악화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와 폭력 사태가 이어지고 있지만, 불어난 국가부채와 국채 금리 상승에 발목이 잡힌 정부는 재정 카드를 꺼내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시민들의 불만과 채권시장의 불안이 서로를 키우는 '파멸의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2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2018년 유가 급등에 대한 불만에서 시작해 대규모 시위로 번진 '노란 조끼 운동'이 프랑스를 휩쓸었을 당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약 110억 달러(약 14조 6000억 원) 규모의 감세와 임금 인상으로 사태 진정에 나섰다.

그러나 프랑스 정부가 이번에도 시위대를 달래기 위해 대규모 재정 지출을 발표한다면 투자자들의 동요가 커지고 국채 금리가 또다시 급등할 가능성이 크다.

포퓰리즘과 재정정책의 관계를 연구한 폴란드 바르샤바대학교의 미하우 브조조프스키와 요안나 시빈스카-고젤라크는 프랑스를 비롯한 많은 국가가 이처럼 시장 불안과 정치 혼란이 맞물려 악화하는 '파멸의 고리'(doom loop)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최근 투자자들은 고금리와 정치적 불확실성 속에서 정부의 예산 관리 능력을 의심하며 프랑스 국채를 내다 팔고 있다.

채권 투자자들은 지출 삭감이나 증세 같은 어려운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정부에 더 높은 이자를 요구하며, 이에 프랑스 국채 수익률은 2002년 이후 최고치로 올랐다. 독일과의 10년물 국채 수익률 격차는 2011년 이후 최대로 벌어졌다.

프랑스 공공부채는 경제 규모의 120%에 육박하며, 내년 이자 지급액은 900억 유로(약 134조 2000억 원)를 넘어 국방·교육 예산을 웃돌 전망이다.

성장이 부진한 유럽에서는 부채를 줄이는 일의 상당 부분을 재정정책에 기댈 수밖에 없지만, 증세나 지출 삭감은 번번이 거센 반발에 부딪혀 왔다.

경제적으로 불안한 유권자들이 연금 등 지출 유지와 감세를 약속하는 포퓰리즘 정당으로 기울면서 중도 정당의 입지는 흔들리고 있다.

알리안츠 수석 이코노미스트 뤼도비크 쉬브랑은 재정 규율을 내세운 정치인들이 무력하다는 인상만 남긴 채 정치적으로 처벌받고, 그 결과 "극단 정당이 하고 싶은 말을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독일에서는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지난달 두 차례 주의회 선거에서 승리하고 전국 여론조사 선두에 올랐다. 영국에서는 영국개혁당이 여론조사에서 앞서자 집권 노동당은 채권시장 안정을 중시하던 키어 스타머 총리를 내리고 앤디 버넘을 새 총리로 세웠다.

프랑스에서는 6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선 여론조사에서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의 마린 르펜이 선두를 달리고 있다. 극좌 성향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의 장뤼크 멜랑숑은 부채 일부를 사실상 탕감하자고 제안해 투자자들을 놀라게 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재정 적자를 현재 국내총생산(GDP) 대비 5.4%에서 5.0% 수준으로 낮추기 위한 내년도 긴축 예산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여소 야대 의회에서 야당의 반대에 막혀 난항을 겪고 있다.

쉬브랑은 예산 협상과 대선, 그리고 뒤이어 치러질 가능성이 큰 총선이라는 '삼중의 불확실성' 탓에 프랑스 국채 수익률이 조만간 내려가지 않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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