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균 여론조사' 사건 2심 모두 무죄…尹부부·오세훈 운명 대법에
(서울=뉴스1) 이장호 기자 =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으로 기소돼 1심에서 벌금 1000만 원을 선고받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이를 뒤집고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1심에서 유죄 근거가 된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 증언의 신빙성이 2심에서 배척되면서 결론이 뒤집혔다.
명 씨와 연루돼 재판에 넘겨졌던 윤석열 전 대통령, 김건희 여사, 오 시장 등 사건을 심리했던 1·2심 재판부마다 명 씨 진술의 신빙성을 저마다 다르게 판단해 유무죄도 엇갈렸다.
다만 2심에서는 명 씨 진술의 신빙성 등을 문제 삼아, 세 사람 모두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관해서는 무죄를 받음으로써 대법원 결론을 기다리게 됐다.
명 씨 관련 사건으로는 가장 먼저 대법원에 올라가 전원합의체에 회부된 김 여사 사건에서 명 씨 진술 신빙성에 대한 최종 판단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대법원이 관련자의 진술 일부만 취사선택해 신빙성을 인정할 경우 엄격한 판단 기준을 요구해 온 기존 법리를 유지할지, 새로운 판단 기준을 제시할지 관심이 모인다.
재판부마다 엇갈린 명태균 증언 신빙성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구회근)는 23일 오후 2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오 시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핵심 쟁점에 대한 직접 증거는 명 씨의 진술이 유일하다"면서 "명 씨의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했다.
김 여사, 윤 전 대통령, 오 시장 사건을 심리한 재판부마다 명 씨의 말에 대한 신빙성 판단은 엇갈렸다.
김 여사는 '무상 여론조사' 혐의에 대해선 1·2심 모두 무죄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우인성)는 "공천은 피고인의 선물"이라는 취지의 명 씨 발언과 강혜경 씨에게 여론조사 결과가 늦어질 때 '윤석열 부부와 선거캠프에서 독촉한다'고 말한 점에 대해서 "명 씨가 자기 능력에 대한 과장이 심하고 다소 망상적인 사람으로 보인다"며 그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봤다.
2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15-2부(부장판사 신종오)의 판단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진)는 명 씨 진술에 대해 "사실을 숨기거나 허위나 과장이 많은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진술 내용이 무상 제공에 대한 이유의 전부는 아니더라도 그 자체가 허위로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윤 전 대통령 1심은 명 씨가 무상 여론조사를 제공한 이유를 대통령 당선을 도와 윤 부부를 통해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관계를 과시하며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목적으로 봤다.
명 씨의 또 다른 진술들에 대해서도 신빙성이 있다고 봐 명 씨와 개인적 친분이 없다는 취지의 윤 전 대통령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 시장 1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사 합의22부(부장판사 조형우)는 더 구체적 판단을 내놓았다. 명 씨 진술을 모두 믿기는 어렵다면서도 객관적 증거나 언론 보도 기사 등을 통해 확인되는 정황에 부합하는 명 씨 진술 내용은 신빙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봤다.
그러나 오 시장 2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2심 재판부는 대법원이 2009년 '현대차 로비' 사건에서 제시한 법리를 적용해 명 씨 진술의 신빙성을 엄격하게 따졌다.
대법원은 2009년 '현대차 로비' 사건에서 "진술의 신빙성은 전체적으로 상당히 허물어졌다고 봐야 하는 상황에서 나머지 일부 금원제공 진술 부분에 관해 이를 그대로 믿을 수 없는 객관적 사정 등이 직접 밝혀지지 않았더라도, 여러 차례에 걸쳐 금원을 제공하였다고 주장하는 사람의 진술만을 내세워 함부로 나머지 일부 금원수수 사실을 인정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머지 일부 금원수수 사실을 인정하려면 신뢰할 수 있는 근거가 확신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제시되거나, 그 진술을 보강할 수 있는 다른 증거들에 의하여 충분히 뒷받침되는 경우 등 합리적인 의심을 해소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존재해야 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
오 시장 사건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구회근)는 지난 7일 '무상 여론조사 제공' 혐의를 받는 윤 전 대통령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하기도 했다.
다만 당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무죄 논리는 명 씨 증언의 신빙성이 아니라, 명 씨의 여론조사 무상 제공이 정치자금 기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어서 김 여사와 오 시장 등 사건들과 논리를 달리했다.
윤석열·오세훈 모두 대법으로…김건희 전합에 쏠리는 이목
명 씨와 연루된 윤 전 대통령, 김 여사 그리고 오 시장 사건이 모두 대법원으로 가게 되면서, 정치권과 법조계 이목은 가장 먼저 열리는 김 여사의 대법원 전원합의체 결론에 모이게 됐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의 2심 무죄 판결에 상고했다. 특검은 오 시장의 2심 무죄 판결에 대해서도 선고 직후 기자들과 만나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이라며 "상고해 잘못을 바로잡겠다"고 했다.
무상 여론조사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등 혐의를 받는 김 여사 사건은 지난 7월 대법원이 선고기일을 전격 연기하고 전원합의체에 회부해 현재 심리가 진행 중이다.
대법원이 명 씨 진술 일부에 대해 객관적인 증거가 뒷받침돼 신빙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해 김 여사 사건을 파기한다면, 파기환송심에서 명 씨 진술을 토대로 김 여사와 윤 전 대통령의 공동정범 여부를 다시 살펴볼 수 있고, 이는 윤 전 대통령 사건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반면 기존 대법원 판례들처럼 명 씨 진술의 신빙성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경우 김 여사는 물론 윤 전 대통령, 오 시장의 무죄가 그대로 확정될 수도 있다.
다만 대법원이 윤 전 대통령 2심 사건에서처럼 여론조사 무상 제공이 정치자금법이 금지하는 정치자금 기부에 해당하는지 여부만 보고, 명 씨 진실 신빙성에 관해서는 판단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