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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대출·취업지원까지 'K-' 남발…경제부처 정책자료에만 130회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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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를 활용한 AI이미지. 뉴스1 ⓒ News1
챗GPT를 활용한 AI이미지. 뉴스1 ⓒ News1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지난 12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화 내일 아카데미에서 열린 청년 인재육성 프로그램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행사장 뒤편 화면에는 'K-뉴딜 아카데미 현장 간담회'라는 문구가 표시돼 있다. (재정경제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10.12/뉴스1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지난 12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화 내일 아카데미에서 열린 청년 인재육성 프로그램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행사장 뒤편 화면에는 'K-뉴딜 아카데미 현장 간담회'라는 문구가 표시돼 있다. (재정경제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10.12/뉴스1
기획예산처가 지난달 1일 발표한 '2027년 예산안' 홍보자료의 한 페이지에 'K-' 접두사가 7차례 등장하고 있다. (기획예산처 제공)
기획예산처가 지난달 1일 발표한 '2027년 예산안' 홍보자료의 한 페이지에 'K-' 접두사가 7차례 등장하고 있다. (기획예산처 제공)
한국에 20년 넘게 거주한 캐나다인 작가 겸 편집자 존 던바 씨가 900개 이상의 'K-' 접두사 표현을 수집해 빙산 형태로 시각화한 'K-아이스버그(K-Iceberg)'. 수면 위에는 K-팝·K-드라마 등 널리 알려진 표현을, 수면 아래에는 상대적으로 생소한 표현들을 배치했다. (존 던바 제공)
한국에 20년 넘게 거주한 캐나다인 작가 겸 편집자 존 던바 씨가 900개 이상의 'K-' 접두사 표현을 수집해 빙산 형태로 시각화한 'K-아이스버그(K-Iceberg)'. 수면 위에는 K-팝·K-드라마 등 널리 알려진 표현을, 수면 아래에는 상대적으로 생소한 표현들을 배치했다. (존 던바 제공)

(세종=뉴스1) 심서현 기자 = 같은 우리 술을 두고 농림축산식품부는 'K-Sool', 국세청은 'K-SUUL'이라는 서로 다른 영문 명칭을 사용한 사실이 국정감사에서 도마에 올랐다. 한국 술을 알리려 붙인 이름이 정부 기관 사이에서도 통일되지 않은 것이다.

지난 22일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종합국정감사에서 안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같은 술에 정부 마크가 두 개 붙을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박해영 국세청 차장은 공모전으로 선정한 명칭이라면서도 부처 간 혼선에는 "거기까지 깊이 생각 못 해 본 부분이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한국을 뜻하는 'K-'를 앞세운 작명은 문화·수출산업을 넘어 서민대출과 청년 취업지원 등 국내 민생사업까지 번지고 있다. 뉴스1이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의 주요 정책자료 3건을 분석한 결과, 동일 명칭의 반복을 포함해 'K-'가 총 130회 등장했다.

국가 브랜드를 정책 홍보에 활용한다는 취지지만, 해외 홍보와 무관한 사업까지 'K-'를 붙이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도 나온다. 정책 내용과 지원 대상을 쉽게 알 수 있도록 사업 이름부터 알기 쉽게 지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민대출부터 취업지원까지 'K-'…나라살림 설명하는 자료에도 130회 등장

'K-'를 앞세운 정부의 작명은 우리 술만의 문제는 아니다. 한국을 뜻하는 'K-' 접두사가 문화·수출산업을 넘어 국내 행정·재정사업으로까지 확산하면서, 국민에게 정책 내용을 알리는 공식 자료에도 각종 'K-' 명칭이 넘쳐나고 있다.

기획예산처가 발표한 내년도 예산안에는 'K-민생지킴대출'이라는 사업이 등장한다. 국내 서민과 금융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정책금융상품이지만, 명칭에는 한국을 뜻하는 'K-'가 붙었다. 청년 취업지원 사업인 'K-청년뉴딜아카데미' 역시 마찬가지다.

