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北대응 딜레마 "예의주시하며 수위 결정"…野 "기괴한 굴종"(종합)
(서울=뉴스1) 한재준 김근욱 임윤지 기자 =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이 군사분계선(MDL)에서의 우리 군 경고 방송 및 사격을 맹비난하며 대남 확성기 방송 재개를 예고한 가운데 청와대가 별도의 입장을 내지 않고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지속되는 군사분계선(MDL) 수시 침범과 지뢰 매설을 간과할 수 없지만, 북측의 조치에 맞대응을 시사하는 것도 남북관계를 개선하려는 정부에는 부담인 상황이다.
그러나 청와대의 이 같은 분위기에 대해 국민의힘은 "비굴한 침묵은 평화가 아니라 굴종"이라며 연일 비난하고 있다.
23일 청와대에 따르면 국가안보실은 전날(22일) 외교부·통일부·국방부 등 관계부처와 정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김 총무부장 담화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관계기관의 다양한 목소리가 나왔지만 특별한 결론을 내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국방부, 통일부가 각자의 목소리를 내고, 청와대는 전체적인 상황을 관리하는 것"이라며 "북한의 대처를 예의주시하면서 대응 수위를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김 총무부장은 지난 22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우리 측의 MDL 경고 사격에 대해 "남의 집뜨락의 울바자(울타리)를 바로 세우는 일에도 계속 훼방을 놓고 '군사적 대응'을 떠들며 객기를 부리는 것들에게 엄중히 경고한다"며 대남 확성기가 가동 대기 상태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자신들의 '국경선 요새화' 작업과 병력 증강 배치를 "도발이 아니라 정당한 반응"이라고 주장하며 "청와대와 정부의 관리들은 하나와 같이 판에 박은 듯이 닮고 뺀 천치들이다. 겁먹은 개가 짖기라고 해야 쥐꼬리만 한 체면이 구겨지는 것을 피할 수 있겠으니 '억지놀음'이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고 맹비난을 쏟아내기도 했다.
김 총무부장의 담화에 국방부는 대남 확성기 가동 시 비례적 조치를 예고했고, 통일부는 "MDL 일대에서 정전협정을 위반하고 긴장과 충돌의 위험을 키우는 행위는 즉시 중단돼야 한다"며 남북 간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에 방점을 찍었다.
정부 내부에서는 북한의 대내 선전용 사업인 국경 요새화 과정에서 우발적 사고가 발생할 경우 양측이 모두 대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어 김 총무부장이 우리 군의 경고 사격 완화를 요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북측 또한 국경에서의 긴장 상황을 원치 않는다는 관측이다.
북한은 지난 2023년 12월 '남북 두 국가'라는 새로운 대외노선을 확정한 뒤 MDL 전 지역에서 '국경 차단' 조치를 취하고 있다.
김 총무부장은 국경 요새화 작업을 '성업·대업'으로 표현하며 "우리가 적을 향해 마주 경고사격을 한다고 치자. 국경의 정세는 상상할 수 없이 악화할 것이다. 우리는 높은 자제력을 가지고 만약의 사태에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며 '절제된 태도'를 부각하기도 했다.
다만 최근 비무장지대(DMZ)에서의 지뢰 폭발 사건과 북한군의 MDL 침범 등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정부가 북측 요구대로 경고 사격 수위를 낮추기도 어렵다. 경고 사격을 완화하면 북한군의 MDL 침범을 사실상 묵인하는 신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정부 대응에 비판을 쏟아냈다. 임이자 정책위의장은 "가해자는 날뛰고 피해자는 눈치만 살피는 이 기괴한 굴종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느냐. 비굴한 침묵은 평화가 아니라 굴종"이라며 "우리 정부는 북한 앞에만 서면 꿀 먹은 벙어리가 된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북한을 향해 대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냈다. 박선원 최고위원은 김 총무부장의 대남 확성기 재개 시사에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발언"이라며 "지금은 불필요한 긴장보다는 머리를 식히고 정전 협정 준수를 위한 대화가 필요할 때"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