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베란다서 발견된 아기 시신…의사 추궁에도 출산 부인한 친모
(전주=뉴스1) 강교현 기자 = 2025년 2월 11일 새벽, 전북 완주군의 한 원룸.
임신 34주 차였던 A 씨(40대)는 갑작스러운 복통과 함께 양수가 새는 것을 느꼈다. 그는 화장실로 들어가 양변기에 앉았다.
얼마 뒤 몸무게 1.7㎏의 여자아이가 태어났다.
아기는 한 차례 울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이내 안색이 창백해졌고 팔다리를 늘어뜨린 채 움직이지 않았다.
A 씨는 119에 신고하지 않았다.
입고 있던 잠옷 바지로 아기를 감싼 뒤 화장실 바닥에 흐른 피를 샤워기로 씻어냈다. 아기는 검은 비닐봉지 두 겹에 담아 베란다 보일러 배관 아래에 숨겼다.
출산 뒤에도 하혈은 멈추지 않았다. 결국 몸을 제대로 가누기 어려워진 A 씨는 119에 신고했다.
그러나 집에 도착한 구급대원들에게 출산 사실은 말하지 않았다.
응급실로 옮겨진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의료진은 A 씨에게서 분만 흔적을 발견하고 출산 여부를 물었지만 그는 이를 부인했다.
의심을 거두지 못한 병원 측은 경찰에 알렸다.
신고를 받은 경찰이 A 씨의 집을 수색했다. 베란다 보일러 배관 아래에서 검은 비닐봉지가 발견됐다.
그 안에는 숨진 아기가 있었다.
네 아이 키우며 임신 숨긴 40대
법원에 따르면 A 씨는 2003년 B 씨와 결혼해 자녀 3명을 낳았다. 2018년 이혼한 뒤에도 B 씨와 사실혼 관계를 유지했다.
이후 다른 남성과의 사이에서 자녀 1명을 더 낳았다. 사건 당시 A 씨가 양육하던 아이는 모두 4명이었다.
첫째는 심한 지적장애가 있었고 둘째와 셋째도 언어장애로 지속적인 보살핌이 필요했다.
기초생활수급자인 A 씨는 한부모가족 복지급여와 각종 지원금, B 씨에게 받는 양육비 등으로 생활했다.
A 씨가 다섯 번째 임신 사실을 알게 된 것은 2024년 9월쯤이었다.
경제적인 문제 등으로 임신중절 수술을 받지 못했고 같은 해 11월 산부인과 진료를 받은 뒤에는 더 이상 병원을 찾지 않았다.
가족과 지인에게도 임신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그러다 출산예정일보다 이른 시기에 원룸 화장실에서 홀로 아기를 낳았다.
"실형 선고해도 무겁지 않아"
A 씨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치사)과 시체은닉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법정에서 그는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1심 재판부는 A 씨의 범행을 무겁게 봤다.
재판부는 "부모로서 출산한 아기를 양육하고 보호할 의무가 있었음에도 최소한의 산후 보호조치를 하지 않아 사망에 이르게 했다"며 "시체를 비닐봉지에 담아 숨기는 범행까지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병원에서도 출산 사실을 숨긴 점도 문제 삼았다.
재판부는 "병원에서 출산 사실을 부인하고 경찰이 아기 시신을 발견할 때까지 거짓말을 해 수사에 혼란을 초래했다"며 "범행 전 과정에서 아동의 생명을 존중하는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실형을 선고하더라도 무겁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럼에도 재판부의 최종 판단은 집행유예였다.
어려운 경제 사정으로 정기적인 산전 진료와 임신중절 수술을 받지 못한 점, 장애가 있는 자녀를 포함해 네 자녀를 부양하고 있는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실형을 선고해 사회로부터 격리하기보다는 어린 자녀들에 대한 양육 책임을 다하고 건전한 사회인으로 살아갈 기회를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
A 씨에게는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이 선고됐다. 3년간의 보호관찰과 40시간의 아동학대 재범예방강의 수강도 명령했다.
A 씨와 검사 모두 항소하지 않았다.
집 베란다에서 숨진 채 발견된 1.7㎏ 아기를 둘러싼 사건은 그렇게 1심 판결이 확정되며 마무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