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중동/아프리카

이란, 해외 해상 유조선 비축원유 바닥…美봉쇄에 中수출도 끝나

뉴스1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미국의 해상 봉쇄가 수개월째 이어지면서 이란이 아시아 해역 유조선에 쌓아 뒀던 해상 원유 비축분이 바닥난 것으로 나타났다.

2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케이플러(Kpler)는 말레이시아·싱가포르 연안 등 아시아 해역에 있던 이란의 해상 원유 비축분이 이달 중순 완전히 고갈됐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봉쇄로 이란이 중국 정유업체에 팔던 원유를 보충하지 못한 결과다.

케이플러의 원유 분석 책임자 호마윤 팔락샤히는 "더 이상 중국에 하역할 원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란은 미국 제재를 피하기 위해 이란 연계 유조선으로 원유를 말레이시아·싱가포르 앞바다로 옮긴 뒤 다른 유조선에 옮겨 실어 중국으로 보내왔다. 이 해역은 원유 저장고 역할도 했다.

케이플러에 따르면 이란은 2월 전쟁 발발 당시 해외에 원유 약 1억 3500만 배럴을 보유하고 있었다.

미국이 4월 봉쇄에 나서자 비축분은 빠르게 줄었다. 6월 중순 평화 협상 과정에서 봉쇄가 풀리자 이란은 비축분을 다시 9000만 배럴 가까이 쌓았지만, 7월 중순 봉쇄가 재개되면서 10월 5일 100만 배럴 미만으로 줄었고 이후 소진됐다.

핵무장 이란 반대 연합(UANI)도 이란 원유 수출이 8월과 9월 거의 '0'에 가깝게 줄었고, 동남아시아의 해상 비축분은 10월 초까지 1000만 배럴 이하로 줄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계산했다. 다만 정확한 총량은 파악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봉쇄로 이란이 최소 250억 달러(약 33조 원) 상당의 석유 수입을 잃었고, 이에 따라 파괴된 공장과 무기를 재건하는 능력이 제약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고물가와 물자 부족에 시달리는 이란 경제에는 추가적인 타격이다. 팔락샤히는 석유 판매가 이란 정부 세입의 30~40%를 차지하는 최대 외화 획득원이라고 설명했다. 이란 통화 가치는 7월 초 이후 달러 대비 3분의 1 떨어졌다.

팔락샤히는 "미국의 승부수는 경제난이 정권을 협상으로 돌아오게 해 핵 합의를 수용하게 하거나, 정권이 통제하기 어려운 내부 시위를 촉발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만 중국의 원유 대금 지급에는 약 두 달이 걸려 이란은 앞으로 몇 주간 과거 판매분 대금을 일부 받을 수 있다.

이란은 해상 경로가 막히자 원유를 버려진 저장탱크에 보관하거나 트럭으로 이웃 국가에 운송해 왔지만, 애널리스트들은 육로가 해상 운송을 대체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과거 이란 석유부 연구 부문에서 일했던 에너지 분석업체 FGE넥산트ECA 중동·아시아 담당 수석부사장 이만 나세리는 "(봉쇄가) 효과를 내고 있느냐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말했다.

그는 이란 정권이 과거에도 위기를 버텨냈으나 "1년 더 지켜보고 체제가 버틸 수 있을지 보자"고 덧붙였다.

이란 정부는 버틸 수 있다는 입장이다. 압돌나세르 헴마티 이란 중앙은행 총재는 지난주 태국 방콕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 회의에서 "이란 경제는 매우 훌륭한 회복력을 보여줬다"며 "이란 경제가 붕괴하고 있다는 주장은 환상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