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우유 아냐' 쓰더니 결국 제품명 교체…식물성 음료 '우유' 표기 제동
[파이낸셜뉴스] 식물성 대체 음료 포장에 '우유(Milk)'를 연상시키는 문구를 사용하는 마케팅 방식에 사법 당국이 잇따라 제동을 걸고 나섰다. 아무리 '우유가 아니다'라는 부정문을 쓰거나 철자를 변형하더라도, 제품 전면에 유제품 관련 명칭을 강조하는 것은 소비자의 혼동을 부를 수 있다는 판단이다.
최근 스위스 연방대법원은 글로벌 식품기업 다논 산하 식물성 대체 음료 브랜드 '알프로(Alpro)' 측이 취리히주 식품관리 당국을 상대로 낸 행정소송 상고심에서 4대 1로 기각 판결을 확정했다.
앞서 알프로는 귀리로 만든 식물성 음료 포장 전면에 '쉿… 이건 우유가 아니야(SHHH… THIS IS NOT M*LK)'라는 문구를 삽입해 유통해 왔다. 그러나 취리히주 당국은 2022년 해당 표기가 소비자를 오인하게 할 수 있다며 유통 금지 처분을 내렸고, 취리히주 행정법원을 거쳐 연방대법원 역시 당국의 손을 들어줬다.
스위스 사법부는 "우유는 동물의 젖에서 얻는 식품"이라는 기본 원칙을 분명히 했다. 법원은 "설령 '우유가 아니다'라는 부정 표현을 쓰거나 'MILK'의 철자 일부를 별표(*)로 가렸더라도, 제품 전면에 우유라는 단어를 강조해 노출한 방식 자체가 일반 소비자로 하여금 해당 제품을 유제품으로 착각하게 할 소지가 크다"고 판시했다.
최종 패소 판결을 받은 알프로는 결국 스위스 시장에서 판매되는 제품명을 전면 교체하기로 결정했다. 브랜드 측은 기존 문구 대신 '쉿… 이건 맛있어(SHHH… THIS IS TASTY)'라는 문구로 포장을 바꿔 제품의 맛을 전면에 내세우는 마케팅 전략으로 선회했다. 법적 판단이 글로벌 기업의 패키지 브랜딩을 직접 바꾼 대표적 사례다.
식물성 음료의 명칭과 표기를 둘러싼 공방은 스위스뿐 아니라 전 세계 주요국으로 번지고 있다. 영국에서는 귀리 음료 브랜드 오틀리(Oatly)의 '포스트 밀크 제너레이션(POST MILK GENERATION)' 상표 등록을 두고 법원이 불허 판단을 내렸으며, 호주 등 주요 낙농 선진국에서도 대체 음료에 '밀크'나 '버터' 등 유제품 고유 명칭을 차용하지 못하도록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식물성 대체 음료와 동물성 우유가 영양학적으로 뚜렷한 차이를 보이는 만큼, 명칭 혼동에 따른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자연 식품인 흰우유는 인체 흡수율이 높은 양질의 단백질과 칼슘을 비롯해 비타민 B12, 리보플라빈, 인, 칼륨 등 다양한 필수 영양소를 자연적으로 함유하고 있다. 반면 귀리·콩·아몬드 등 곡물이나 견과류를 가공해 만든 식물성 음료는 원료와 제조 공정에 따라 단백질이나 비타민 함량이 제각각이며, 인위적으로 칼슘이나 영양소를 첨가하지 않는 이상 우유와 동일한 영양 프로파일을 갖추기 어렵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역시 식물성 음료를 고를 때 성분표를 꼼꼼히 대조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식물성 음료의 확산 자체가 문제는 아니지만, 소비자가 직관적인 마케팅 문구만 보고 영양 성분까지 우유와 같을 것이라고 오인해서는 안 된다"며 "국내 유통 시장에서도 식물성 대체 식품의 표시 기준을 명확히 확립해 소비자가 올바른 영양 정보를 바탕으로 제품을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mail protected] 문영진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