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두통 호소하던 12세 소녀, 혈압 재보니 무려 225"…대동맥에서 발견된 치명적인 '이것' [이상징후]

전상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5개월 넘게 두통·어지럼증 시달린 중국 소녀
혈압 225/158㎜Hg…약물로도 조절 어려워
CT 찍어보니 대동맥 내부에 산호초 같은 석회화
좁아진 신장동맥 풍선으로 확장…혈압 안정

기사의 이해를 위한 AI 이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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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이제 겨우 12세. 초등학교에 다닐 나이의 소녀에게서 믿기 어려운 혈압 수치가 나왔다. '225/158㎜Hg'. 성인에게서도 즉각적인 응급 처치가 필요한 치명적인 위험 신호였다.

소녀는 5개월 넘게 반복되는 두통에 시달려 왔다. 한 번 시작되면 서너 시간씩 이어졌고, 어지럼증과 구토, 피로감이 뒤따랐다. 원인을 알 수 없던 고통의 실체는 지역 병원에서 혈압을 측정한 순간 수면 위로 드러났다.

첫 측정 당시 혈압은 205/140㎜Hg. 즉각 혈관 확장제와 혈압약을 투여했지만 요지부동이었다. 상급병원으로 이송된 직후 수축기 혈압은 무려 225㎜Hg까지 치솟았다.

정밀 검사에 착수한 의료진은 예상치 못한 기괴한 병변과 마주했다. 흉부 컴퓨터단층촬영(CT) 결과, 심장에서 온몸으로 피를 보내는 하행대동맥 내부에 딱딱한 칼슘 덩어리가 불규칙하게 쌓여 있었던 것이다. 그 모습이 마치 바닷속 산호초를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의학명, '산호초 대동맥(coral reef aorta)'이었다.

최근 국제학술지 '저널 오브 메디컬 케이스 리포츠(Journal of Medical Case Reports)'에는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 신장의과대학 제1부속병원 의료진이 보고한 이 충격적인 희귀 증례가 실렸다.

대동맥은 우리 몸의 주요 장기로 혈액을 공급하는 핵심 통로다. 소녀의 경우, 혈관 벽에 단단하게 형성된 산호초 모양의 석회화 병변이 왼쪽 신장과 장으로 가는 동맥을 완전히 틀어막고 있었다. 오른쪽 신장동맥 역시 중등도로 좁아진 상태였다.

이것이 극심한 고혈압의 결정적 원인이었다. 신장은 노폐물 배출뿐 아니라 혈압을 조절하는 관제탑 역할을 한다. 신장으로 가는 혈액이 줄어들자, 신체는 이를 '혈압 저하' 상황으로 오인해 혈압을 높이는 호르몬을 과다 분비했다. 그 결과 전신 혈압이 폭발적으로 상승하는 '신혈관성 고혈압'이 발생한 것이다.

자료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자료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산호초 대동맥은 고지혈증, 당뇨, 흡연 등 혈관질환 위험 요인을 가진 성인에게서 주로 발견되는 희귀질환이다. 12세 소녀에게서, 그것도 뚜렷한 유전적·대사적 결함 없이 발생한 것은 학계에서도 극히 이례적이다.

치료는 신속하고 정교하게 진행됐다. 의료진은 아직 성장기인 소녀의 신체 조건을 고려해, 고정형 금속 그물망(스텐트)을 삽입하는 대신 사타구니 혈관으로 관을 넣어 좁아진 오른쪽 신장동맥을 부풀리는 '풍선혈관성형술'을 선택했다. 시술 직후 소녀의 혈압은 유의미하게 떨어졌고, 이후 약물치료를 병행하며 안정적인 상태를 되찾았다.

전문가들은 소아·청소년의 두통을 결코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반복적인 두통에 구토나 어지럼증이 동반되고 약물로 조절되지 않는 고혈압이 나타난다면, 혈압 수치 자체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 혈관과 신장의 구조적 이상 등 근본 원인을 파헤쳐야 한다는 것이다. 평범해 보였던 12세 소녀의 두통은, 꽉 막힌 대동맥이 온몸으로 뿜어내던 다급한 구조 요청이었다.

[email protected]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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