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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거도 방파제 공사비 부풀려' 삼성물산 전·현직 임직원, 1심서 징역형 집행유예

박성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法 "귀중한 세금으로 편성된 국가 예산 부당 편취"
공사비 산출 내역 삭제·허위 견적서 제출 인정
공사비 부풀린 규모 산정 못 해 특경법상 사기 무죄

서울남부지법 전경. 연합뉴스
서울남부지법 전경.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가거도 방파제' 공사비를 부풀려 국고를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삼성물산 전·현직 임직원들이 1심에서 모두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장찬 부장판사)는 22일 오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과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된 삼성물산 전·현직 임직원 고모씨·조모씨와 설계감리회사 관계자 김모씨에게 각각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나머지 피고인 5명에게는 각각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공소청에 따르면 이들은 2016년 3월께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신안군 가거도항 태풍 피해 복구사업 중 연약지반 개량공사비를 190억원에서 347억원으로 부풀린 설계서를 목포지방해양수산청에 제출해 국고를 편취한 혐의로 2023년 4월 불구속 기소됐다.

재판부는 "관급공사에서 설계와 시공을 분리하여 발주하는 것은 설계사와 시공사의 상호 견제를 통해 투명성 확보와 공사비의 적정성 및 예산 절감 등을 위한 것"이라며 "시공사인 삼성물산이 발주청 사정으로 설계사와 수정 실시설계 용역 계약을 대신 체결하게 된 것을 계기로, 설계사와 공모해 설계금액을 인위적으로 높였다. 공사를 위해 편성된 예산 전액을 소진시키는 방식으로 국민의 귀중한 세금으로 편성된 국가 예산을 부당하게 편취했다"고 지적했다.

또 삼성물산이 발주청으로부터 부가가치세를 포함해 약 347억원의 공사대금을 받은 반면, 하도급업체와 바지선 임대업체에 직접비로 지급한 금액은 약 127억원에 그쳤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은 범행을 극구 부인하는 등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질책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작업일수와 할증률 등이 드러나는 구체적인 산출 내역을 설계서에서 삭제해 발주청이 이를 파악하지 못하도록 했다고 판단했다. 발주청 담당 공무원이 설계서의 허위·조작 사실을 알았다면 변경계약을 체결하거나 공사대금을 지급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사기와 위계공무집행방해를 인정했다.

다만 특경법상 사기 혐의는 무죄로 판단하고 일반 사기죄를 적용했다. 실제 공사를 완료한 만큼 받은 공사대금 347억원 전액이 아닌 정당한 공사비를 제외한 부당 증액분을 편취액으로 봐야 한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금액을 구체적으로 산정할 수 없다며 지급받은 대금과 직접비의 차액을 그대로 편취액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아울러 재판부는 이번 범행이 공사비를 무리하게 낮춰 수주한 뒤 설계 변경이나 추가 공사 과정에서 허위 견적서 등 부정한 방법으로 손실을 보전하려는 건설업계의 오랜 관행에서 비롯됐다고 봤다. 발주청이 삼성물산에 설계용역 계약을 대신 체결하도록 부탁하면서 시공사와 설계사 사이의 공모가 조장된 측면도 양형에 고려했다.

재판부는 선고를 마친 뒤 실형 대신 집행유예를 택한 이유를 별도로 설명했다. 범행 이후 이미 10년이 지났고, 부당하게 얻은 이익도 피고인 개인이 아닌 회사에 귀속됐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회사의 지휘를 받아 업무를 수행한 피고인들에게 이제 와서 실형을 선고하는 것은 과하다"고 밝혔다.

앞서 해양경찰청은 관련 의혹을 수사해 2020년 8월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검찰은 2022년 삼성물산 본사 등 관련 업체를 압수수색하는 등 보완 수사를 거쳐 이들을 기소했다.

[email protected] 박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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