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다시 묻는 은행의 '기본'

파이낸셜뉴스
이현정 금융부
이현정 금융부

최근 취미로 발레를 배우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배운 것은 몸을 바로 세우는 일이었다. 배와 엉덩이에 힘을 주고 어깨의 긴장을 풀며 몸의 중심을 잡아야 했다. 다음 동작에 신경 쓰다 보면 처음 잡았던 자세가 흐트러졌다. 어떻게 해야 기본자세라도 잘 잡을 수 있느냐고 선생님께 물었다. 수년간 배운 사람들도 어려워하니 평소에도 거울을 보며 바르게 서는 연습을 하라고 했다. 기본은 한번 익히면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동작을 이어가는 내내 지키고 되짚어야 했다.

'기본'이 가장 어렵다는 걸 실감하는 요즘, 금융권에서 잇따르는 사고를 보며 발레 수업이 떠올랐다. 주요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등 16곳에서 해킹으로 개인정보 10만건이 유출됐고, 토스뱅크는 내부 송금시스템 업데이트 과정에서 325억원의 대규모 이체오류를 냈다.

다행히 해킹에 따른 2차 피해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고, 토스뱅크는 고객의 금전 손실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금융사가 철저히 지켜야 할 '보안'과 '정확성'이라는 기본에 균열이 갔다는 사실은 뼈아프다.

고객은 거래할 때마다 자신의 정보가 안전한지, 계좌의 숫자가 맞는지 따로 검증하지 않는다. 금융회사라면 당연히 지킬 것이라고 믿어서다. 보호해야 할 고객정보가 유출되고 실패한 이체가 성공한 것으로 기록됐다면, 금전 손실 여부와 별개로 고객의 믿음을 훼손한 사고다.

흔히 금융사고가 터지면 금융사들은 사과와 함께 '긴급 점검'과 '투자 확대'라는 대책을 쏟아낸다. 하지만 사고를 수습하는 것만으로 흔들린 기본을 바로 세울 수는 없다. 금융의 기본은 한번 갖췄다고 유지되는 것도, 오랜 업력이 보장해주는 것도 아니다.

은행업은 겹겹이 쌓인 시스템과 절차 위에 새로운 서비스를 더해가는 산업이다. 오래된 시스템 위에 새 기술을 얹을수록 그들을 잇는 연결고리는 더 자주 흔들리고 헐거워지기 마련이다. 과거에 검증한 보호·통제 장치가 달라진 환경에서도 제대로 작동하는지 거듭 확인해야 하는 이유다. 이런 점검은 피아노를 처음 배울 때 하농을 반복하는 것만큼이나 더디고 지루할 수 있다. 새롭고 화려한 서비스를 선보이는 일처럼 눈에 띄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더 자주, 집요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이번 주 두번째 발레 수업을 앞두고 벌써부터 근육통이 걱정된다. 하지만 흐트러진 자세를 매 순간 바로잡아야 다음 동작도 제대로 해낼 수 있다. 금융의 혁신 역시 기본을 지키고 점검하는 지난한 일을 매일 해내는 데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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