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신생 기업은 줄고 병든 기업은 늘어간다
창업 5년 연속 감소, 한계기업 증가
진입 장벽 낮추고 퇴출은 과감하게
지난해 고성장기업이 급감한 가운데 시장에 새로 진입한 신생기업 수도 5년 연속 줄었다. 창업과 성장동력이 함께 약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기업 비중도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새로운 기업의 진입은 줄고 경쟁력을 잃은 기업은 시장에 남으면서 산업 생태계의 활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22일 국가데이터처의 '2025년 기업생멸행정통계'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상용근로자와 매출액이 연평균 20% 이상 늘어난 '고성장기업'은 4534개로 전년보다 855개(15.9%) 감소했다. 매출액이나 상용근로자가 있는 '활동기업'은 774만8000개로 10만8000개(1.4%) 늘었지만, '신생기업'은 90만8000개로 1만4000개(1.5%) 줄어 5년 연속 감소했다. 활동기업 중 신생기업 비율인 신생률도 11.7%로 0.3%p 하락했다. 2011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한국은행의 '2025년 연간 기업경영분석 결과'에 따르면 한계기업의 비중은 42.9%다. 부채가 있는 기업 10곳 중 4곳 이상이 내야 할 이자보다 적은 영업이익을 냈다는 뜻이다. 2009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다. 반도체 등 일부 첨단 수출 대기업의 실적 호조로 대기업의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6.7%로 높아졌지만, 중소기업은 2.8%로 하락했다.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전체 수익성이 개선됐지만 온기가 경제 전반으로 퍼지지 못하면서 기업 간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
주력산업의 부진과 자원배분의 왜곡도 우려된다. 고성장기업 감소는 공공·유틸리티 부문을 제외한 전 산업에서 나타났다. 특히 한국 경제의 기둥인 제조업과 건설업에서도 고성장기업의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고금리·고비용 여파로 경쟁력을 잃은 기업들이 대출 만기 연장과 정책금융에 의존해 시장에 남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실기업 지원이 구조조정을 지연시키면 자금과 인력이 묶여 생산성이 높은 신생·고성장기업으로 자원이 이동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고성장기업과 혁신 벤처는 신규 고용과 혁신을 이끄는 주체다. 이들 기업의 감소는 청년층이 선호하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금리 변동성과 대외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구조조정을 미루면 부실기업의 퇴출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연쇄부도와 금융권의 손실 확대로 이어질 위험도 커진다.
우리 경제는 새로운 혁신기업의 탄생과 성장이 부진한 가운데 경쟁력을 잃은 기업의 퇴출마저 지연될 수 있는 구조적 문제에 직면해 있다. 한마디로 반도체 업종 외의 기업들의 사정이 최근 매우 나빠진 것이다.
반도체 산업의 호황에 취해 이런 경고음을 외면한다면 슈퍼사이클이 끝난 뒤 성장동력 약화가 더욱 뚜렷해질 수 있다. 무차별적인 대출 만기 연장과 상환 유예 등 연명형 지원을 재검토하고, 정교한 신용평가를 바탕으로 회생 가능성이 낮은 한계기업을 선별해 구조조정해야 한다.
신산업 진출을 가로막는 규제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구조조정으로 풀려난 금융 자원이 기술력을 갖춘 신생 벤처와 성장 잠재력이 높은 기업으로 흘러가도록 선순환 구조를 복원해야 한다. 부실기업 퇴출과 혁신기업 성장을 함께 이뤄내야 기업 생태계의 활력을 되살릴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