민생과 나라살림을 국민에게 설명하는 경제부처의 공식 정책자료에서도 이 같은 작명 방식이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26일 뉴스1이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의 주요 정책자료를 분석한 결과, 재경부가 지난 1월 발표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62쪽)에는 'K-' 접두사가 37회 등장했다. 지난 7월 발표한 '2026년 하반기 경제성장전략'(57쪽)에는 35회 사용됐다.

기획처가 지난 9월 공개한 '2027년 예산안' 홍보자료(70쪽)에는 무려 58회 등장했다. 세 문서에서만 총 130회 사용된 셈이다. 동일한 명칭이 반복된 경우까지 포함한 수치로, 예산안 홍보자료에서는 한 쪽당 평균 0.8회 이상 'K-'가 사용됐다.

정책 분야도 가리지 않는다. 1월 경제성장전략에는 'K-반도체', 'K-바이오' 등 산업 분야의 명칭뿐 아니라 'K-붐업', 'K-테스트베드' 등이 등장했다.

7월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에서는 'K-공급망', 'K-에너지팀코리아', 'K-온디바이스', 'K-우주데이터센터', 'K-문샷', 'K-마루' 등으로 범위가 확대됐다.

내년도 예산안에도 'K-민생지킴대출', 'K-청년뉴딜아카데미' 외에 'K-식자재', 'K-수출스타', 'K-TECH', 'K-이니셔티브' 등 다양한 명칭이 사용됐다. 특히 'K-민생지킴대출'은 자료에서만 5차례 반복됐다.

해외 홍보용 'K-' 국내 정책에도 남발…외국인도 풍자

'K-'는 K-팝이나 K-드라마처럼 한국의 문화적 특색을 해외에 알리는 과정에서 널리 쓰이던 접두사다. 이후 K-푸드와 K-뷰티 등 한국산 제품의 수출 경쟁력을 홍보하는 브랜드로도 활용돼 왔다.

다만 국내 취약계층을 위한 대출이나 청년 취업지원처럼 해외 홍보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업에까지 같은 접두사가 사용되면서, 국가 브랜드를 강조하는 것이 정책 내용을 효과적으로 설명하는 방식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한 정부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문화와 산업뿐 아니라 정부 정책도 선진국 수준으로 발전하면서 한국의 경쟁력을 강조하는 'K-' 표현을 자주 사용하게 된 것"이라며 "국가 브랜드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정책 홍보에도 활용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K-' 표현을 수집해 풍자하는 사례도 등장했다.

24년째 한국에 거주한 캐나다인 작가 겸 편집자 존 던바 씨가 제작한 'K-아이스버그(K-Iceberg)'에는 1400개가 넘는 표현이 수록돼 있다.

K-팝이나 K-드라마처럼 널리 알려진 표현을 빙산의 수면 위에 배치하고, 상대적으로 생소한 표현들은 수면 아래에 빼곡하게 채운 이미지다. 던바 씨가 집계한 106번째 버전에는 1438개가 수록됐으며, 최신 버전은 1500개를 넘어섰을 것으로 추정된다.

던바 씨는 뉴스1에 "K-팝이나 K-드라마, K-화장품, K-푸드 같은 표현은 외국인도 이해할 수 있다"면서도 "K-한옥, K-국악, K-해녀처럼 불필요하게 중복된 표현도 있고, K-디저트나 K-아침식사처럼 한국이 특별히 유명하다고 보기 어려운 분야에도 사용되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특히 정부와 산업계에서 사용하는 'K-금융(K-finance)', 'K-방산', 'K-조달(K-procurement)' 등을 사례로 들었다.

던바 씨는 "어떤 대상에 'K-'를 붙일 수 있는지에 대한 체계가 전혀 없다는 점에서 사실상 의미가 없는 표현이 됐다"며 "대중음악과 무기체계, 소형모듈원자로(SMR)를 홍보하는 데 같은 접두사를 사용하는 것이 과연 타당하냐"고 말했다.

정부 정책을 실제로 이용해야 하는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도 무분별한 'K-' 사용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이 나온다.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40대 직장인 A씨는 "정부 사업을 국민에게 설명하는 자료라면 'K-'를 붙이기보다는 정책의 내용과 누구에게 도움이 되는지부터 알기 쉽게 설명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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