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사설] 재계 119개 정책 건의, 정부·국회는 적극 수용을

파이낸셜뉴스

첨단산업 둘러싼 경쟁 갈수록 치열
급변하는 기술, 제도적 뒷받침 절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AI 혁신위원회는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와 공동으로 11월 2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AI 데이터센터 산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기업 간담회'를 개최한다. /사진=뉴스1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AI 혁신위원회는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와 공동으로 11월 2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AI 데이터센터 산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기업 간담회'를 개최한다. /사진=뉴스1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을 둘러싼 국가 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기업의 힘만으로 경쟁에서 이기기가 어려운 시대가 됐다. 기업은 기업대로 기술혁신에 매진하고, 정부와 국회는 기업의 어려움을 파악해 제도로 뒷받침하고 지원하는 민관 협력체제가 요구된다. 이런 점에서 한국경제인협회가 제출한 '2027 경제계 정책의견서'를 정부와 국회는 깊이 들여다봐야 한다. AI 대전환, 첨단·에너지 산업 경쟁력 강화, 기업 제도 정비, 노동시장 등 10개 분야 119건이 담겼다.

의견 가운데 특히 주목할 대목은 피지컬 AI 분야다. 한경협은 AI·로봇·자율주행·드론 등으로 흩어진 법체계를 통합해 산업 전반을 지원할 근거법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시범 운영지역 지정과 성능인증 체계, 학습용 개인·영상정보 활용 특례도 제안했다.

재계가 나서서 AI 관련 산업 전반을 지원할 근거법을 요구한 이유가 있다. 중국과 일본 등은 이미 관련 조례를 시행하거나 국가 전략을 세워 데이터 개방과 실증기지 조성에 나서고 있다. 특히 첨단산업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 피지컬 AI는 로봇이 현실 공간에서 사람과 부대끼며 작동하는 기술이다. 실증할 공간과 인증기준, 데이터가 없으면 기술이 있어도 시장에 나갈 수 없다. 로봇 한 대를 개발해 실전에 배치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연관 기술과 서비스들이 연결되고 융합되어야 한다. 그래서 통합적인 지원 근거법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국회에 관련 법안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 6월 시범지역 지정과 원스톱 규제 샌드박스 등을 담은 피지컬 AI 특별법안이 대표 발의된 바 있다. 그럼에도 특례 중심의 법안만으론 급변하는 현장의 목소리를 담기 힘들다. 피지컬 AI의 기술과 시장은 시시각각 바뀐다. 특정 시점의 기술을 전제로 설계한 특례와 기준은 새 기술이 나올 때마다 법 개정을 기다려야 한다.

국회에서 개정안 한 개를 통과시키려면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21대 국회에서 한 법안이 통과되는 데 평균 615일이 걸렸다고 한다. 법안 처리율도 30.2%에 그쳤다. 심지어 다른 주요 법안들 심사에 밀려 폐기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국회의 법안 처리가 급변하는 기술 주기를 따라잡지 못하는 것이다.

최근 국정감사장에서는 중국산 휴머노이드 로봇이 등장했다. 시장을 주도하는 중국산 로봇에 대한 경각심을 의원들에게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그것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국회는 중국을 따라잡으려면 어떤 법과 제도로 우리 기업을 도와줄지 고민하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

첨단산업 생태계는 민관이 협력하지 않으면 구축하기 어렵다. 현실은 기업이 앞서 달리는데 제도가 따라오지 못하는 모양새다. 기업이 과감한 투자와 혁신을 단행하고 정부는 기민한 산업정책과 규제 혁파로 밀어주며 국회는 입법으로 끌어줘야 산업 생태계가 활성화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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