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고유가 임시방편 벗어나 안정적 에너지 수급책 짜야
석유 최고가격제 출구 전략 시급
저가 석유수입 위주 접근 손질을
이란전쟁발 유가 급등으로 에너지 정책이 혼선을 빚고 있다. 끝날 듯하던 중동 위기가 다시 고조되면서 고유가가 현실화되고 있다. 6월 말 배럴당 60~70달러로 안정됐던 국제유가가 다시 올라 두바이유가 이미 115달러를 넘어섰다. 미국 중간선거가 끝난 뒤에도 중동 불안이 이어지거나 고조될 가능성까지 점쳐진다. 고유가 위기가 일시적 현상이 아닌 평시 상황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우리 정부의 유가 대응은 글로벌 에너지 수급변화에 못 미치는 것 아닌가 싶다. 석유 최고가격제가 대표적이다. 석유 최고가격제는 중동전쟁에 따른 국내 에너지 가격 안정에 기여한 바 있다. 문제는 시행 7개월을 넘겼지만 종료 시점을 찾지 못한다는 점이다. 최고가격제는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는 임시방편적 정책일 뿐이다. 튀어오르는 가격을 눌러 놓았을 뿐 유가를 끌어올린 근본요인에는 손대지 못했다. 그사이 재정 부담만 불어난다. 정유사 손실보전용 재정이 수조원 투입되어야 한다. 더구나 언제까지 재정을 더 투입해야 할지 알 수 없다.
물론 이런 위기상황에 재정을 적기에 투입해 효과를 내는 것도 불가피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임시봉합적 수단이 오래 지속될수록 시장의 가격구조가 심하게 뒤틀린다는 점이다.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합리적으로 조정되어야 하는데 지금은 정부의 개입이 시장질서를 주도하는 형국이다. 석유 최고가격제를 해제하는 조건으로 전쟁 종료와 호르무즈해협 운항 정상화 및 유가 90달러대 안착이 거론된다. 이런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석유 최고가격제에 계속 의존해야 하는 일이 벌어질 것이다. 반대로 어느 순간 석유 최고가격제를 일시에 해제하는 것도 시장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 지금부터라도 석유 최고가격제의 출구전략을 현실적으로 짜야 하는 이유다.
장기적으로 에너지 수급계획을 바라보는 정책 전환도 이번 기회에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값싼 에너지를 들여오는 데 우선순위를 둔 수급체계를 지향한다. 그러다 보니 수입 석유의 약 70%가 중동의 해상 병목지점을 지난다. 싼 물량을 확보하는 데 집중해온 접근법이 위기에 얼마나 취약한지 이번 중동사태를 통해 배운 셈이다. 아무리 값싼 물량을 많이 공급받을 수 있더라도 호르무즈해협이나 홍해 같은 병목지점이 막히면 국내로 들여올 수 없다는 사실을 이번 전쟁이 보여줬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석유·가스 공급망 리스크가 상시화한 만큼 우리나라 에너지 정책의 무게중심을 가격 중심의 수급 대응에서 공급망 회복력 확보로 옮겨야 한다고 제언했다.
실제로 미국, 유럽연합, 일본 등 주요국들은 이러한 경제적 효율성을 일부 포기하더라도 공급 안정을 택하는 추세다. 에너지를 시장 논리에만 맡기지 않고 국가안보의 핵심 과제로 다루려는 경향이 뚜렷하다.
앞으로 에너지 수급은 인공지능(AI) 투자와 맞물려 더욱 중요한 정책이 될 것이다. 이제는 에너지 정책도 단순히 경제적 효율성에 입각해 수립할 시대는 지났다. 국가안보와 에너지 수급 안정의 관점에서 멀리 내다보며 에너지 수급계획을 짜야 한다. 탄탄한 에너지 공급망계획을 선제적으로 세워야 석유 최고가격제와 같은 단기적 임시방편책에 대한 의존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