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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다가온 가상자산 과세, 준비 부족하면 연기 불가피

파이낸셜뉴스

내년 1월 시행 방침에서 변화 기류
정부 "업계 등의 의견 폭넓게 수렴"

지난 22일 서울 서초구 빗썸라운지 전광판에 비트코인 가격이 표시돼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22일 서울 서초구 빗썸라운지 전광판에 비트코인 가격이 표시돼 있다. 사진=뉴시스

내년 1월로 예정된 가상자산 과세 시행이 불투명해졌다. 권대영 재정경제부 1차관은 지난 20일 두나무·빗썸·디지털엑스·코인원 등 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은 뒤 "충분히 숙고하고 관계 부처와 긴밀히 협의해 나가겠다"고 했다. 이미 세 차례 미뤄진 제도가 시행을 코앞에 두고 또 오락가락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 입장은 한 달 새 달라졌다. 당초 정부는 내년 1월 1일부터 가상자산 양도·대여 소득에서 연간 250만원을 기본공제하고, 초과분은 기타소득으로 보고 22% 세율의 분리과세를 골자로 하는 제도를 시행할 예정이었다. 이형일 경제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에서 "현재 세법상 이미 내년부터 과세하는 것으로 예정돼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지난 6일 국정감사에서 이 장관은 "국회와 업계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현재 시행과 유예를 놓고 검토 중이지만 유예해야 한다는 의견이 정부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고 한다.

유예론의 주요 근거는 국가 간 정보교환의 시차다. 우리나라는 내년부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암호화자산 자동정보교환체계(CARF)에 따라 주요 가입국과 가상자산 거래정보를 매년 주고받게 된다. 하지만 홍콩·싱가포르·아랍에미리트(UAE)는 2028년, 미국은 2029년에야 시행한다. 해외 거래소 소득을 파악하지 못한 채 과세하면 국내 거래소 이용자만 과세 대상이 되는 형평성 문제가 생긴다. 박민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6일 시행일을 2029년 이후로 늦추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낸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과세 기반이 준비됐는지도 점검해야 한다. 업계는 거래방식이 다양하고 복잡해진 만큼 과세기준과 자료 제출 시스템을 구축하고 검증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전문가들은 과세 제도가 처음 입법된 2020년 말 이후 시장 환경이 크게 바뀌었고, 논의 중인 디지털자산기본법에 따른 제도 변화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시행을 또 미루면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가 있다'는 원칙이 흔들린다는 지적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2022년 1월로 잡혔던 첫 시행부터 거듭된 연기는 주식 양도차익 과세와 비슷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그러나 시행할 여건이 충분히 마련되지 못했다면 무조건 강행하는 것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시행 시기를 미루더라도 '준비 안 된 과세'는 피해야 하는 것이다.

일본은 지난 2017년 자금결제법 개정으로 가상자산 거래소 등록제를 도입한 뒤 가상자산 매매이익에 과세했다. 일본은 손실을 다음 해로 넘기는 '이월공제 제도'를 도입해 수용성을 높였다. 물론 일본의 상황이 우리와 같을 수는 없다.

정부와 여야는 거래 유형별 과세기준과 신고 편의, 사업자 자료 제출 시스템, 국가 간 정보교환 일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과세 시기를 정해야 한다. 국회도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에 속도를 내 시장 규칙과 과세 일정이 손발이 맞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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