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 미비·청년 여론에...靑, '가상자산 과세' 이번에도 미룬다
[파이낸셜뉴스] 청와대가 내년 1월로 예정된 가상자산 소득 과세를 또다시 유예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이미 세 차례 연기된 가상자산 과세가 네 번째 유예 수순에 접어들 가능성이 커졌다. 과세체계의 준비 부족과 함께 가상자산 투자에 관심이 높은 청년층의 여론도 이번 판단에 영향을 미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25일 여권 등에 따르면 청와대 내부에서는 가상자산 과세 시행 시점을 추가로 늦추는 방안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가상자산 과세는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의 양도·대여 과정에서 발생한 소득에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가상자산 양도·대여로 발생한 연간 소득에서 기본공제 250만원을 뺀 금액에 기타소득세·지방소득세를 합산한 22% 세율을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지난 2020년 관련 법률이 마련돼 2022년 시행을 목표로 했지만, 투자자 보호 장치와 과세 인프라 부족 등을 이유로 세 차례 미뤄졌다. 현행법상 시행일은 2027년 1월 1일이다.
청와대가 추가 유예로 가닥을 잡은 배경에는 실효성 있는 과세체계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는 인식이 자리하고 있다. 현재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디지털엑스·고팍스) 중 과세 시스템을 완비한 곳은 한 곳도 없었다. 법령·서식 등 세부 기준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세청은 가상자산 과세 고시안에 대해 이달 말 고시안을 확정하고 다음 달 말 행정예고할 예정이었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가상자산 거래소의 과세 시스템 구축은 최소 6개월, 검증과 안정화 기간까지 고려하면 약 9개월 이상의 준비기간이 필요하다"라고 전했다. 당장 다음달에 행정예고를 했어도 빨라도 내년 5월, 늦어지면 내년 8월에야 시스템 구축이 완료된다는 이야기다. 또한 국내 거래소와 달리 해외 거래소에서 발생한 거래 소득은 과세당국이 관련 정보를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이 주요 쟁점으로 꼽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추진하는 암호화자산 자동정보교환체계(CARF·카프)에 따라 내년부터 국가 간 거래정보 교환이 시작될 예정이지만, 초기 참여국은 한국과 일본 등 46개국에 그친다.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에서 비중이 큰 미국은 2029년에야 참여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국내 거래소 이용자에게만 과세가 집중될 우려가 있다. 동일한 가상자산 투자 소득이라도 거래 경로에 따라 과세 형평성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여당 내에서도 이를 고려해 가상자산 과세를 2029년부터 시행하는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국민의힘도 시행 유예를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청와대는 이달 국정감사 종료 이후 당정 협의를 통해 가상자산 과세 시행 여부를 논의하고 최종 방침을 확정할 것으로 관측된다.
가상자산업계에선 이에 대해 환영의 뜻을 전했다. 강성후 한국디지털자산사업자연합회(KDA) 회장은 "이미 두 차례 과세가 유예될 때에도 정치권은 주식 수준의 투자자 보호, 주식 수준의 과세 기준 설정 등을 이유가 명분이었는데, 아직도 두 가지 기준이 충족되지 않았다"라며 "가급적 빠른 시일 안에 디지털자산법과 가상자산 과세 기준을 마련해, 네 번째 과세 유예는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청와대 관계자는 가상자산 과세 유예와 관련해 "검토 중"이라면서 "결정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
[email protected] 최종근 한영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