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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빅테크 규제 풀어야 철강 관세 인하"…EU에 재압박

김경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美, 디지털시장법 집행 완화 조건 내걸어
EU산 철강·알루미늄에 최대 50% 관세 유지
EU "디지털 규제 협상 대상 아냐" 반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유럽연합(EU)에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야 유럽산 철강 관세를 낮출 수 있다는 입장을 재차 전달했다. 구글과 애플 등 자국 기업에 대한 규제를 무역협상의 조건으로 내세운 것이다. 지난해 무역합의 이후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던 미국과 EU 간 갈등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2일(현지시간)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지난주 회원국들과의 비공개 회의에서 미국 측이 디지털시장법(DMA) 집행 완화를 철강 등 일부 유럽산 제품에 대한 관세 인하 조건으로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DMA는 구글과 애플, 메타 등 거대 플랫폼 기업이 시장지배력을 남용해 경쟁업체를 배제하거나 이용자에게 불리한 조건을 강요하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법이다. 미국은 이 법이 자국 기업에 불리하게 적용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미국과 EU는 지난해 7월 스코틀랜드 턴베리에서 미국이 EU산 제품에 부과하는 관세에 원칙적으로 15%의 상한을 적용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철강과 알루미늄에는 여전히 최대 50%의 관세가 적용되고 있어 EU의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올해 말까지 미국의 철강 관세 관련 합의 이행 여부를 평가할 예정이다. 미국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판단하면 미국산 공산품에 부여한 무관세 혜택을 철회할 수 있다. 다만 회원국들은 무역 갈등이 다시 격화할 가능성을 우려해 실제 보복 조치에는 신중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이 철강 관세와 디지털 규제를 연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지난해 11월 브뤼셀을 방문했을 당시에도 EU가 디지털 규제를 완화하면 철강·알루미늄 관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에 EU 경쟁정책을 총괄하는 테레사 리베라 집행위원은 미국의 요구를 "협박"이라고 비판하며 디지털 규제는 무역협상의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EU는 지난해 4월 이후 DMA 위반을 이유로 애플과 메타, 구글에 총 15억9000만유로(약 2조40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미국은 이러한 제재가 자국 기술기업을 부당하게 겨냥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앤드루 퍼즈더 EU 주재 미국 대사도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EU의 디지털 규제가 시장 경쟁을 위한 것인지, 미국 기업에서 이익을 거둬 유럽에 혜택을 주려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미국이 관세 인하와 빅테크 규제 완화를 연계하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양측의 협상이 다시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email protected]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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