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시위 격화에 2700명 구금…마크롱 집회 제한 강화·루브르 폐쇄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프랑스에서 생활비 급등 등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폭력 사태로 번지면서 최근 열흘 새 2700명이 경찰에 구금됐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집회 제한 강화에 나서면서 이번 주말 추가 시위에 대비해 루브르박물관 등 주요 문화시설도 문을 닫기로 했다.
제랄드 다르마냉 프랑스 법무장관은 22일(현지시간) 보도된 프랑스 뉴스채널 LCI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17일 이후 폭동·약탈 사건에 연루돼 경찰에 구금된 사람이 2700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AFP통신에 따르면 이 가운데 217명이 수감됐으며, 1000여 명에 대해서는 사법 절차가 진행 중이다.
이번 사태는 지난 17일 프랑스 전역에서 50만 명 이상이 참여한 생활비 급등 반대 시위에서 비롯됐다. 당시 시위 도중 일부 참가자들이 상점을 약탈하고 공공건물을 파손하거나 불을 지르면서 프랑스에선 수년 만에 최악의 거리 폭력 사태가 발생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남부 리옹에선 상점 200~300곳이 약탈당하고 관광안내소가 불에 탔다. 중부 리모주에선 19세기에 지어진 시청 건물을 방화한 용의자 2명이 체포됐다.
사태가 확산하자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정보기관 수장들과 주요 장관들이 참석한 회의를 주재한 뒤 "정당성이 없는 집회는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17일엔 (프랑스) 공화국을 무너뜨리려는 극좌파 집단들의 정치적·선동적 행위가 있었다"며 폭력 사태 책임을 급진 좌파 조직과 기물 파손 가담자들에게 돌리기도 했다.
다만 마크롱 대통령은 "노동조합 등 정식 단체가 주최하는 집회는 허용하되, 상점과 공공건물을 보호하기 위해 행진 경로를 변경하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랑스 당국은 오는 24일 추가 시위가 예고되자 주요 도시의 집회를 금지하거나 제한하기로 했다.
남부 마르세유와 리옹에선 24일 모든 집회가 금지됐다. 그르노블과 루앙, 르아브르, 툴롱 등에서도 도심 집회 제한 조치가 내려졌다. 수도 파리에선 바스티유 광장에서 출발하는 행진을 허용하되, 상업시설과 주요 공공건물이 밀집한 도심으로 진입하는 것은 금지하기로 했다.
프랑스 내무부는 24일 시위에 대비해 지난 주말보다 경찰력을 20% 더 배치할 방침이다.
프랑스 문화부는 안전상 이유로 24일 루브르박물관과 오르세미술관, 피카소미술관 등 파리의 주요 문화시설을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현재 파리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 미술품 거래 행사 '아트 바젤 파리'도 시위에 따른 혼란을 우려해 예정된 일정보다 이틀 일찍 행사를 종료하기로 했다.
파리 도심 상점들은 약탈과 기물 파손에 대비해 진열창에 목재 보호판을 설치하고 있으며, 명품업체 에르메스도 프랑스 내 매장의 경비를 강화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이번 사태를 둘러싼 정치권의 대립도 격화하고 있다. 극우 성향 국민연합(RN)의 마린 르펜은 "마크롱 정부가 폭력 시위에 미온적으로 대처했다"고 비판했다. 반면 급진 좌파 정치인 장뤼크 멜랑숑은 "정부의 강경 진압이 사회적 갈등을 악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총리는 이날 주요 정당 관계자들과 회의를 열어 대응 방안을 논의했으며, 오는 26일엔 학생단체와 노동조합, 사용자단체 관계자들을 만날 예정이다. 마크롱 대통령도 23일 주요 장관들이 참석하는 회의를 열어 추가 시위에 대한 대응 조치를 논의할 계획이다.
이번 시위 사태는 금융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프랑스의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이날 장중 5.14%까지 올라 2002년 7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독일 국채와의 금리 격차도 약 15년 만에 가장 큰 수준으로 벌어졌다.
로이터는 "에너지 가격 상승과 가계 생활비 부담, 공공서비스 악화에 대한 불만이 이번 시위 배경"이라며 "사회적 혼란이 프랑스의 재정 불안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도 키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