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유진상가·인왕시장 개발 반드시 한다… 투명성·생존권 보장"

이설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주민자치·협치로 구정 이끄는 박운기 서대문구청장
서부선 경전철 임기 내 착공
청년 부동산 중개수수료 지원
신촌패스 도입해 상권 활성화
지역 대학·기업 협력체계 구상

박운기 서대문구청장은 지난 15일 서대문구청 집무실에서 진행한 파이낸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유진상가 개발과 서부선 착공에 들어가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보고있다고 말했다. 서대문구청 제공
박운기 서대문구청장은 지난 15일 서대문구청 집무실에서 진행한 파이낸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유진상가 개발과 서부선 착공에 들어가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보고있다고 말했다. 서대문구청 제공

"서울이라는 대도시에서 어떻게 개발을 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중요한 것은 개발의 주체와 과정이 투명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주민들의 생존권이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죠." 박운기 서울 서대문구청장은 22일 파이낸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유진상가·인왕시장 일대 개발에 대해 언급하며 이같이 밝혔다. 민선 9기 출범 이후 전임 구정에서 추진해 온 대형 개발사업을 재점검하고 있지만 사업 자체를 중단하거나 백지화할 생각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박 구청장은 " 유진상가·인왕시장 개발은 반드시 해야 한다"며 "다만 잘못된 부분은 바로잡고, 임기 내 최소한 사업시행인가까지는 이끌어 내겠다"고 말했다.

특히 유진상가·인왕시장 개발 과정에서 상인들의 임시 영업공간을 확보하는 문제를 중요하게 보고 있다. 개발을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상인과 주민이 소외되면 갈등과 소송이 발생하고, 결과적으로 사업이 더 늦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서대문구는 지난 7월 재개발·회계·세무·법률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구청장 직속 민관합동 정비사업 운영점검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켰다. TF는 유진상가·인왕시장 개발사업의 예산과 회계, 계약 관계, 사업 수행 방식 등을 검토하고 있다.

박 구청장은 "TF의 1차 점검 결과를 간부들과 공유했고, 두 번째 회의에서는 사업을 어떻게 추진할 것인지 큰 방향을 잡았다"며 "이제 구체적인 로드맵을 마련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사업 시행 방식도 원점에서 검토하고 있다. 구청 직접 시행뿐 아니라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가 참여하는 방안 등이 검토 대상이다. 박 구청장은 서울시 부시장과 관련 부서 책임자, SH 사장 등을 만나 협의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박 구청장은 임기 내 가시적인 성과로 유진상가·인왕시장 개발의 사업시행인가와 서부선 경전철 착공을 제시했다.

그는 "유진상가 개발은 최소한 사업시행인가가 나와서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는 단계까지 가야 한다"며 "서부선 역시 착공에 들어가는 것이 목표고, 이 두 가지만 이뤄도 서대문구의 오랜 숙원을 상당 부분 해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철도사업은 서울시와 중앙정부의 권한이 큰 만큼 자치구 차원의 한계도 인정했다. 박 구청장은 "경제성만 따지면 교통 소외지역은 계속 소외지역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며 "강북횡단선은 교통복지와 지역 균형발전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며, 홍은권 교통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간호대역 신설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청년정책에서도 재정 부담을 고려한 실용적인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업이 청년들의 부동산 중개수수료 지원이다.

박 구청장은 "청년 전세보증금을 직접 지원하는 것은 재정적으로 어렵지만, 주거 계약 과정에서 부담하는 중개수수료는 지원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내년 시행을 목표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업 예산은 연간 수천만원 수준으로 구상하고 있으며, 수요에 따라 확대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신촌·이대 상권 활성화는 청년 문화예술 생태계 조성에 초점을 맞췄다. 단순한 상업시설 유치보다 청년들이 직접 공연과 축제, 문화행사를 기획하고 창업으로 연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박 구청장은 "신촌의 경쟁력은 단순히 대학이 많다는 데 있지 않다"며 "청년들이 직접 문화예술을 기획하고 활동하면서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신촌의 문화시설과 음식점, 판매점 등을 연계한 '신촌패스'도 도입한다. 올해 수요조사와 운영협의체 구성을 거쳐 내년 플랫폼 구축과 연계 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지역의 대학과 기업을 연결하는 협력체계도 구상 중이다. 박 구청장은 서대문구의 9개 대학뿐 아니라 마포구의 대학까지 연계하면 인공지능(AI), 청년 창업, 문화예술 분야에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마포구와의 협력도 제안할 생각이다.

민선 9기 구정 운영의 핵심 원칙으로는 주민자치와 협치를 내세웠다. 취임 후 첫 결재로 주민자치 활성화를 선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박 구청장은 "동장은 작은 구청장이 되고 주민자치회는 작은 의회가 되는 구조를 만들고 싶다"며 "주민들이 동장 후보자의 정책과 역량을 직접 살펴보고 추천하는 주민추천 동장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주민추천 동장에게는 3년의 임기와 일부 예산 권한을 부여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주민들이 지역 현안을 직접 논의하고 결정하는 실질적인 자치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취지다.

1990년대 노동현장과 시민운동을 거쳐 지역정치에 입문한 박 구청장은 홍제천 복원 운동을 자신의 정치적 출발점으로 꼽았다. 1997년 지역 시민운동에 뛰어든 뒤 2002년 구의원에 당선됐고, 홍제천 복원사업 추진에 참여했다. 그는 "홍제천은 제가 정치를 시작하게 된 이유"라며 "유진상가·인왕시장 개발과 연계해 복개 구간을 걷어내고 자연형 하천으로 복원하는 것이 오랜 구상"이라고 말했다.

박 구청장이 내세운 '서대문 전성시대' 역시 이러한 지역 변화에 대한 의지를 담고 있다. 그는 "인근 지역들이 크게 발전하는 모습을 보면서 서대문 주민들의 자존심을 되찾고 싶다"며 "4년 뒤 주민들로부터 '구청장으로 만들어 놓으니 그만큼 일을 하더라', '주민들의 이야기를 피하지 않고 잘 들어주더라'는 평가를 듣고 싶다"고 마무리했다.

[email protected] 이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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