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지진 안전, 준비에서 시작된다
지금 이 글을 읽는 순간, 갑자기 주변이 흔들린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많은 분이 '건물 밖으로 빨리 나가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지진이 발생하면 먼저 몸을 낮추고 탁자 아래로 들어가 머리와 몸을 보호해야 한다. 흔들림이 멈춘 뒤에는 계단을 이용해 안전한 곳으로 대피해야 한다. 평소 알고 있는 행동도 막상 위급한 순간에는 당황하기 쉽다. 지진행동요령을 미리 알고 반복해서 익혀야 하는 이유다.
흔들림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 오늘날 과학기술로도 지진이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그래서 지진안전의 핵심은 예측이 아니라, 언제 닥치더라도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준비하는 데 있다.
우리나라도 지진 안전지대라고 할 수 없다. 최근 5년간 규모 2 이상의 지진이 해마다 약 80회 발생하고 있다. 역사서에는 779년 경주 지진과 1643년 울산 지진 등 큰 지진의 기록이 남아 있다. 최근에도 2016년 경주와 2017년 포항에서 각각 규모 5.8과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해 큰 피해를 남겼다.
주변국의 지진도 우리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 지난 7월 일본 구마모토현 강진으로 국내 일부 지역에서 진도 Ⅲ의 흔들림이 관측됐고, 789건의 흔들림 신고가 접수됐다. 일본 정부는 난카이 해곡에서 규모 8~9의 거대지진이 발생하면 약 30만 명의 사망자와 235만 동의 건물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기상청도 이 경우 우리나라에서 창문이 흔들리는 수준인 진도 Ⅳ의 흔들림이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지진은 국경을 가리지 않는다. 국내뿐 아니라 주변국의 지진까지 살피고 대비해야 하는 이유다.
정부는 '설마'가 아닌 '만약'의 자세로 대비하고 있다. 지난 8월 전남광주통합특별시 해남군에서 규모 3.1의 지진을 포함해 130회의 지진이 발생하자 지진 위기경보를 '주의' 단계로 높이고, 시설물 점검과 관계기관 합동훈련을 실시했다. 또한 지진 발생 원인을 보다 면밀히 살피기 위해 해당 지역의 단층조사도 앞당겨 추진하기로 했다.
앞으로 정부는 권역별 단층조사를 차질 없이 추진하고 조사 결과를 국토와 시설물 안전관리에 활용할 것이다. 학교·병원 등 공공시설물의 내진율도 2025년 82.7%에서 2035년 100%까지 높이고, 전국 1만 2천여 개의 지진 대피장소를 꼼꼼히 점검할 것이다. 또한 주민 참여형 교육· 훈련과 지진안전주간 캠페인을 통해 지진행동요령이 생활 속에 자리 잡도록 할 것이다.
국민 여러분께서도 평소 집과 직장 주변의 지진 대피장소를 확인하고, 지진이 발생하면 탁자 아래로 몸을 보호한 뒤 흔들림이 멈추면 계단을 통해 넓은 공터로 대피하는 행동요령을 꼭 기억해 주시길 부탁드린다.
다시 식탁이 흔들리는 순간을 떠올려 보자. 그때 우리를 지키는 것은 막연한 두려움이 아니라 평소에 준비하고 익혀둔 행동이다. 지진은 예측하기 어렵지만, 피해는 줄일 수 있다. 우리의 평온한 일상을 지키는 힘은 바로 그 작은 준비에서 시작된다.
김광용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